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임영웅 공연·코시 티켓 싹쓸이…교사·공기업 직원 등 암표 팔이(종합)

등록 2025.11.06 14:56:49수정 2025.11.06 15:04:1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17개 암표업자 세무조사 착수…민생침해 탈세 엄단

프로야구·K팝공연 입장권 등 수십배 웃돈받고 판매

기업형업자, 공공기관 직원, 교사 등 조사 대상 올라

'매크로 프로그램' 팔고 차명계좌로 세금 회피하기도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아 이득을 챙겨 온 암표업자들의 탈루 행위 근절을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11.0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아 이득을 챙겨 온 암표업자들의 탈루 행위 근절을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11.0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1. 암표상 A씨는 주요 티켓 판매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K팝 아티스트 공연이나 뮤지컬, 프로야구 경기 입장권을 취급하며 폭리를 취해왔다.

인기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결승전과 같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 티켓은 암표상을 거쳐 가격이 수백만원까지 치솟았다. A씨는 인기 공연의 경우 입장권 정가 대비 약 15배에 달하는 240만원에, 주요 프로야구 경기는 10만원 수준인 입장권을 200만원 가량으로 재판매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암표를 정가 대비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해왔지만 정작 수익은 실제보다 적게 신고해 납세 의무를 회피했다. 지속적으로 신고 소득 수준 대비 과다하게 신용카드를 지출한 사실이 과세 당국에 포착됐고,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8억원 상당의 예금·부동산 등을 축적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렇게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사재기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수십배의 웃돈을 붙여 판매한 암표업자들이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국민 개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으며' 이득을 챙겨 온 암표업자들의 관행적인 탈루행위에 주목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최근 한 블로그에는 프로야구 암표를 판매해 몇 달 만에 1500만원을 벌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렇게 팬덤 문화와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에 편승한 암표상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면서 스포츠 경기나 K-팝 아티스트 공연 티켓을 구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요 티켓 거래 플랫폼에서는 판매 인원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400여명이 전체의 절반 가까운 거래를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웅 공연·코시 티켓 싹쓸이…교사·공기업 직원 등 암표 팔이(종합)




국세청은 상위 1% 판매자의 인당 연간 판매 건수인 280여건을 크게 상회해 탈루 혐의가 짙은 17개 업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수년간 4만건 이상의 주요 입장권을 확보한 뒤 정가의 최대 30배 가량에 이르는 폭리를 취하며 200억원이 넘는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대상에는 체계적인 전문조직과 협력업체를 갖춘 기업형 암표업자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근무자나 사립학교 교사도 있었다.

공적 책임감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을 저버린채 공공기관 직원은 3억원, 사립학교 교사는 4억원 가량의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중고거래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판매 내역이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대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뒤 '판매 완료' 처리를 하지 않은 채 티켓 판매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의도적인 수익 은닉 행태도 보였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만원 관중. 2025.10.27.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만원 관중. 2025.10.27. [email protected]


이와 함께 국세청은 예매사이트에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예약 링크'를 판매하는 업자들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렸다.

B업체는 1인당 예매 입장권 수가 제한된 티켓 예매처의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과 10여개가 넘는 사용자 계정을 활용해 수개월간 1200여건에 이르는 암표를 대리 구매했다. 유명 발라드·트로트 가수의 공연, 뮤지컬, e스포츠·배구 경기 등 다양한 문화 행사 입장권을 취급했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대기열을 우회하는 예약링크를 예매 희망자에게 직접 판매하며 단속을 피하고 차명계좌 등으로 돈을 받아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는 민생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사안의 파급력과 시급성을 감안해 암표업자들의 수익 내역과 자금흐름, 은닉재산 유무 등을 신속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덕수 국장은 "금융추적,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 가용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암표 판매와 관련된 현금 거래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정당한 세금을 추징해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암표상을 상대로 한 국세청의 첫 대규모 세무조사 사례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최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밝힌 '민생침해 탈세 엄단' 방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순수한 팬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온 대표적 민생침해 업자인 암표상들에게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민생침해 탈세는 끝까지 추적해 확실한 불이익을 주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영웅 공연·코시 티켓 싹쓸이…교사·공기업 직원 등 암표 팔이(종합)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