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 선제타격…중동 확전 기로, 트럼프 외교해법 좌초(종합2보)

이스라엘 새벽 공습…"핵·군 시설 수십개 타격"

네타냐후 "이란 위협 제거까지 며칠 지속할 것"

이란 대규모 보복 전망…"지역 전쟁 발발"

트럼프 직전까지 "외교적 해결 입장 유지"

[테헤란=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이 발생한 직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2025.06.13.

[서울=뉴시스] 권성근 신정원 문예성 김예진 박미선 김승민 기자 = 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이란을 선제 공격하면서 양국간 긴장이 전면전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타격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정밀한 합동 공세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큰 타격을 입은 이란은 반격에 나섰다. 외교 협상을 통해 이란 핵 문제 해법을 찾으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새벽시간 동시다발 공습…"이란 핵무기 프로그램 파악돼" 주장

뉴욕타임스(NYT) 등은 테헤란 시간 기준 이날 오전 3시30분께 "테헤란에서 연이은 폭발음이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방송 등은 테헤란 일대가 불길에 휩싸인 장면을 내보냈다.

테헤란 이외에 군사시설이 위치한 이스파한, 아라크, 케르만샤 등지에서도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파악됐다.

IDF는 공습 직후 성명을 통해 "공군기 수십 대가 이란 여러 지역에 있는 핵 관련 시설을 포함해 수십 개의 군사 목표물을 공습하는 선제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작전명은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s)'다.

이스라엘은 핵 시설과 군 지휘부, 핵 과학자를 겨눈 정밀 타격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란이 수일 내에 핵폭탄 15개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자국과 국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므로, 중동 핵 전쟁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IDF 관계자는 "정보당국이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위한 비밀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현재 이란은 핵폭탄을 신속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원자재를 확보했다"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 "(공격 목적은) 핵 인프라, 탄도미사일 공장, 군사능력 타격"이라고 강조하며 "이란 핵농축 프로그램의 심장부 '나탄즈'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테헤란=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북부의 한 주거 단지 폭발 현장에서 한 소방관이 동료들을 급하게 찾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개시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2025.06.13.

그러면서 "작전은 이스라엘 생존에 대한 이란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만큼 며칠간 계속될 것"이라고 공세 지속을 예고했다.

IDF도 성명과 언론 인터뷰에서 이날 공습을 '1단계', '첫번째'로 표현해 후속 작전을 전제하고 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세계 각국 정부에 전화해 이날 작전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란 대규모 보복 전망…이스라엘 전국 비상사태 선포

이스라엘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전격 공습을 감행하면서 이란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전면전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테헤란 시간 기준 오전 5시20분께 민간인 12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TV는 후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 고위 관리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핵 과학자 2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테헤란 인근 군사시설 최소 6개소와 군 지휘관용 안전가옥 2개소, 기타 주거용 건물 등이 광범위하게 공격받았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스라엘은 수년간 이란군 지휘부와 핵 과학자들을 차량 폭탄, 로봇 등으로 개별 공격했으나, 오늘의 공습은 이러한 인력을 대량 학살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반격 전개 상황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사실상 전면전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습 직후 "이란 전투기들이 이륙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오전 5시40분께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 입장을 보도했다.

이란 군사전문가 메흐디 라흐마티는 "지역 전쟁 발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헤즈볼라, 후티반군,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 동맹 세력의 지원을 언급했다. 베스 샌너 CNN 보안분석관도 "훨씬 더 큰 규모의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테헤란=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북부의 주거 단지 폭발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개시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2025.06.13.

전국에 특별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스라엘은 이날 오전 3시를 기해 전국의 학교와 비필수 분야 작업장을 폐쇄하고 집회를 금지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의) 즉각적 미사일·드론 공격이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핵협상 2일 전 공격개시…美, 이란 보복시 대응 고심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왔던 외교적 해법인 이란 핵 협상 구상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수차례 공언하기는 했지만, 15일로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협상이 결렬된 뒤에 군사적 행동에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3일 공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공습을 지난 9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전날인 12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시점에 대해서는 "임박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혀 군사적 행동에 선을 그었는데, 이스라엘은 결국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공습 직후 각료회의에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란이 미국에 보복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스라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란에 "미국의 이익과 인력을 표적으로 삼지 말라"고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6.13.

미 국무부는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에 모든 비필수 인력 출국을 지시했고, 바레인·쿠웨이트 등 인접국 비필수인력과 가족, 중동 주둔 미군 가족의 출국도 승인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해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할지 여부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NYT, CNN 등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는 약 4만명의 미군이 주둔하며 이스라엘을 포함한 역내 방어를 맡고 있다. 아라비아해에는 F-35전투기를 주력기로 하는 칼 빈슨 항공모함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