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잘못 걷은 세금이라도 바로 반환 안 돼…행정소송 거쳐야"
국가·지자체 상대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원심 "법적 근거 없는 부당이득"
대법 "위법 사유 중대하고 명백해야" 파기환송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과세당국이 세금을 잘못 걷었더라도, 과세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를 따져보지 않고서는 바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과세에 불복한다면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곧바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 자체를 다퉈야 한다는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한국산업은행이 대한민국(국세청)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국세청은 산업은행이 개설한 일부 계좌가 검찰 수사와 국세청 조사로 뒤늦게 차명계좌로 확인됐다며, 예치금의 이자소득에 대해 고율의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해 계산한 미납 세금과 지방소득세를 추가로 내라고 고지했다.
금융실명법 제5조에 따르면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 즉 비실명 자산의 경우 원천징수세율 90%인 차등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고지된 세금을 납부했지만, 세무 당국의 처분이 무효라며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예치금이 비실명 자산이 아닌 '단순차명계좌'라는 주장이다. 단순차명계좌란 실명 확인을 거쳐서 개설된 계좌로, 단순히 예금의 명의자와 실제 자금 출연자가 다른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환급청구권도 명의자에게 있다.
산업은행은 이같이 주장하며, 세금 납부 고지 자체에 대한 행정 소송 없이 피고들을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원천징수 대상이 아닌 소득에 관한 소득세의 경우 조세 채무의 성립과 확정이 이뤄졌다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봤다. 차등세율 적용 대상이 아닌데도 국가가 세금을 걷었다면, 잘못된 징수 처분에 따라 국가가 돈을 받아 간 것이니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과세가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고, 위법 사유가 중대하고 누구나 명백하게 알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세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과세관청이 정한 세액에 대한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해 당연무효에 이르지 않는 한 곧바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징수 처분에 대한 전심절차와 행정소송을 제기해 구제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과세당국이 예치금을 고율 과세 대상으로 잘못 판단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에 대해 추가로 심리하지 않고 납세 자체만으로 곧바로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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