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남다른 배우, 뻔한 리메이크 '만약에 우리'
영화 '만약에 우리' 리뷰
![[클로즈업 필름]남다른 배우, 뻔한 리메이크 '만약에 우리'](https://img1.newsis.com/2025/12/29/NISI20251229_0002029347_web.jpg?rnd=20251229154138)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만약에 우리'(12월31일 공개)는 비범한 배우들의 영화다.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은 남다른 케미스트리로 평범한 로맨틱코미디를 러닝타임 115분 간 달릴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돼준다. 구교환은 그가 왜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대체불가능한 재능으로 꼽히는지 새삼 증명한다. 앞서 드라마 '사랑의 이해'(2022) 등에서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던 문가영은 이번 작품으로 더 다양한 장르에서 더 다채로운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두 사람이 함께 나올 때 스크린 밖으로 퍼져 나오는 생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자산이다. 다만 '만약에 우리'는 원작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의 핵심 요소를 포기하거나 한국화하는 데 실패하면서 모난 곳 없는 로코 이상이 되지 못한다.
'만약에 우리'는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두 사람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시간이 흐른 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연인이었던 그때 그 시절을 되돌아 보는 이야기를 담았다. 류뤄잉 감독이 2018년 내놓은 '먼 훗날 우리'를 리메이크 했고 이 작품은 류 감독이 쓴 단편소설 '춘절, 귀가'가 원작이다. '먼 훗날 우리'는 국내에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으며 중국 대표 배우인 저우동위(周冬雨)의 빼어난 연기로 주목 받았다. 당연하게도 중국영화는 저우동위가 연기한 샤오샤오에 무게가 쏠려있다면 한국판은 구교환이 맡은 은호가 이끈다. 중심 화자에 차이가 있긴 해도 두 영화는 현재를 흑백으로 과거를 컬러로 표현하는 것 같은 기본 설정이나 이야기 방향은 대체로 일치한다.
![[클로즈업 필름]남다른 배우, 뻔한 리메이크 '만약에 우리'](https://img1.newsis.com/2025/12/29/NISI20251229_0002029348_web.jpg?rnd=20251229154154)
'만약에 우리'는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을 답습한다. 우연히 만난 두 남녀, 우여곡절 끝에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들, 현실에 부딪혀 맞이하는 이별, 성숙하지 못했던 과거를 향한 후회,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지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 모두 익숙한 구도이지만 김도영 감독은 상투적이어서 더 강력할 수 있는 이 공식을 충실히 활용해 귀엽고 발랄하면서도 애틋하고 서글픈 이야기로 엮어낸다. 배우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무리 없이 웃음을 이끌어내고 충분히 공을 들여 감정을 쌓아가는 건 원작보다 나은 부분이다. 로맨스 시리즈는 언제라도 있지만 로맨스 영화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시대에 '만약에 우리'가 보여주는 정공법은 관습적일지언정 데이트 무비로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우리'는 해석의 여지가 있고 발전 가능성 있는 원작을 두고도 애써 무난해지는 길을 택함으로써 흔한 사랑 애기에 머무른다. 원작은 보기보다 다층적인 이야기. 샤오샤오와 젠칭의 만남과 헤어짐은 중국 사회 변화를 감지하는 사회학과 사랑이라는 감정의 온전한 소통 불가능성을 지적하는 인문학 안에 포개져 있다. 두 남녀의 이야기엔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서 성공해 그곳에 정착하려는 중국 청년들의 열망과 좌절이 있다. 점차 가족이 해체돼가는 중국 사회 형편에 대한 불안도 있다. 그렇게 사랑한다고 얘기했으면서도 기어코 오해하거나 결국 설득하지 못한 어설픈 시절에 대한 자책이 들러붙어 있고, 자꾸만 청년들을 그렇게 몰아가는 시대를 마주한 무기력이 내내 뒤따라 다니기도 한다.
![[클로즈업 필름]남다른 배우, 뻔한 리메이크 '만약에 우리'](https://img1.newsis.com/2025/12/29/NISI20251229_0002029350_web.jpg?rnd=20251229154215)
이처럼 동시대성이 원작을 지탱하는 기둥인데도 '만약에 우리'는 이 부분에 관해 고민했다는 흔적을 보여주지 못한다. '먼 훗날 우리'의 가장 결정적인 대목인 후반부 약 20분 분량을 사실상 삭제하듯 변화를 준 건 이를 증명하는 가장 명확한 증거일 게다. 물론 이야기를 단순화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건 선택과 결정의 문제. 모두가 알고 있듯 리메이크는 원작과 똑같은 영화를 다시 만드는 게 아니라 재해석하는 작업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원작의 서늘하고 날 선 부분을 거의 다 제거하고 대신 이 자리를 달콤하고 매끈한 요소들로 채워놓은 듯한 판단은 어쩐지 최근 한국영화가 단순히 흥행이 되지 않는 것을 떠나 관객 외면을 받는 근본적인 이유를 방증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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