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분석 '엑소學'까지…SMCU 프리퀄 엑소, 10주년
K팝에 세계관 도입한 2.5세대 그룹…3·4세대에 영향
K팝계 프로슈머도 싹 틔워
대표곡 '으르렁', 보이그룹 퍼포먼스 수준의 격을 높여
9일 데뷔 10주년 팬 이벤트
![[서울=뉴시스] '엑소'. 2022.04.04.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4/03/NISI20220403_0000965979_web.jpg?rnd=20220403230354)
[서울=뉴시스] '엑소'. 2022.04.04.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신약의 도래를 알린 팀이기 때문이다. 에스파는 확실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콘셉트와 음악적 물성을 통해 K팝 메타버스의 신체적 골격을 완성해냈다. 2세대 K팝 그룹의 시작인 '동방신기'가 예명·본명을 결합한 네 글자의 이름으로 세계관의 틈을 여는 시도를 했으나, 엑소야말로 지금 유행하는 세계관을 K팝에 이식한 팀이다.
오는 8일 데뷔 10주년을 맞는 2.5세대 K팝 그룹으로 통하는 엑소가 3세대 K팝 그룹부터 본격화된 세계관의 시초를 다졌다는 것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세계관은 지적인 측면뿐 아니라 실천·정서적 측면을 아우르는 세계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철학 용어이던 세계관은 게임, 영화 등으로 넘어오면서 시나리오의 근간을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가리키게 됐다. 캐릭터부터 전반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뼈대다.
엑소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과감히 가져와 세계관을 K팝계에 뿌리내렸다. 팀명은 태양계 외행성을 가리키는 '엑소플래닛'에서 가져왔다. 엑소 세계관에서 멤버들은 이 행성에서 온 것으로 간주했다. 카이(순간이동)·백현(빛)·세훈(바람)·찬열(불)·디오(힘)·수호(물)·레이(치유)·시우민(결빙)·첸(번개)·크리스(비행)·타오(시간조정)·레이(치유), 멤버마다 초능력도 부여했다.
멤버 모두가 초능력과 기억을 잃어버린 뒤 지구에 불시착해 초능력을 되찾아가며 악의 무리를 물리친다는, 판타지 영웅 히어로물 서사를 가지고 출발했다. 특히 2012년 데뷔 전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한 23개의 티저를 통해 팬들이 직접 팀의 서사와 성격을 찾아가며 유추하는 형태의 시스템도 고착화시켰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최근 K팝 산업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인 '리-크레이티드 콘텐츠(Re-Created Contents)'의 주체인 프로슈머의 싹이 이 때부터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엑소 '으르렁' 활동 당시 모습. 2022.04.04.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4/03/NISI20220403_0000965980_web.jpg?rnd=20220403230919)
[서울=뉴시스] 엑소 '으르렁' 활동 당시 모습. 2022.04.04.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점을 발판 삼아 팬들 사이에서는 '엑소학(學)'이라는 용어까지 유행하며 엑소의 세계관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초창기부터 엑소의 팬덤 엑소엘로 활약해온 20대 초반의 여성 팬은 "공개한 티저로 콘셉트를 유추하는 것이 재밌었다. 대중이 '마블 유니버스'를 좋아하는 것처럼 엑소로부터 그런 흥미를 느꼈다"면서 "처음엔 세계관이 너무 어려웠다. 덕질을 이렇게 공부하듯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끈임없이 쏟아지는 떡밥에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면서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티저 공개를 통한 시각적 세계관 구현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팬들을 끌어들이는 결과도 낳았다.
엑소는 12인조 그룹으로 출발했다. 6명씩 나눈 유닛으로도 활동했다. 한국 활동이 기반인 엑소-K와 중국 활동이 기반인 엑소-M이었다. 한국 시장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이 물리적 구성은 '평행우주'라는 추상적 콘셉트도 머금었다.
