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음, 직업으로서의 작사가…공감하는 작가로서의 서지음
엑소·레드벨벳·오마이걸·아이브 작업에 이어 조용필 곡 작사도
자신의 새 싱글 '010' 발매 앞둬
이젠 싱어송라이터 겸 뮤비 감독 타이틀도 가져
"'나는 창작해' 생각 오글…그냥 직업"
![[서울=뉴시스] 서지음. (사진 = 지음악단 제공) 2025.01.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6/NISI20250116_0001751499_web.jpg?rnd=20250116100959)
[서울=뉴시스] 서지음. (사진 = 지음악단 제공) 2025.01.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애초 작곡가의 꿈을 꿨던 그녀라 음악의 곡조(曲調)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작사가인 데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듣는 '공감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네 삶과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지도를 잘 읽어낸다. 그러려면 당사자가 깊어져야 하는데 서지음은 어릴 때부터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을 통해 간접 체험을 계속해왔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실감하기는 쉽지 않으니, 다른 텍스트 속을 운동장 삼아 감정 연습을 해온 것이다.
2012년 가수 하동균의 '가슴 한쪽'으로 데뷔한 이래 서지음에게 작사 의뢰가 몰리는 이유다. 자신이 아우를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인정하는 대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 깊이로 침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은 서지음의 전매특허다.
엑소 '으르렁', 소녀시대 태티서 '트윙클(Twinkle)', f(x)의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 러블리즈 '아츄(Ah-Choo)', 레드벨벳 '덤덤(Dumb Dumb)' '필 마이 리듬', 오마이걸 '살짝 설렜어' '던 던 댄스', 아이브 나르시시즘 3부작('일레븐'·'러브다이브'·'애프터라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가왕 조용필의 마지막 앨범인 '20' 수록곡 '왜'의 노랫말도 썼다.
갈수록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서지음은 이제 싱어송라이터로 불러도 무방할 행보도 보여준다. 숫자가 모티브가 된 싱글 '010' 발매를 앞두고 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서지음은 겸손한 프로 의식이 돋보이는 작사가이자,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많은 작가이기도 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조용필 선생님과 작업은 어떠셨나요? 어떻게 의뢰를 받으셨나요?
"앨범이 이번에 나오기는 했지만, 의뢰는 몇 년 전에 받았거든요. 여러분한테 작사를 맡기면서 운 좋게 저도 얻어 걸린 게 아닐까 생각해요. 실제로 뵀을 때는 가사의 전반적인 방향, 발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셨어요. 전 수정을 원하시는 만큼 다 해드리는 스타일이거든요."
-아이브, 레드벨벳 등의 노래에선 작사가님의 인장이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작사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작사는 멜로디를 따라가게 돼 있거든요. 멜로디가 거칠면 쓰는 말 자체도 많이 달라지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제 인장이 있다는 건 뿌듯한 일이에요. 제 목소리나 제 색깔을 알아봐 주시는 것도 감사한 일이죠. 일단은 회사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걸 넘어 아티스트가 이 노랫말을 불러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으면 하는 가사였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업도 마찬가지로 '조용필 선생님이 마음에 드셔서 불렀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정을 할 수 있었어요."
![[서울=뉴시스] 서지음. (사진 = 지음악단 제공) 2025.01.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6/NISI20250116_0001751500_web.jpg?rnd=20250116101019)
[서울=뉴시스] 서지음. (사진 = 지음악단 제공) 2025.01.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남의 입장이 잘 되는 편인 것 같아요. 뉴스를 보다가도, 짧은 영상을 보다가도 그렇고 당사자의 입장을 잘 생각해보는 거 같아요. 정말 저한테는 유리한 능력이죠."
-대중음악 작사로서는 최고의 능력인데요. 물론 타고나신 지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몰입 혹은 성향을 위해 따로 연마하는 부분이 있나요?
"만약 제가 그렇다면 그 이유의 절반 이상은 소설책을 읽어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인물이 돼 보는 경험을 많이 하거든요. 또 공상을 좋아해서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해요. 평소에 상상하는 걸 즐기죠."
