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아이콘' 이상민, 69억 빚 너머 30년 만에 되찾은 '골든컵'

룰라·프로듀서로 대성 후 부도 나 수십 억 빚쟁이로 전락

'미운 우리 새끼'서 '궁상민' 캐릭터로 큰 사랑 받고 부활

"많은 분들에 사랑받아…더 나은 삶 살도록 노력하겠다"

[서울=뉴시스]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이상민이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5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5.12.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혼성 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이상민이 SBS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5 SBS 연예대상'에서 이상민은 '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으로 대상을 받았다.

그는 2021년 '미운 우리 새끼'로 단체 대상을 받았지만 단독 연예대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사업 실패 후 방송에 복귀하고 '미운 우리 새끼'로 신인상을 받은 지 8년 만의 쾌거다.

90년대 가요계의 황태자, 그리고 몰락

또 그는 이번 대상으로 룰라가 1995년 SBS 가요대상을 받은 지 30년 만에 같은 방송사에서 예능인으로서 최고 정점에 올랐다.

1994년 룰라로 데뷔한 이상민은 '날개 잃은 천사' 등의 메가 히트곡을 내놓으며 가요계의 전설이 됐다. 이 곡은 1995년 KBS '가요톱10(텐)'에서 5주 연속 1위에 오르며 골든컵을 거머쥐었다. 그는 이후 제작자로 변신해 '컨츄리꼬꼬', '샵(S#arp)'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제작자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쳤다.

[서울=뉴시스]이상민은 1994년 룰라의 메인 래퍼 겸 리더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었다. 룰라는 1995년 '날개 잃은 천사'를 메가 히트시켰다.(사진=유튜브 캡처)2025.12.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2005년 11월 부도에 외식 사업의 실패가 맞물려 69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게 됐다. 이후 그는 불법 도박장 운영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억1000만원을 선고받으며 방송 출연이 정지됐다.

특히 이상민은 같은 시기 가수 겸 배우 이혜영과 결혼했다, 1년 만에 이혼하는 아픔을 겪는 시련이 맞물렸다. 두 사람은 1995년부터 연애를 시작해 10년 만인 2004년에 결혼에 골인했지만, 이듬해인 2005년 이혼했다. 당시 이혜영은 이상민을 22억원대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이 과정에서 이혜영이 이상민의 빚을 갚기 위해 누드집을 강압적으로 찍었다고 알려지며 큰 파장이 있었다. 다만 소송은 이혜영의 취하로 종료됐다.

결국 화려했던 스포트라이트는 차가운 빚 독촉으로 바뀌었고, 그는 대중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빚을 캐릭터로 승화…'궁상민'으로 전화위복

이후 이상민은 2012년 엠넷 '음악의 신'으로 방송에 복귀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본과 리얼리티를 넘나드는 당시로선 보기 드문 형식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상민은 이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다만 그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안긴 프로그램은 단연 '미운 우리 새끼'다. 그는 과거의 영광에 매몰되는 대신, 자신의 초라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는 비염 관리를 위해 우스꽝스러운 코 세척 모습을 공개하는가 하면, 저렴한 식재료로 고가의 요리를 흉내내며 '궁상민(궁상+이상민)'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이상민의 모습에 마음을 움직였다. 허세와 진솔함 사이를 오가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웃음과 함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울=뉴시스]이상민은 2017년 SBS '미운 우리 새끼'에 합류후 '궁상민'(궁상+이상민)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가 저가의 재료로 고가의 메뉴를 재현한 식단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사진=유튜브 캡처)2025.12.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그는 '미우새'와 비슷한 시기 합류한 JTBC '아는 형님', KBS Joy '차트를 달리는 남자'를 대표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20년에 걸쳐 69억원의 빚을 모두 갚고, 올해 4월 비연예인 아내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새 출발을 알렸다.

전날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이상민은 눈시울을 붉히며 "'미운 우리 새끼' 첫 녹화가 에어컨 없어서 월세를 많이 깎아 준 아파트에서 이사를 하는 날 처음 촬영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힘들게 아등바등사는 제 모습이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평생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그 많은 빚을 방송을 하며 열심히 살며 갚게 될 줄 몰랐다"며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또 "제 모든 삶이 저장돼 있는 SBS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큰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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