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K-팝 물성의 퍼포먼스서 정신의 원형질로…'아리랑' 방탄소년단 2.0 [BTS 컴백]

등록 2026.03.20 19:53:0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방탄소년단 정규 5집 '아리랑' 리뷰

1200년의 진동이 깨운 정신의 부력

BTS가 맞춘 '시대의 주파수'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3.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3.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3년9개월의 시간은 정지된 침묵이 아니라, 더 깊은 뿌리를 내리기 위한 내밀한 맥동(脈動)의 기록이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일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그들이 딛고 선 땅의 고유한 서사를 세계의 바다로 흘려보내는 거대한 '부력(浮力)'의 서막이다.

이번 신보는 K-팝이 그간 천착해온 형식적 물성과 퍼포먼스라는 표피를 뚫고 들어가, 시공간을 초월해 흐르는 '정신적 원형'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장르적 진화를 넘어선 미학적 사건이다. 꼬불꼬불한 아리랑 고개가 수직의 인내로 견뎌야 했던 과거의 시간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이 노래하는 ‘스윔(SWIM)’은 그 고개를 넘어 마주한 생의 바다를 자신만의 리듬으로 가로지르는 수평적 자유다.

1200년의 진동과 현대적 비트의 조우…'맥놀이'의 미학

앨범의 서사를 지탱하는 가장 거대한 가교는 6번 트랙 'No. 29'와 타이틀곡 '스윔(SWIM)'의 유기적 결합이다.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타종 소리를 1분여간 담아낸 'No. 29'는 가청(可聽)의 영역을 넘어 비가청(非可聽)의 주파수로 청자의 감각을 흔든다. 1200년 전의 진동이 현대의 로파이(Lofi) 신스와 만나 발생하는 맥놀이(Beats) 현상은, RM이 꾸준히 강조해온 ‘공존의 철학’을 청각적으로 구현한 결정체다.

이 종소리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삼킨 고대의 울음이 현대의 파동으로 치환되는 숭고한 침묵'이다. 이 정적인 맥놀이는 곧바로 타이틀곡 '스윔'의 역동적인 부력으로 전이된다. 업비트한 얼터너티브 팝 장르를 택한 '스윔'은 올드스쿨 드럼의 생동감 위에 따뜻한 일렉 기타와 강렬한 베이스를 얹어, 삶이라는 거친 파도를 자신만의 속도로 유영하는 수평적 자유를 그려냈다.

그래미 군단과 인디 거물의 합작…사운드의 외연 확장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3.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3.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적 함량 또한 '어벤저스급'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고 디플로(Diplo), 라이언 테더(Ryan Tedder), 케빈 파커(Tame Impala), 플룸(Flume) 등 세계적 거물들이 참여해 사운드의 질감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첫 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는 2000년대 팝 랩의 거친 에너지 속에 '아리랑'의 선율과 전통 타악, 합창을 결합해 팀의 뿌리를 선언한다. 이어지는 '훌리건(Hooligan)'에서는 엘 긴초(El Guincho) 특유의 실험적 감각이 돋보인다. 화려한 현악기 위로 날 선 칼 소리가 겹치는 도입부는 전 세계를 누비며 길을 개척해온 이들의 호기로운 기개를 청각화했다.

특히 '에일리언스(Aliens)'는 이번 앨범의 정체성을 가장 도발적으로 드러낸다. 힙합 거물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It)의 미니멀한 808 비트 위에서 RM은 "파든(Pardon) 김구 선생님 텔 미 하우 유 필(tell me how you feel)"이라며 백범의 '문화강국' 이상향을 호명한다. 이는 K-팝이 서구의 트렌드를 쫓는 이방인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이방인성'을 무기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주체임을 선언하는 대목이다.

순환의 굴레를 지나 여명으로…'BTS 2.0'의 철학적 깊이

중반부 이후의 사운드 전개는 더욱 심오해진다. 케빈 파커가 참여한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는 사이키델릭 록을 기반으로 반복되는 인생의 굴레를 묘사하며 존재론적 허무를 건드린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의 그런지한 트립 합 사운드를 통해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야성적 생명력을 뿜어내고, 결국 마지막 트랙 '인투 더 선(Into the Sun)'의 솔 팝 록으로 나아간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3.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2026.03.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뷔(V)의 영감에서 시작된 '인투 더 선(Into the Sun)'은 어쿠스틱한 온기와 잼 밴드 특유의 여유로운 그루브가 조화를 이루며, 밤새 춤춘 뒤 맞이하는 아침(Sunrise)의 숭고함을 노래한다. 고통의 끝을 약속하는 값싼 위로가 아니라, "그저 우리일 뿐"이라는 담담한 확신(they don't know 'bout us) 속에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함께 걷겠다는 연대의 약속이다.

K-팝의 새 챕터…물성에서 정신으로의 이행

결국 앨범 '아리랑'은 방탄소년단이 개별 아티스트로서 도달한 예술적 성취를 하나로 묶어낸 거대한 용광로다. 과거의 붉은색이 억압에 저항하는 '탄환'이었다면, 2026년의 붉은색은 삶의 파동 속에 요동치는 '심장박동'의 동사다.

이번 앨범은 국가와 인종을 넘어 인간 본연의 뿌리를 확인케 하는 포용과 다양성의 서사다. 형식적 완성도에 머물던 K-팝을 정신적 가치와 철학적 공유의 영역으로 견인하며, 방탄소년단은 다시 한번 시대를 흔드는 주파수를 맞췄다.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는 앨범 발매 다음 날인 21일 오후 8시 대한민국 역사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에서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개최한다.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터져 나올 이들의 목소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으로 생중계된다. 굽이치는 아리랑 고개를 넘어 생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BTS 2.0'의 위대한 귀환을 예고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