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투병' 50대 가장…"장기기증" 바램 이루고 하늘로
20년 전 보그트 고야나기 하라다병이라는 희귀병 진단 받아
희귀질환에도 좌절하지 않고 가족·주변에 봉사하는 삶 살아
[서울=뉴시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정수연(52)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024.04.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희귀질환을 극복하고 주변에 베푸는 삶을 살았던 50대 가장이 뇌사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정수연(52)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강원도 평창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 씨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젊어서부터 선반 제작 회사에서 기계 설계 근무를 했다. 가정에서는 든든한 아빠이자 가장으로, 교회에서 오랜시간 동안 주차 봉사를 하며 남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하는 멋진 이웃 역할을 해왔다
20년 전 갑작스럽게 보그트 고야나기 하라다병이라는 희귀질환을 겪게 되었지만, 본인이 앓고 있는 병으로 좌절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것들을 베풀 수 있을까 고민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고인은 거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정 씨가 평소 이식을 받지 못하고 힘들게 투병하는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나중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처음에 뇌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정 씨의 바램대로 기증을 통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정 씨가 기뻐하리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정했다.
정 씨의 아내 김미영 씨는 "자기야. 자기는 나에게 가장 다정한 친구였고, 날마다 같이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게 아쉬워"라며 "아픈데도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 애들 아빠로서 살아준 게 너무 자랑스러워"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게 되면 나를 제일 먼저 나를 맞아줬으면 좋겠어. 고맙고 정말 사랑해"라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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