놀라운 건 이 구성이 탄탄한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뉴시스] 엑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2.02 realpaper7@newsis.com](https://img1.newsis.com/2019/12/02/NISI20191202_0000439585_web.jpg?rnd=20191202135131)
[서울=뉴시스] 엑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2.02 [email protected]
예컨대 카이와 루한의 경우를 보면, 카이라는 이름은 한자 '개(開)'를 병음(Kāi)으로 쓴 것인데, 이 한자는 '열 개'자 로, 대칭이 되는 루한은 최초로 힘과 기억을 되찾아 다른 멤버들 을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식이다. 서성성 씨는 "카이와 루한이 엑소의 명실상부한 센터일 수밖에 없는 원인은 세계관 스토리의 핵심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설정은 시장의 부가 컨텐츠 상품 사업 확대 추세와 맞물려 대형 기획사로서의 콘텐츠파워를 기반으로 기획 당시부터 다양한 부가콘텐츠로의 확장을 염두한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설정은 아이돌 그룹은 물론 전 세계 그 어떤 공연분야 아티스트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이며 SM이 단순한 연예기획사를 넘어 콘텐츠사업을 아우르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SM 컬처 유니버스(SMCU)의 프리퀄이었던 셈이다.
'아이돌 전문 기자'인 박희아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는 "SM이 동방신기라는 팀을 론칭하면서 이름으로 세계관의 개념을 가볍게 보여줬다면, 엑소는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구체화시킨 결과물"이라면서 "엑소를 통해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스토리텔링을 담는 그릇처럼 쓰이게 됐고 많은 후배 그룹들이 벤치마킹하면서 K팝 역사에 중요한 아이돌 그룹 콘셉트 프로듀싱 사례로 자리잡았다"고 평했다.
다만 크리스·루한·타오, 중국인 멤버 3명의 탈퇴로 평행 우주 콘셉트가 사라지는 등 엑소의 세계관은 리부트됐지만 이 팀의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뉴시스] 엑소 백현. 2021.03.30.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3/30/NISI20210330_0000716516_web.jpg?rnd=20210330140825)
[서울=뉴시스] 엑소 백현. 2021.03.30.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아울러 멤버들이 교복을 입고 세련된 멜로디에 맞춰 오차도 없는 칼군무를 추는 '으르렁'(2013)은 K팝 그룹의 퍼포먼스의 격을 한 단계 높인 K팝 역사에 기념비적인 같은 곡이다. 원테이크 형식으로 촬영한 '으르렁' 뮤직비디오는 댄스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발표한 '중독' '콜 미 베이비' '러브 미 라이트' '코코밥' '템포' '러브샷' 등 역시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인정 받았다.
멤버 백현이 지난 2020년 솔로로서는 19년 만에 단일 앨범 판매량 100만장을 넘겼고 디오·세훈은 연기, 수호·시우민 등은 뮤지컬 등에서 활약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한 때 방탄소년단, 세븐틴과 함께 '엑방원'(엑소·방탄·워너원)또는 EBS(EXO·BTS·SEVENTEEN)으로 묶이기도 했다. 첸의 결혼, 군백기 등으로 인해 현재 기세가 다른 팀에 비해 덜하긴 하지만 엑소의 저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팀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팬덤은 더 단단해진 측면이 있다.
한 엑소엘 팬은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의 경우 새로운 팬들이 유입이 되면서 영한 느낌이 있는데, 엑소는 멤버들의 군입대로 인한 휴지기에도 굳건히 지키는 팬들이 있고 그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더 성숙해졌다. 엑소를 대하는 태도 역시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엑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1.24 realpaper7@newsis.com](https://img1.newsis.com/2019/11/24/NISI20191124_0000434860_web.jpg?rnd=20191124151705)
[서울=뉴시스] 엑소.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1.24 [email protected]
조혜림 플로(FLO) 콘텐츠 기획 매니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엑소에 대해 "초창기 열두 개의 능력으로 생명의 나무를 보호하던 엑소는 그 후 앨범마다 로고가 바뀌듯, 음악 스타일도 끊임없이 변화를 꾀했다"고 봤다.
"레게팝 댄스 '코코밥', 엑소의 최대 장점인 탄탄한 보컬라인을 증명하듯 아카펠라 구성이 눈에 뛰는 에너제틱한 곡 '템포(Tempo)', 평행 우주 콘셉트의 '파워(Power)', 그로테스크한 호러 컨셉의 '옵세션(OBSESSION)', 레트로 펑크로 섹시함을 내세운 '러브 미 라이트(Love me light)' 등 이 소년들은 단 한번도 새롭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번도 실망을 주지 않고 준수한 앨범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엑소는 아이돌들이 세계관을 갖게 한 시초였고 이제 단순히 세계관을 넘어 자신만의 장르와 스타일을 완성한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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