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서 '성범죄물 사냥꾼' 변신 1년…"피해자들 마음 편해질 때 가장 보람"[인터뷰]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취임 1주년 인터뷰
국회의원에서 최연소 여성인권진흥원장으로 변신
"지난 1년간 디지털성범죄 등 피해 지원에서 성과"
"디지털성범죄 종사자 교육 및 양성 위한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사진=한국여성인권진흥원 제공)2024.03.31.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N번방 사건 같은 디지털성범죄물 피해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본인 영상이 전 세계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됐다고 생각해보세요. 극단선택을 시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영상물을 삭제해서 피해자분들이 마음이 편해지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29일 서울 중구 여성인권진흥원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여성진흥원은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으로,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시설 종사자 양성부터 '여성긴급전화1366' 운영,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1983년생인 신 원장은 2016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나이 33세로 자유한국당 최연소 당선자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전에는 청년 NGO 대표 등으로 활약했다. 41살인 현재도 국내 공공기관 최연소 기관장이다.
청년 국회의원에서 최연소 여성인권진흥원장으로 변신한 신 원장을 만나 지난 1년 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신 원장은 '취임 후 지난 1년 간의 성과가 무엇이냐'고 묻자 "지난 1년은 도전적인 한 해였다"며 "특히 폭력 피해자 지원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여성인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성범죄 피해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데, 지난해에는 24만5000건의 삭제를 지원했다. 전년도보다 14% 가량 증가한 수치다.
신 원장은 "2023년은 디지털을 매개로 한 불법 촬영이나 성폭력, 그루밍 등 신종 범죄가 기승을 부린 한 해였다"며 "그래서 진흥원도 디지털성범죄 폭력 피해 지원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불법촬영물은 인터넷사이트나 검색 엔진을 통해서도 유포되고, 불법 성인 사이트를 통한 유포가 심하다"며 "그것을 삭제하는 것이 피해자들의 치유·회복에 가장 중요한데,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사이트의 경우 삭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난해 불법성 증명 공문이라고 하는 새로운 삭제 기법을 발굴했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불법성 증명 공문'은 삭제 협조 요청을 무시하거나 각종 이유를 요구하는 해외 사이트들에 효과적으로 압력을 줄 수 있는 공문으로, 진흥원이 지난해 경찰청 협조를 통해 만들었다.
신 원장은 "불법성 증명 공문을 통해 지난해 삭제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은 7500여건에 달한다"며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여가부가 주관하는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성범죄물 삭제 지원 외에도 온라인 아동·청소년 성착취 상담 채널인 '디포유스'도 성과를 꼽았다.
그는 "성착취 피해를 입었거나 관련 상담을 원하는 아동·청소년이 상담 전화는 기피하지만 사이버상 상담을 선호하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2월 상담 채널인 '디포유스' 운영을 시작했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말 여가부 주관 적극행정 우수사례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소개했다.
5대 폭력 통합지원서비스도 성과로 꼽았다. 5대 폭력이란 스토킹·디지털 성범죄·권력형 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으로, 그동안에는 폭력 피해 종류별로 개별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폭력 피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신 원장은 "가정폭력에 성폭력이 동반되는 등 복합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복합폭력 피해 특성에 맞는 지원을 다각도로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1366센터 중 부산과 경기 두 곳에서 통합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흥원은 이외에도 스토킹 피해자 보호 및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성 폭력만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 남성에 대한 폭력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신 원장은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25%는 남성"이라며 "인터넷상에서 나체 사진 유포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몸캠피싱' 피해자들은 주로 남성들이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몸캠피싱 피해 남성들은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여성인권진흥원의 향후 과제에 대해서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정규직 인력 증원을 꼽았다.
신 원장은 "디지털성범죄의 경우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피해 영상을 소지하고 있다가 다시 유포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유포 피해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정규직 인원이 계속 사례들을 관리하면서 삭제를 지원해야 효율적이고 빠르게 삭제를 지원할 수 있다. 정규직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 종사자에 대한 교육 지원도 과제로 꼽았다. "성매매, 가정폭력, 성폭력에 대한 개별법은 있어서 이들 폭력 피해 지원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디지털 성폭력은 개별법이 없어서 종사자 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디지털 성폭력 지원 종사자들은 진흥원에서 자체 교육을 하고 있다"며 "삭제 전문 기술을 보유한 종사자 양성을 위해서는 연속적이고 상세한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마지막으로 취임 1주년을 맞아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진흥원장으로 오게 되면서 국회에서 여성 폭력 피해 지원을 위한 입법활동을 했던 경험과 언론활동 경험을 살려 폭력 피해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이유로 취임 후 언론대응을 위한 소통협력팀을 신설하고, 진흥원에서 제공하는 폭력 피해 서비스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며 "취임 1주년이라는 기회를 통해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저희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