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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金) 투자 열풍…'묻지마 투자' 우려도

등록 2025.02.19 16:36:53수정 2025.02.21 14: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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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금 투자 열풍은 투자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유혹할 만큼 뜨겁다. 올 들어 이달 중순까지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 금액은 400억원을 넘어서며 지난해보다 20배 더 팔렸다. 폭발적인 수요에 급기야 한국조폐공사가 상당수 은행에 골드바 공급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금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수익이다. 금값은 그야말로 '금빛' 행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폭발적인 오름세에 이어 금값은 올해만 12% 올라 트라이온스 당 3000달러에 육박했다. 불과 몇개월 전에 40만 원대 후반이던 금 한돈 값은 이제 60만원에 가깝다.

그러나 냉철한 분석을 통한 투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금 투자 광풍에는 '포모' 현상도 거론된다. '포모'는 자신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뜻한다. 가상자산부터 미국 주식까지 지인들의 투자 성공 사례가 영웅담처럼 퍼지며 금 투자를 자극한다는 얘기다.

재테크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거 아니냐"는 불안감에 금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지나친 금 사랑에 국내 금 시세가 국제 금값보다 20% 가량 더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형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오를대로 오른 금값의 추가 상승이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최근 금값 상승은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국가들의 적극적인 금 매입에서 비롯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불안,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금 수요를 자극했다.

하지만 신흥국들이 금 매입을 중단하거나, 한꺼번에 팔아치우기라도 하면 거품이 꺼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전쟁이 중단되고, 글로벌 무역 마찰까지 줄어든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며 달러값이 오른다면? 최근 금을 사들이기 시작한 투자자들은 상상도 하기 싫은 미래일 수 있다.

금값이 떨어지면 장기간 반등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상투 잡으면 '존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값은 2012년까지 트라이온스당 1900달러 대였지만 2013년 하락 전환한 후 2019년까지 횡보했다. 투자자들은 6년을 인내해야 했다. 잠시 반등한 금값은 또 다시 2022년부터 1년간 하락해 시장 전망을 완전 빗나간 경우도 있다.

여기에 다른 자산 투자보다 실제 가져가는 수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금값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2.1배 올랐지만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2.4배로 더 뛰었다. 주식 보유에 따른 배당까지 더하면 수익률 차이는 더 커진다. 한국은행 역시 같은 이유로 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값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도 상승폭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 투자에 고민 중인 신규 투자자라면 뛰어들어 한몫 잡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란 두려움보다 금값이 앞으로 더 반등할지 내릴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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