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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년 동안 매일 맞았다"…어느 이주여성의 SOS

등록 2023.11.2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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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 폭력에 시달리던 캄보디아 여성

여가부에서 운영하는 보호시설 도움으로 새삶

"참지 말고, 나처럼 주변에 도움 요청하세요"

[서울=뉴시스]한국인 남편에게 수 년 간 폭력 피해를 당한 후 이혼한 캄보디아 이주여성 A씨가 딸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 A씨는 최근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후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A씨 제공) 2023.11.25.

[서울=뉴시스]한국인 남편에게 수 년 간 폭력 피해를 당한 후 이혼한 캄보디아 이주여성 A씨가 딸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 A씨는 최근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후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A씨 제공) 2023.11.25.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매일같이 맞았다. 결혼생활은 무서웠고 지옥 같았다."

캄보디아 이주 여성 A씨(28)는 한국인 남편에게 수 년 간 폭력을 당해 이혼 후 홀로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A씨는 여성폭력 추방주간(11월25일~12월1일)을 앞두고 진행된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21살이던 2014년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자신보다 10살 많은 한국인 남성을 만나 결혼했다. 이듬해 A씨는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한국 생활은 폭력으로 얼룩졌다.

결혼 전 중개업소는 남편에게 가벼운 장애가 있다고 했으나 실제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알고 보니 남편은 지적장애 3급으로 일을 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생활하는 남편은 A씨에게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A씨에게 "야 이 XX야, 왜 이렇게 몸에서 냄새가 나냐, 집에서 나가라"는 등 온갖 언어 폭력을 했다고 한다. 임신 중에도 남편의 폭언은 계속됐다.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나가려 했으나, 시댁에서 한 달 용돈으로 주는 5만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언어 폭력은 곧 신체 폭력으로 이어졌다. A씨가 2015년 출산을 하자 남편은 아이를 꼬집는 등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를 왜 때리느냐고 따지자 저를 때리기 시작했다"고 A씨는 밝혔다. A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꼬집고 비트는 등의 신체 폭력은 한번 시작된 후 계속됐다. 몸 곳곳이 멍들었다.

남편의 폭력이 계속되자 A씨는 1살 된 아기를 들쳐 업고 집을 나갔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일주일 만에 들어왔지만, 남편의 폭력은 매일같이 계속됐고 어느덧 일상이 됐다. 그렇게 6년이 흘러 A씨는 점점 폭력에 무뎌졌다.

하지만 2021년 12월 남편이 아이에게 또 손을 대자 A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남편은 아이가 자기 콜라를 마셨다고 때렸다. 아이를 때리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이혼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다문화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다문화센터의 도움으로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에 입소했다.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은 가정폭력을 포함해 성폭력, 성매매 등 각종 폭력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과 그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곳으로, 여성가족부가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 33개가 있다. 피해 여성은 이곳에서 1년 정도 머무를 수 있고, 필요하다면 연장도 가능하다.

A씨도 이 시설에서 1년 9개월 가량 머물렀다. 센터의 도움으로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혐의로 남편을 고소해 승소하고 이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9월 퇴소했다. 그는 퇴소하면서 정부에서 500만원 가량의 자립지원금을 받아 아이와 함께 살아갈 새 둥지를 마련했다. 생활비는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 마련하고 있다.

A씨는 "남편이 때려도 방법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센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이혼을 하게 됐다"며 "돈은 부족해도 아이와 둘이 살아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을 당하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참지 말라", "나처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A씨처럼 폭력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인 남편에게 맞아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베트남 여성이 사망하기도 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 검거건수는 지난 6년간(2017년~2022년) 총 6613건에 달했다. 연평균으로 1100건의 폭력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2022년 기준 결혼이주여성은 31만명임을 감안할 때 이들 중 0.35% 가량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셈이다.
[서울=뉴시스]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대전시에 위치하는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의 내부. (사진=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제공) 2023.11.25.

[서울=뉴시스]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대전시에 위치하는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의 내부. (사진=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제공) 2023.11.25.


대전 소재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에서 근무하는 이선숙 상담사는 "이주여성들이 증가하면서 가정폭력을 당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이주여성들은 언어적인 문제 등으로 폭력 피해를 당해도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제로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피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고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호시설 입소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시설에는 폭력 피해를 당한 외국인 여성들이 입소할 수 있는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계비는 한국 국적의 자녀와 함께 입소한 이주여성에 한해 지원된다. 아이 없이 폭력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이나 취업비자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여성 등은 정부에서 생계비 지원이 되지 않는다.

이씨는 "생계비는 한 달에 1인당 28만원 정도 나온다. 지원을 못 받는 경우엔 시설 운영비에서 충당한다"며 "한국인 자녀 유무에 관계없이 폭력 피해 외국인 여성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주여성이 당하는 폭력 피해는 언어와 신체 폭력 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성폭력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의지할 곳 없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이같은 폭력의 강도는 훨씬 세게 다가온다"며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폭력피해가 발생하면 여성긴급전화 1366 또는 다누리 콜센터(1577-1366), 이주여성 상담소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응급상황시에는 112와 연계한 긴급구조도 가능하다.

다누리 콜센터와 이주여성 상담소에서는 다국어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언어 문제로 폭력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는 외국인 여성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주여성 상담소에서는 다국어 상담 뿐만 아니라 무료 법률 및 의료, 고용체류 상담 및 지원 등 연계지원도 가능하다.

여가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폭력 피해를 당한 외국인 여성들을 위해 상담소 및 다누리 콜센터를 통해 다국어 지원을 하고 있고, 보호가 필요한 경우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에도 입소할 수 있다"며 "폭력으로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 여성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제도를 확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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