따라가는 발자국처럼, 시인 하재연 '우주적인 안녕'

하재연(44)의 세번째 시집 '우주적인 안녕'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안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선형적 시공간 개념을 뚝뚝 끊어냈다. 그 벌어진 틈에 세상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뒤섞었다.
시인이 말하는 '안녕'은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한 단어다. 본래와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며 끝을 알 수 없는 세계가 됐다.
'투명한 우산 하나를 나누어 쓰고/ 너랑 나는 다른 비를 피하고 있었지// 웃는 꽃과/ 우는 꽃을/ 각각 머리에 꽂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집으로 가는 길에 피었던 꽃은/ 하나의 발과 또 하나의 발로/ 밟고 지나갔던'('폭우' 전문)
'물속에 사라짐으로 떠오른 너의/ 입을 생각한다/ 먹지 않는 입 먹을 생각이 없는 입/ 사라진 이유를 말하지 않는 입/ 말하지 않는 입/ 네가 있을 곳이 다른 곳인 것만을/ 숨 쉬는 입/ 그리고 결국 닫힌 입/ 닫혔으나 나타난 입/ 닫혔기에 나타난 입'('머물러 있다' 중)
하 시인은 2002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고려대 국문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광대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다.
시인은 "말해본 적 없는 이야기들에 물음표를 그리며/ 사라지는 아이와/ 다 듣지 못한 말들을 등에 포개고 멀어지던/ 어머니의 뒷모습에/ 이 시들을 둔다./ 따라가는 발자국처럼"이라고 했다. 143쪽, 9000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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