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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김강우 "연기자·관객 모두에게 '잔인한 연극'"

등록 2025.02.11 1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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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건 용의자의 아버지 '에릭 무어' 역

"붉은 낙엽은 아버지의 정을 다룬 이야기"

"관객들 극 안에서 함께 걸어 다니길 바라"

"조명 켜지는 순간 느낌, 무대 계속 찾게해"

[서울=뉴시스] 연극 '붉은 낙엽'에서 '에릭 무어'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 공연 모습(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2025.0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극 '붉은 낙엽'에서 '에릭 무어'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 공연 모습(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2025.0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무대에 서는 순간은 제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으면 떨려서 못 서요. 캐릭터가 아닌 김강우로 올라가면 떨리는 거예요. 커튼이 닫혀 있는 동안 '에릭 무어'가 됐다고 계속 혼자만의 주문을 거는 거죠. 그러면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

배우 김강우(47)가 연극 '붉은 낙엽'으로 약 8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연극은 미국의 추리소설 대가 토머스 H.쿡(Thomas H. Cook)이 펴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웃집 소녀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아들과 이로 인해 흔들리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는 용의자로 지목된 아들 '지미 무어'의 아빠인 '에릭 무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지난 10일 예술가의집에서 만난 김강우는 이 작품에 대해 "대본을 받았을 때 만해도 어려운 줄 몰랐다. 대사가 많은 건 알았지만 감정 변화와 심리 상태를 무대 위에서 이 정도로 깊이 있게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습하면서 산봉우리를 하나씩 넘는 느낌"이라며 "대사량에 비해 연습 기간이 좀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혼자 만의 아쉬움을 갖고 공연에 오른다"고 했다.

김강우는 에릭 무어의 내면을 묘사하는 과정을 파도에 비유했다.

그는 "장면전환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사건과 심리 변화가 파도처럼 밀려온다"며 "의심이 의심을 낳는다는 게 핵심 주제이기 때문에 점점 표현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해 작은 의심이 결국 확신으로 가는 감정을 나름대로 쪼개서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연극 '붉은 낙엽'에서 '에릭 무어'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 공연 모습(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2025.0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극 '붉은 낙엽'에서 '에릭 무어'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 공연 모습(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2025.0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아버지의 정'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김강우의 생각이다.

그는 "끝까지 아들을 의심했다고는 하지만 끝까지 지켜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아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고, (범인으로) 정말 형(워렌 무어)을 의심할까 싶지만 사람이라면 백번 물어도 자식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그게 사랑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내게) 아이가 없었다면 에릭 무어의 감정을 100%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공연 연습을 하면서 제 머릿 속에 매칭을 한다"며 "지미 무어의 얼굴을 보면 아이들 얼굴이 어른어른 보이는 느낌이라 항상 믿어줘야겠다"고 했다.

이 작품이 연기자와 관객 모두에게 '잔인한 연극'이라고도 했다.

김강우는 "제 캐릭터는 2시간 동안 퇴장 없이 사건이 이어지고 인물을 만나고 쉴 틈이 없어서 30초도 안 되는 암전 때 물 한 모금 마시고 공연한다"며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고 했다.

또 "관객에게도 쉴 틈을 안 준다"며 "공연하다가 부스럭 소리만 들려도 굉장히 크게 들리는 공연이라 보시는 분들도 힘드실 텐데 그만큼 재밌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강우는 범인을 쫓기보다 인물이 풀어내는 내면에 집중하라고 귀뜸했다.

그는 "관점에 따라서 재미를 추구하는 게 다르겠지만,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다룬 연극에서 제일 바라는 지점은 관객들이 극 안으로 들어와 저와 함께 걸어 다니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극을 보는 재미가 절반"이라고 했다.

이어 "사건만 쫓아간다면 재미와 작품이 가진 장점을 오롯이 느끼시질 못할 것"이라며 "에릭 무어가 느끼는 감정,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지면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서울=뉴시스] 연극 '붉은 낙엽'에서 '에릭 무어'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 연습 모습(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2025.0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극 '붉은 낙엽'에서 '에릭 무어'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 연습 모습(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2025.0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에게 있어 무대의 매력은 관객들의 반응이라고 한다.

"100m 달리기하기 전 가슴이 쿵쾅거리는 느낌이에요. 가장 큰 매력은 관객들의 반응을 바로 보는 거죠. 무대에서 제가 제일 행복할 때는 조명이 탁 떨어졌을 때예요. 시작할 때의 그 느낌이 계속 무대를 생각나게 해 평생 하고 싶죠."

연극 '붉은 낙엽'은 3월 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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