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컬렉터를 노린다”…미술 사기 매뉴얼[박현주 아트클럽]
위작부터 피싱까지, 아트시가 밝힌 '다섯 가지 덫'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023 키아프 서울 전시 전경. 2023.09.07.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9/07/NISI20230907_0020026365_web.jpg?rnd=20230907145048)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023 키아프 서울 전시 전경. 2023.0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술 시장은 화려하다. 그러나 그 뒤편에는 어떤 덫이 숨어 있을까?
“싸게 준다”는 말은 달콤하지만, 그 순간부터 이미 사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진짜 좋은 그림은 가격을 깎지 않는다는 말처럼, 미술품 거래 세계에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어쩌면 가장 냉정한 진실이다.
국제 미술 플랫폼 아트시(Artsy)가 최근 발표한 '5 Art Scams Every Art Buyer Should Know-and How to Avoid Them'은 미술 시장에 만연한 사기 유형 다섯 가지를 조목조목 짚으며, 수집가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예방책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이우환 등 거장들의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번 가이드는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의미심장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술 사기는 ‘시장 구조의 투명성’ 문제와 직결된다. 결국 수집가·갤러리·경매사 모두가 프로비넌스 검증, 감정 시스템 보강, 계약 절차의 투명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된다.
위작(Forgeries)
실제 사례로 2024년 이탈리아에서는 클림트, 달리 등 거장 이름을 도용한 위작 2100여 점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추정 가치만 약 2억6500만 달러. 위작은 단순한 개인 피해를 넘어 시장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범죄다.
▶예방책: 작품의 프로비넌스(provenance, 소장 이력)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급한 감정서를 확인하고, 작가·갤러리가 제작한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é)와 대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피싱(Phishing)
대표적으로 “피카소 원화를 단독 판매한다”거나 “은행 계좌를 긴급 변경했다”는 식의 공지 메일이 있다. 실수로 송금했다가는 작품도 돈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예방책: 이메일만 믿지 말고 반드시 전화를 통한 교차 확인을 거쳐야 한다. 송금 계좌는 반드시 구두로 확인할 것. 작은 ‘레드 플래그’라도 보이면 즉각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상책이다.
가짜 구매자(Fake Buyers)
▶예방책: 유명 인사를 내세운 거래일수록 제3자의 검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계약서 서명, 결제 조건, 대리인의 신원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조건이 지나치게 유리하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미끼 상품 & 바꿔치기(Bait-and-Switch)
▶예방책: 반드시 갤러리나 판매처에 직접 방문해 작품을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작품명, 이미지, 크기, 가격을 상세히 명시하고, 사후 변경이 불가능하도록 조항을 넣는 것이 안전하다.
가격 사기(Pricing Scams)
▶예방책: 공식 유통처 시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운송·보험·세금 내역은 투명하게 증빙을 요구하고, 지나치게 ‘싼 가격’에는 반드시 의심의 눈초리를 가져야 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한국현대미술 대표 작가인 김창열의 첫 대규모 회고전을 21일 개막했다. 2025.08.2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8/21/NISI20250821_0020941887_web.jpg?rnd=20250821134505)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한국현대미술 대표 작가인 김창열의 첫 대규모 회고전을 21일 개막했다. 2025.08.21. [email protected]
결론: 성급함이 가장 큰 적
“Due diligence, due diligence, due diligence(꼼꼼한 확인)”.
사기꾼들이 노리는 건 늘 ‘성급함’이다. 진정한 컬렉터라면 좋은 작품 앞에서조차 성급해지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갤러리·경매사와 거래하고, 의심되는 순간 거래를 멈추는 것이 최선의 방어다.
미술품은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더 예민한 자산이다. 작품 하나가 평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러니 “싸게 준다”는 말이 들리는 순간, 오히려 더 비싸게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림은 ‘가격’으로 사는 게 아니라 ‘진가’로 사는 것임을 잊지 말자. 결국 예술에서 가장 값진 태도는, 가격을 깎는 게 아니라 눈을 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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