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식운항 2달 남은 한강버스…교통약자 승객의 한숨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일, 서울시의 시민 대상 첫 '한강버스 시승 체험'에 참여한 한 만삭 임산부를 만났다.
임산부로서 한강버스를 직접 타본 소감을 묻자 그녀는 "아직은 시범 운항이라서 자리 여유가 있지만 앞으로는 임산부를 위한 좌석도 따로 마련돼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좌석도 임산부에게는 조금 좁은 편이기는 하다"고 짚었다.
그녀의 말대로 현재 시범운항 중인 한강버스에는 임산부를 위한 좌석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좌석 간 폭도 당초 "노트북을 펼치고 베이글을 먹으며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약속과는 달리 노트북을 펼치거나 임산부가 앉기에는 다소 좁은 편이었다.
잠실 선착장에서 내려서도 임산부 승객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배를 부여잡고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선착장에서 이어지는 계단을 겨우 겨우 오르는 그녀의 표정에 고단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괜찮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임산부는 "솔직히 너무 힘들다. 임산부에게는 선착장까지 걸어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며 "잠실 선착장에서 (잠실새내)역까지는 거리도 있다보니 (교통약자를 위한) 환승버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한강버스의 환승 편의성에 대한 지적은 이미 예전부터 나왔다. 선착장 대부분이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등과 떨어져 있고, 역이나 정류장까지 가는 길도 모두 야외에 노출돼 있어 날씨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기자가 직접 가본 잠실 선착장은 인근 잠실새내역까지 도보 15분가량 걸렸으며, 역에서 거리가 가장 먼 압구정 선착장은 최대 도보 22분까지도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최고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기습 폭우가 이어지고 있는 올 여름 서울 날씨를 고려하면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시는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 노선을 신설 및 조정하거나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환승편을 보완한다는 방침이지만, 선착장에서 내려 환승 버스를 타러 가는 길도 오르막이나 흙길이 많다 보니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에겐 녹록지 않아 보였다. 또 선착장 인근에 배치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교통약자들에겐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오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을 두 달여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강버스가 실제 '출퇴근용'으로 활용 가능한지에 대해선 아직도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특히 한강버스 및 선착장 조성 과정에서 임산부와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에 대해선 더욱 의문이 남는다. 서울 시내로 출퇴근하는 시민 중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로 향하는 임산부와 휠체어를 타고 직장으로 향하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는 9월 한강버스가 관광용 유람선이 아닌 진정한 '대중 교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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