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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임시' 모레노호 출항…한국 축구 부활 신호탄 되길

등록 2026.09.18 08:00:00수정 2026.09.18 08:06:22

[서울=뉴시스] 스포츠부 하근수 기자.

[서울=뉴시스] 스포츠부 하근수 기자.

[서울=뉴시스] 하근수 기자 = 대한축구협회가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을 선임해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공부하는 젊은 감독' 모레노 감독의 선임이 식을 대로 식은 한국 축구를 향한 열기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국 축구는 약 4년 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통산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당시 대표팀은 남아메리카 강호 우루과이와 진검승부를 벌이고,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가 선봉에 선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아시아 대표 축구 강국으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떠난 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과 홍명보 전 감독 체제를 거치면서 한국 축구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좌절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등 단순히 국제 대회에서 거둔 실망스러운 성적표만 문제는 아니었다.

축구협회는 2023년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번복 사건과 2024년 홍 감독 불공정 선임 문제 등 수많은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고, 북중미 월드컵 이후엔 과거 외국인 심판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제적으로 망신살을 샀다.

주장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에이스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철벽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황금 세대'를 맞은 태극전사는 어쩌면 다시 없을 '역대급' 전력에도 붉은악마로부터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A매치가 열릴 때마다 수만명의 관중이 들어찼던 경기장도 해가 지날수록 눈에 띄게 비어갔다. 축구대표팀 평가전 관중 수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관중 수에 밀리는 지경이 됐고, 급기야 응원 보이콧 필요성을 두고 팬끼리 갑론을박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한국 축구는 더 이상 '국민 스포츠'로 느껴지지 않았다.

축구협회를 향한 분노는 북중미 월드컵 실패 이후 극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월드컵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결국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에 이르렀다.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대한체육회 유승민 회장, 한국 축구 전설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 등과 손잡고 'K-축구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팬들에게 외면받은 축구협회는 "이번 대회의 실패를 교훈 삼아 깊은 반성과 성찰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다시 준비해 나가겠다. 여러분의 질타와 비난 모두 겸허히 듣고, 더 나은 한국 축구를 만들기 위해 정진하겠다"며 변화를 약속했다.

축구협회는 팬들로부터 다시 신뢰받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승희 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직접 혁신위원으로 참여해 개혁을 논했고, 임시 대의원총회에선 회장 궐위 시 후임 선출 기한을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낡은 규정을 개정했다. 여기에 혁신위 권고안대로 선거인단을 기존 200여명에서 1만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직선제 전환과 전자투표 도입 가능성도 검토했다.

지금까지의 '불통' 이미지를 벗으려는 시도도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축구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사상 첫 공개 채용을 진행한 배경과 과정 그리고 고심 끝에 '사상 첫 스페인 출신 지도자' 모레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 등을 팬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축구협회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절차적 정당성이 선명하게 보이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국민 여러분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현 위원장의 언급에서 축구협회가 '민심 회복'을 얼마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큰 기대 속 모레노호가 닻을 올리는 와중에도 개혁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 민주적 절차에 따른 차기 협회장 선거와 공정하고 투명한 지도자 선임 등도 물론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축구협회가 해결해야 할 일은 팬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쇄신은 축구협회와 대표팀 넘어까지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례로 지난달 혁신위가 개최한 열린 경청회에선 한국 축구 미래를 책임질 유소년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릴 경기장 자체가 부족하다는 안타까운 현장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로축구 K리그에선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엘리트부터 풀뿌리까지 한국 축구 전체를 돌아보고 점검할 때다.

'축구가 함께하는 행복한 대한민국'. 지난 2024년 축구협회가 제시한 미션, 가치, 목표를 담은 가치체계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지난 4년간의 실패를 전화위복으로 삼지 못하면, 태극전사와 함께 뛰는 붉은악마는 더욱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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