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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배 "아이들이 꿈꿀 수 있어야"…예술교육에 힘 쏟는 이유 [문화人터뷰]

등록 2026.04.15 16:56:01수정 2026.04.15 16: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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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문화재단 사장 "재단 내 예술체험 모두 무료"

"아이들이 미래…통합교육으로 낙인효과 지워야"

예술계 지원금 생태계에 쓴소리…"관객개발 필요"

[서울=뉴시스] 박계배 광진문화재단 사장. (사진=광진문화재단 제공)

[서울=뉴시스] 박계배 광진문화재단 사장. (사진=광진문화재단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는게 중요합니다."

박계배(68) 광진문화재단 사장은 1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 오랜 기간 문화예술계에 있다보니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든 박계배 사장은 1976년 안양예고 졸업 후 서울예대 연극과를 거쳐 연극인 및 연출가로서 활동하면서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 등 굵직한 직책을 두루 거쳤다. 2024년 11월 광진문화재단 대표로 임명된 이후 그가 가장 공을 들여온 분야는 '예술교육'이다.

박 사장은 "저희가 공연 보다 더 신경쓰는 것이 예술교육"이라며 "재단 내 문화 사업이 공연, 축제, 예술교육 등 3개 부문인데 문화예술 체험이 모두 무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강생을 모집할 때 문화소외계층이나 경제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을 함께 뽑는다. 아이들은 출발점을 맞춰야 한다"며 "무엇보다 저소득층 아이들과 섞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구민들이 조건에 상관없이 누구나 예술을 접하고 누릴 수 있도록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체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앞장섰다. 특히 기초문화재단이 가진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 공모사업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202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추진하는 '꿈의 무용단' 3기 신규 거점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같은 해에 '2025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가가호호', 서울문화재단의 '서울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지역 협력형'에도 잇따라 선정되며 2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확보하기도 했다.

올해도 아동·청소년-청년-중장년-노년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예술교육 체계 구축을 위해 예술교육 관련 지원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지역 예술가 및 대학과의 협업, 유관 기관과의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구민들의 예술경험 확대를 위한 교육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 사장이 문화예술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아동·청소년 극장을 방문했을 당시 극장장이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 뿐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에게도 문화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부의 재분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어린이들이 광진문화재단 내 광진생활문화센터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꿈의무용단'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광진문화재단 제공)

[서울=뉴시스]어린이들이 광진문화재단 내 광진생활문화센터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꿈의무용단'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광진문화재단 제공)

"극장장이 잘 사는 집들로부터 돈을 받고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해줍니다. 극장의 예술가들이 동원되어서 연극도 하고 놀아주는 거죠. 그리고 그 수익으로 없는 집 아이들을 초청해서 무료 공연을 해주고, 학용품들을 나눠줍니다. 아이들이 러시아의 미래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우뇌 깨우는 작업…통합교육으로 낙인효과 지워야"

박 사장은 아르헨티나에서 목격한 세계적인 인형극단의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오마르 알바레즈 극단은 50석 규모로 작은 극장을 보유했지만 해외 페스티벌 초청 수익으로 고아들을 불러 모아 수프도 끓여주고 연극 놀이를 시킨다"며 "빈곤과 포퓰리즘으로 거리에 아이들이 넘쳐나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극장에 앉혀 꿈을 키워주는 것이 국가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들의 철학에 동의한다고 했다.

광진문화재단이 취약계층 아동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일반 아동과 절반씩 섞어 통합 교육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약계층만 모아놓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낙인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박 사장은 "통합 교육의 진짜 목적은 정상아들의 편견을 없애는 데 있다"며 "어려서부터 함께 체험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곧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교육"이라고 단언했다.

해외에서 체감한 예술의 공익적 가치는 제임스 전 서울발레시어터 전 상임안무가와의 교류를 통해서 더욱 단단해졌다.

박 사장은 "제임스 전은 과천에서 상주단체 시절 노숙자들을 데리고 발레 공연을 하거나, 발달장애아와 비장애아를 섞어 '피터와 늑대' 공연을 올렸다"며 "그의 공익적인 마인드와 예술적 실천을 보며 눈물을 흘릴 만큼 깊은 감명을 받았고, 지금도 그와 의형제처럼 지내며 철학을 공유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어린이들이 광진문화재단 창작공간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가가호호'의 'K-POP과 함께하는 한국무용'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광진문화재단 제공)

[서울=뉴시스]어린이들이 광진문화재단 창작공간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가가호호'의 'K-POP과 함께하는 한국무용'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광진문화재단 제공)

"페이퍼워크 중심의 '지원금 생태계' 타파…관객 개발이 우선"

인터뷰 내내 박 사장은 현재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왜곡된 생태계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기초예술계에 대규모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역사를 짚으며 "구조조정 되어야 할 곳들까지 다 살려놓은 결과, 지금은 지원금을 받으면 공연하고 못 받으면 안 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페이퍼워크(기획서)를 잘 쓰는 기획사들이 생태계를 장악하면서 정작 실력 있는 진짜 예술인들은 떠나고 가짜만 남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를 타개할 유일한 해법으로 그는 '구민 대상의 문화예술 교육'과 '관객 개발'을 꼽았다.

박 사장은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감자를 팔던 러시아 할머니들이 밤에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톨스토이 연극을 보러 간다"며 "관객들의 문화예술 이해도를 높여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고 티켓을 사게 만들어야만 예술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고 역설했다.

"러시아 등 유럽권에서는 어려서부터 극장을 드나들다 보니까 예술 교육이 자동으로 된 것이죠. 밥은 굶더라도 표는 산다는 거에요. 예술교육에 대한 투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언젠가는 우리 예술인들도 표를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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