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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양다솔 "작가라는 정류장 도착...후미진 모텔서 장기투숙중"

등록 2022.04.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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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전업 작가...구독료 받는 개인 연재로 생활

작년에 에세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출간

[서울=뉴시스] 양다솔 작가 (사진=양다솔 제공) 2022.04.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양다솔 작가 (사진=양다솔 제공) 2022.04.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버스를 타고 한참 졸다가 눈 떠서 내리니 작가라는 정류장에 도착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근처 후미진 모텔에서 장기투숙하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전업 작가 생활의 시작은 험난한 여정을 의미한다. 29살의 양다솔 작가는 지난해 10월 에세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출간과 함께 그 여정을 시작했다.

양 작가는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후 구독료를 받으며 개인 연재를 이어갔고, 최근에는 글방을 열어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작가는 자신의 "후미진 모텔에서의 장기투숙" 생활에 대해 전했다.

전업 작가 생활…"올해까지는 시범운영이에요."

양 작가는 "돈을 받고 글을 요청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라고 말했다. 과거와 같이 등단을 하거나 책을 출간해야만 작가가 아니라 구독료를 받고 개인 연재를 진행하는 이들까지 모두 작가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주문을 받아 가구를 제작하면 목수이듯이 돈을 받고 글을 만들면 작가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글을 쓰며 먹고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죠."

결국 누구나 작가로 살 수 있지만 계속 작가로 살기 위해선 글만으로 생활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그는 "글 쓰는 일을 취미로 할 수도 있지만 작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의미와 마음가짐이 직업인으로서 달라진다"고 표현했다.

그에게도 평생 전업작가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올해까지는 시범운영이에요. 청탁 원고도 쓰고 차기작 원고도 쓰면서 강연, 진행, 글방까지 다방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해보려고 합니다." 시범운영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은 최근의 연재 계약이었다. 그는 올해 2월 예스24의 웹진 '채널예스'와 맺은 1년 연재 계약을 "1년 동안 작가로 살아봐라"라는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첫 연재 청탁은 작가로서 고용된 느낌이었어요. 월세 정돈 낼 수 있으니까 살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한달에 한 편씩 납품하는 과정에서 진짜 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서울=뉴시스] 격일간 다솔 (사진=양다솔 제공) 2022.04.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격일간 다솔 (사진=양다솔 제공) 2022.04.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글방과 연재"…전업 작가 생계유지 위해 필수

지금의 젊은 작가들이 전업 작가로 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 있게 "글방과 연재"라고 답했다.

그에게 지금 운영하는 글방과 개인 연재는 생계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다.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격일간 다솔'은 구독자에게 구독료 만원을 받고 한 달 동안 이틀에 한 번 글을 보내주는 메일링 서비스다. 양 작가는 책을 출간한 직후에도 '격일간 다솔' 연재를 바로 시작했다. "책을 내고 일주일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책을 냈는데 반응이 없으니 먹고 살길을 찾아야겠다 해서 연재를 시작했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해서 작가에서 생활인이 됐죠."

그가 운영하는 글방인 '까불이 글방'은 15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6주 동안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는 글방 모집 글을 통해 "글쓰기의 방법론이나 비법을 가르치는 강의가 아닌 서로 쓰게 만들고 더 잘 쓰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꾸준히 읽고 쓰고 말하는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활발하게 진행했던 '까불이 글방'에 대해 그는 "전업 작가에게 생계가 가장 중요한데 내가 알아서 기회를 만들고 사람을 모집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누군가의 청탁을 기다리는 게 아닌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고 규모도 조절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독립적이고 깔끔해요. 내가 직접 계획할 수 있다 보니 작가로서 안정적이게 됐습니다."

물론 누구나 글방을 여는 것 어렵다고 그는 생각한다.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그는 "글방을 경험한 사람이 글방을 열면 좋겠다"고 말했다. 혹은 "칼럼니스트가 칼럼을 쓰는 테크닉을 가르친다거나 자신만의 분야가 있어 글쓰기 수업을 하는 건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그는 전했다.

양다솔 또한 글방 출신 작가다. 그는 어린 시절 '어딘 글방'에 다니며 "계속해서 쓰는 게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이어받았다. 물론 글방에서 받은 신랄한 피드백이 지금의 글쓰기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최근 '격일간 다솔' 연재를 잠시 중단한 그는 "격일 연재를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체력과 마음 모두 크게 소모해야 하는 격일 연재를 위해 그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원래 계획은 4월에 연재를 하는 것이었는데 글방에 이미 에너지를 다 써서 5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스스로에게 '5월쯤에 해볼래?'하고 설득하고 있는 상태에요."
[서울=뉴시스] 양다솔 작가 (사진=양다솔 제공) 2022.04.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양다솔 작가 (사진=양다솔 제공) 2022.04.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에 "무용했던 일" 현재는 모두 작가 생활에 필요한 생산적인 일로

전업 작가로 살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즐거움은 있다.

그는 작가 생활의 장점으로 "예전에 쓸데없는 짓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지금은 생산적인 일로 변한 것"을 꼽았다. 그가 자신의 책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에서 "무용한 것"이라고 표현했던 목욕, 요리, 차를 마시는 일은 그가 최저시급을 받으며 알바를 할 때도 사수하던 취미다. 현재는 모두 글의 소재가 되고 작가 생활에 필요한 일이 되었다. "책에서 무용한 것을 사랑한다고 표현했는데 무용하지 않아져서 조금 무색해지기는 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즐겁습니다. 하하."

그가 전업 작가로 살 수 있게 된 데에는 주변 작가의 도움도 컸다. 특히 가까운 친구이자 같은 여성 전업 작가인 이슬아 작가의 영향이 지대했다. "저는 이슬아 작가에게 엄청나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 인생을 결정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결정해야 하는 일에 10개 중 5개는 물어보는 것 같아요." 연재와 글방을 시작하게 된 데에도 이슬아 작가를 비롯해 동료 젊은 작가들의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

양다솔은 자신을 '작가'보다 '글쓰기 소상공인' 정도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나으니까"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작가라고 하기엔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 했다.

"글이라는 커다란 산 주변에 자리를 틀고 그 둘레에서 도토리 주워가며 묵 쒀가며 살겠다는 마음이에요. 가능하다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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