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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유착에도 귀족 작위는 종신?"…엡스타인이 불붙인 英상원 '퇴출' 광풍

등록 2026.02.20 15:41:23수정 2026.02.20 17: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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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정부, 세습 귀족 퇴출 법안 발의

【제네바=신화/뉴시스】 2008년 7월29일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인 피터 만델슨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WTO 30개국 협상 대표들은 지난 7월21일부터 농업과 공산품의 관세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개발도상국과의 의견 대립으로 격렬됐다. <관련기사 있음>

【제네바=신화/뉴시스】 2008년 7월29일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인 피터 만델슨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WTO 30개국 협상 대표들은 지난 7월21일부터 농업과 공산품의 관세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개발도상국과의 의견 대립으로 격렬됐다. <관련기사 있음>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유착 의혹으로 피터 만델슨 전 주미대사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영국 의회 상원의 구시대적 운영 체제와 폐쇄적인 인선 방식을 향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만델슨 전 대사의 사퇴를 기점으로 700년 역사의 영국 상원이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 비선출직인 상원 의원들이 범죄나 윤리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신분과 직위를 유지하는 '준봉건적 시스템'이 현대 민주주의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영국 상원은 약 850명의 종신 의원으로 구성되며, 입법안에 대한 수정 및 검토권을 가진다. 그러나 만델슨의 사례처럼 공직자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로드(Lord)'라는 귀족 작위와 의원 신분이 유지되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현재 영국 규정상 실형 선고나 품위 손상으로 의원직을 잃더라도 작위 자체를 박탈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특별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이에 따라 상원 내 마지막 '세습 귀족' 92명을 퇴출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했다. 정부는 세습 의원직을 "방어 불가능한 과거의 유물"로 규정하고 인적 쇄신을 압박하고 있으나, 기존 의원들의 반발로 일부 의원들을 종신 의원으로 전환해 잔류시키는 타협안이 논의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뉴시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오른쪽)와 모건 맥스위니 비서실장. 맥스위니는 미국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의 피터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하도록 조언한 것에 책임을 지고 8일(현지 시간) 전격 사퇴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웹사이트 갈무리) *재배포 및 DB 금지. 2026.02.09.

[서울=뉴시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오른쪽)와 모건 맥스위니 비서실장. 맥스위니는 미국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의 피터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하도록 조언한 것에 책임을 지고 8일(현지 시간) 전격 사퇴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웹사이트 갈무리) *재배포 및 DB 금지. 2026.02.09.

인선 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독립적인 위원회가 선발하는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대다수 종신 의원은 총리의 추천으로 임명된다. 이 과정에서 측근이나 정치적 후원자에게 자리를 챙겨주는 '보은성 인사'가 관행처럼 굳어져 의원들의 자질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재 상원 내부에서는 의원 정년(80세) 도입과 출석 요건 강화 등 자구책을 검토 중이다. 녹색당 등 일각에서는 상원을 폐지하고 선거로 선출되는 '상원(Senate)'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맨델슨 사태가 영국 의회 구조 개편의 기폭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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