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대신 서가로"…서울에 남은 '셀프 영화관' 가보니[출동!인턴]
등록 2026.08.03 06:00:00수정 2026.08.03 06:05:27
![[서울=뉴시스]강건우·이지윤 인턴기자 = 서울 중구 오재미동 내부에 다양한 장르의 DVD가 진열돼 있다. 2026.07.30.](https://img1.newsis.com/2026/08/01/NISI20260801_0002201853_web.jpg?rnd=20260801164627)
[서울=뉴시스]강건우·이지윤 인턴기자 = 서울 중구 오재미동 내부에 다양한 장르의 DVD가 진열돼 있다. 2026.07.30.
"DVD 5100편이 기다리는 충무로 지하"
한국 영화 산업의 상징인 충무로 지하에는 20여 년째 관객들이 직접 영화를 고르고 감상하는 공공 영화 문화 공간이 운영되고 있었다.
2004년 문을 연 오!재미동은 원하는 DVD를 직접 골라 28석 소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공 영화 문화 공간이다. 대관료는 3시간 기준 5만~8만 원. DVD 아카이브 외에도 2700여 권의 영화·예술 서적 열람 공간, 신진 작가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영상 편집실과 장비 대여실까지 갖추고 있다. 일평균 방문객은 약 200명. 그중 절반가량이 단골이다.
이 공간은 한때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서울영화센터 개관을 이유로 운영 종료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곳을 거쳐 간 영화인과 시민들이 서명운동과 기자회견, 공개 포럼을 이어가며 반발했고, 결국 예산이 부활해 올해 1월 재개관했다. 22주년이다.
![[서울=뉴시스] 강건우·이지윤 인턴기자 = 인턴기자가 오재미동 개인 감상석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2026.07.30](https://img1.newsis.com/2026/08/01/NISI20260801_0002201855_web.jpg?rnd=20260801164723)
[서울=뉴시스] 강건우·이지윤 인턴기자 = 인턴기자가 오재미동 개인 감상석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2026.07.30
오!재미동 관계자는 "시민들이 오!재미동을 계속 찾는 이유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경험을 특별한 공간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전시, 영화 교육, 창작지원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를 매개로 사람들이 연결되는 공공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자도 이날 서가에서 또 다른 폴란드 거장 크시슈토프 키에슬롭스키의 '데칼로그'를 꺼냈다. 국내 어떤 OTT에서도 서비스하지 않는 작품이다. DVD를 직접 골라 직원에게 건네고, 헤드폰을 쓰고 모니터 앞에 앉기까지의 과정은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썸네일을 누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오!재미동 관계자는 "영화 애호가들은 DVD 같은 아날로그적인 매체를 통해 좋아하는 영화를 손으로 만진다는 감각을 느끼며 영화와 더 가까워진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없는 영화가 없다"…상암의 4만 편 무료 아카이브
![[서울=뉴시스] 강건우·이지윤 인턴기자 =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 입구. 2026.07.30](https://img1.newsis.com/2026/08/01/NISI20260801_0002201856_web.jpg?rnd=20260801164800)
[서울=뉴시스] 강건우·이지윤 인턴기자 =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 입구. 2026.07.30
최신 흥행작부터 절판된 고전, OTT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독립·예술영화까지 갖추고 있다. 78만여 점에 이르는 시나리오·포스터 등 문헌 자료도 비치돼 있어 감상 후 관련 자료를 뒤적이는 재미도 있다. 지하 1층 400석 규모의 극장에서는 고전·명작 영화를 상시 상영한다.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영상도서관을 찾은 한 40대 방문객은 "극장은 비싸고, OTT는 중간에 끊어서 보게 되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진득하게 감상할 플랫폼이 아니다"라며 "이런 도서관 형태의 관람은 PC방에 온 것 같으면서도 진지하게 영화를 탐구하다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DVD 모으는 게 취미였는데, 어느새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것으로만 보게 됐다"며 "보고 싶은 영화가 다양한데 극장에 걸려 있는 건 한정돼 있지 않냐. 여긴 없는 영화가 없다"고 했다. 이어 "구하기 어려운 옛날 영화를 DVD로 보니 어릴 적 비디오 대여점에 가던 때가 떠오른다"고 웃었다.
"관객을 영화의 주체로 만드는 공간"
![[서울=뉴시스] 강건우·이지윤 인턴기자 = 시민들이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 개인 감상석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2026.07.30](https://img1.newsis.com/2026/08/01/NISI20260801_0002201857_web.jpg?rnd=20260801164816)
[서울=뉴시스] 강건우·이지윤 인턴기자 = 시민들이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 개인 감상석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2026.07.30
이어 "유실되거나 잊힌 영상 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과정은 영화사의 단절을 잇는 작업"이라며 "이런 공간은 영화 문화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다양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관객을 영화의 주체로 만드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오!재미동과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하나는 DVD 서가 앞에서, 다른 하나는 검색대 앞에서. 하지만 둘 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한 편의 영화를 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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