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나타난 몸짱 산타들…"장기기증 절실" 퍼레이드[현장]

장기기증운동본부, 명동서 '나인(9) 퍼레이드' 행사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산타 복장을 한 스포츠 트레이너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나인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놔사 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나인(9)퍼레이드'는 지난 2015년부터 해마다 성탄절을 앞두고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열리고 있다 2025.1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김경민 인턴기자 = "한번만 용기를 내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거리. 온몸이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덮인 '몸짱 산타' 행렬이 등장하자 주변을 지나던 외국인 관광객, 상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빨간 산타 복장을 한 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상의를 벗은 채 근육질 몸매를 뽐내거나, 짧은 민소매 옷을 입고 거리를 위풍당당하게 걸어나갔다.

시민들은 다소 민망할 수 있는 광경에 처음엔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이들이 든 피켓 속 장기기증 참여를 홍보하는 문구를 읽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몸짱 산타는 시민들에게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안내하기 위해 모인 헬스 트레이너들이라고 한다. 행사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나인(9) 퍼레이드'로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날 행사에는 20여명의 몸짱 산타 외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생존 장기기증인 등 20여명도 함께 했다. 이들은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 장기기증 희망등록', '9명을 구하는 약속 장기기증 희망등록'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장기기증을 알렸다.

한 시민은 몸짱 산타 맨몸에 타투처럼 적힌 '사랑의 장기기증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문구를 유심히 읽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글귀를 번역하고 일행에게 그 뜻을 알려주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호주에서 왔다는 30대 마이클은 "호주에서는 보통 자동차 운전면허를 딸 때 장기기증을 서약한다. 나도 했고 친구들도 다 했다"며 "산타 복장이 신기해서 쳐다봤는데 좋은 행사다.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운동본부는 최근 장기기증은 줄어드는 반면 이식 대기자는 늘고 있어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전체 인구의 3.8%다. 이는 해외 선진국(미국 58%)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반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10년간 2배 가까이 증가해 매일 8.5명의 환자가 이식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10년간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상대(36)씨는 "장기기증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한번만 용기를 내면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사람을 살리는 유일한 기부다. 많은 이들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인 유가족인 김모(66)씨는 "남편이 장기 기증을 하게 되면서 올해 처음 퍼레이드에 참여했다"며 "사람들이 장기기증의 필요성에 더 공감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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