-그것이 공감의 힘일 수도 있겠네요. 반대로 2021년에 발표하신 '타임 투 고 투 베드(Time 2 Go 2 Bed)'는 작곡까지 하신 싱어송라이터로서 본인의 노래잖아요. 이런 노래의 경우엔 표현 과정이나 작사 방법이 다를 듯합니다.
"상당수가 들어오는 멜로디에 가사를 입히거나 제안하는 콘셉트에 맞춰 가사를 쓰죠. 근데 살다 보면 가사나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메모해 놓는데 그걸 노래로 만들게 된 케이스예요. 제 곡 작업을 할 때는 가사가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고, 아이디어를 토대로 가사에 맞춰 음악을 만들죠."
-작년 12월 발매된 그룹 '오마이걸' 멤버 효정 씨의 솔로곡 '크리스마스 야간열차'는 작사뿐 아니라 작곡에도 참여하셨잖아요. 이 곡은 어떤 경우인가요?
"효정 씨가 곡을 쓰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예전부터 기타 치면서 곡 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한번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곡 잘 쓰는 친구들이 있는데, 같이 한번 곡을 만들어 볼래?'라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해서 다 같이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곡을 썼는데 이번에 나온 곡이 그 노래예요."
-이런 작곡 작업이 작사가님 작사 작업에 어떤 시너지가 되나요?
![[서울=뉴시스] 서지음. (사진 = 지음악단 제공) 2025.01.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6/NISI20250116_0001751501_web.jpg?rnd=2025011610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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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싱어송라이터 서지음이라는 수식도 다시게 된 거군요.
"사실 앨범이 나왔어야 됐거든요. 다 준비는 돼 있는 상황이에요. 뮤직비디오도 두 개나 찍었어요. 제가 또 감독, 편집도 했죠. 그런데 국가 분위기 등 여러 사정이 있어서 뒤로 미뤄졌어요."
-싱글인가요? EP인가요?
"싱글인데요, 세 곡이 들어가고요. 특별히 활동 계획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내고 싶어서 내는 거예요. 싱글 제목은 '010'이고 타이틀곡이 두 곡이에요. 각 곡 제목은 '억지로'와 '소원'이죠. 다른 노래 제목은 '공백'이에요. 곡에 010이 다 들어가요. 기호학 같기도 한데, 제가 말장난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숫자를 몇 개 모아서 싱글을 내보자는 생각은 갖고 있었어요. 근데 만들어 놓은 곡 중에 0, 1, 0이 딱 있길래 이거 세 개를 모아서 010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겨울 느낌이 나는 곡들이 있어서 더 빨리 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가사만 쓸 때는 아이디어 같은 게 떠올라도 그걸 막 전달 드리면 월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우선 가사 쓰는 사람이니까요. 다만 '이런 거 저런 거 재밌겠는데' 상상은 막 해봐요. 제 곡 작업을 할 때는 그런 상상을 구현할 수 있으니까 너무 재밌죠. 그래서 바쁜 가운데도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요."
-작사가 서지음은 프로로서 좀 절제된 측면이 있고, 싱어송라이터 서지음은 좀 더 즐기는 측면이 강하네요.
"네 맞아요. 제 곡 작업은 사실 취미라고 생각하면… 취미는 못 해도 되잖아요. 그런데 작사를 할 때는 정말 프로라는 자세로 임하기 때문에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 하거든요. 좀 더 채찍질을 하는 편이에요. 어느 정도 스스로한테 기대치도 있죠 사실 작사 외적인 부분을 할 때는 '엄청 멋진 걸 내놔야 돼'가 아니라 좀 더 편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업계에 오래 몸 담았다 보니까, 경험이라는 걸 무시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무엇을 하든 서로서로 상호 보완이 돼요."
-그렇게 작사가님의 음악 세계가 넓어지면 그 만큼, 작사도 더 좋아지니까요. 다양한 활동이 작가적 능력을 끌어올려 주는 데도 도움이 되는 거네요.
