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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상징 오름 기본계획수립 착수, 인문적 가치는 누락?

등록 2026.04.16 14: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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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용역 입찰참가 등록서, 제안서 접수

향후 5년간 오름 보전·관리 방향 제시

자연자원조사 위주, 인문·문화경관 내용은 미흡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 동부지역 오름 군락. (사진=뉴시스 DB)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 동부지역 오름 군락.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지역에서 한라산과 더불어 대표적인 상징체인 '오름'의 정책을 결정할 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이지만 자연자원조사와 훼손실태, 관리 등에 무게가 실리면서 제주사람들의 정체성이 깃든 문화적 가치에 대한 부분은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오름 보전·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대해 최근 입찰공고를 냈으며 17일 입찰참가 등록서와 제안서를 접수한다.

이번 용역은 내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의 오름 관리 정책을 결정할 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2억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 용역은 제주 전역에 분포한 오름의 생태적·물리적 현황을 파악하고, 보전대책을 수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과업 지침은 오름의 외형을 기록하는 데는 치밀한 반면 그 속에 담긴 인문학적 가치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한라산 백록담을 제외하고, 작은 화산체를 이르는 오름은 제주 전역에 368개(1997년 제주도 발표)가 분포하고 있다. 이번 용역은 이들 중 '1단체 1오름 가꾸기' 지정 단체 기준인 169개 오름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용역의 목적을 보면 훼손등급별(5등급) 관리를 위해 탐방이 가능한 오름에 대한 기초·실태조사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름별 특성을 반영한 보전 관리 목표 설정 및 관리방안 제시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과업의 세부 지침을 보면 오름별 기초조사 항목으로 ▲기본현황(면적, 비고, 표고, 둘레, 저경, 형태 등) ▲자연생태계(식물, 동물 등)·지형·지질 등 자연자원조사 ▲토지이용현황 등 사회·경제적 현황조사 ▲시설물 현황(탐방로, 안내판, 이정표, 주차장, 화장실, 초소 등) ▲오름 종류 및 경관, 식생, 지형·지질, 보호종서식, 트레킹 등 가치·특색에 따른 분류 ▲가치가 상실된 오름 현황 등으로 정했다.

제주대의 한 교수는 "이러한 수치 위주의 조사는 오름을 단순히 '관리해야 할 물리적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제주인의 정체성이 깃든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가치는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12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아부오름 분화구 능선을 탐방객이 걷고 있다. 능선 정상에서 경치를 볼 수 없게 되자 전망대를 따로 설치했으나 경관 조망에는 한계가 있다. 2026.04.16. ijy788@newsis.com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12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아부오름 분화구 능선을 탐방객이 걷고 있다. 능선 정상에서 경치를 볼 수 없게 되자 전망대를 따로 설치했으나 경관 조망에는 한계가 있다. 2026.04.16. [email protected]

오름은 제주 공동체의 삶과 죽음, 신화가 겹겹이 쌓인 '인문학적 보고'로 평가받고 있는데 과업 내용에는 오름에 얽힌 설화, 민속, 역사적 유적(봉수, 군사시설 등), 풍수, 장묘문화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이 빚은 '문화경관' 측면에서도 오름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름 특유의 탁 트인 초지 경관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목축문화 등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런 문화경관이 최근 20년 사이에 곰솔(일명 해송) 등이 점령하면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조사와 대책도 과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아부오름, 돝오름, 거슨새미오름 등의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보기 힘들고, '선(線)의 미학'으로 유명한 용눈이오름, 따라비오름 등은 서서히 곰솔들이 서식지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오름 인식도 고찰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가 실시한 오름 인근 주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절반가량이 오름을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름을 단순한 운동 장소나 관광지가 아니라, 마을을 지켜주는 정서적 구심점이자 신앙의 공간(당, 포제단 등)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성권 오름연구소 올 대표는 "오름 보전은 규제와 시설 관리 보다 도민들이 오름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이번 용역이 오름을 자연자원으로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제주의 삶과 정신이 켜켜이 쌓인 복합유산으로 다루어야 하고, 기본계획에도 인문적 가치에 대한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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