"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작업 중 90% 이상이 아이돌 곡이에요. 그간 제가 아이돌 입장에서 해야 할 말들을 써왔다면, 이제 진짜 제 속에 있는 얘기를 끄집어내는 것도 해보고 싶어서 계속 이런 저런 작업을 할 것 같긴 해요. 사실 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라… 근데 말수는 되게 적거든요.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소셜 미디어를 하지도 않고 활발하게 누구한테 막 얘기를 막 잘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속에 할 말은 굉장히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라 이걸 풀 창구가 하나는 필요해요. 예전에는 주로 혼자 글을 쓰면서 풀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가사 쓰는 직업을 하다 보니까 글도 가사처럼 나오더라고요. 이 말들을 아마 앞으로 노래로 내지 않을까 해요."
-에세이('낭만이 나를 죽일 거예요')도 내셨잖아요. 말씀 들고 있으면, 소설을 쓰셔도 잘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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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또 협업 시스템으로 인한 분업이 잘 돼 있는 분야잖아요. 작사가님은 K팝에서 작사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신 분 중 한명이죠. 그 부분에 대해 뿌듯함도 많이 느끼실 거 같아요.
"저는 그런 사람 중 한명이 아닐 거예요. 저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신 분들이 많으니까요. 전 운이 좋았어요. 데뷔 초반부터 사실 유명한 노래들이 많이 나왔어요. 근데 너무 신기했던 게 유튜브 찾아보면 한국어 가사를 외국 분들이 엄청 많이 따라 부르고 계신 것이 신기하고 뿌듯했어요."
-작사가님 노랫말은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네가 쿵하고 떨어진 자리 / 누군가 쓱하고 그려놓은 그림 / 이건 분명히 러브(Love)"(레드벨벳 '레인보우 할로' 중)인데요. 작사가님의 작가절 기질이 들어간 대목이라고 감히 추정도 하고요. 작사가님 개인적으로는 작가적 기질이 가장 들어간 본인 작사 K팝 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엑소 노래에 문학적인 감성을 담아서 쓴 수록곡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나비소녀'라든지, '블랙펄(Black Pearl)'이라든지 서정적으로 쓴 가사들이 많죠. 오마이걸 곡들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저답게 썼어요. 엑소 곡들, 오마이고 곡들을 쓸 때는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편하게 썼던 것 같아요. 제 문학소녀의 기질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거든요. 타이틀곡은 아무래도 많은 대중들의 귀에 딱 꽂혀야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직관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로 다가가는 반면 수록곡은 하고 싶은 대로 쓴다는 느낌을 더 가져요."
-개인적으로는 작사가님이 히트곡을 많이 쓰셨고, 눈에 띄는 외모도 갖고 계셔서 문학적인 가사들이 비교적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어요. 감각적인 부분이 특히 부각됐다고 할까요.
"사실 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한 거 같아요. 제가 쓴 가사들의 뜻을 잘 캐치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것만으로 감사하죠. 사실 '나는 작가야. 나는 창작해'라는 생각을 갖고 거드름을 부리는 건 오글거려요. 그런 생각도 별로 없고요.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전 작가는 아니에요."
-그런 겸손함이 롱런하는 비결 같기도 해요. 직업인으로서 쉬지 않고 일해오셨는지 지치지는 않으셨어요?
"초반엔 좀 많이 지쳤어요. 거의 지친 상태로 작업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저를 너무 몰아붙였거든요. 근데 그 때는 사실 약간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내가 보여준 거 몇 개 있는데, 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못 해내면 도태되는 거 아닌가. 잠깐 반짝하고 끝나는 거 아닌가' 고민이 컸죠. 제가 너무 초반에 잘 됐잖아요. 태티서 '트윙클', 엑소 '으르렁'이 큰 반응을 얻었지만, 스스로를 의심했나 봐요. 불안하고 더 피폐해졌죠. 지금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아요.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해요. 사실 '지금 상황에서 그때로 돌아가면 편안하게 할 수 있겠나'라고 생각하면 예전과 비슷하게 하지 않을까 해요. 당시엔 굉장히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까 다 인정이 되더라고요. 노래 듣는 걸 굉장히 좋아했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서 노래를 찾아 듣지 않기 시작한 것도 스스로 용납이 되지 않았는데, 이젠 이해가 가요.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구나. 그러니까 그게 일이 됐구나. 그만큼 열심히 한 거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과거에 대한 제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까 오히려 편안해졌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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