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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감정의 궤적…'평균 나이 20세' 이예지·이지훈·송지우, 발라드 문법 새로 쓰다

등록 2026.04.2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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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이예지·2위 이지훈·6위 송지우…'우발라' 3人 인터뷰

[서울=뉴시스] 이예지, 이지훈, 송지우. (사진 = SM C&C 제공) 2026.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지, 이지훈, 송지우. (사진 = SM C&C 제공) 2026.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발라드의 어원은 라틴어 '발라레(ballare)'다. '춤춘다'는 뜻이다. 본래 춤곡의 리듬을 타고 흐르던 이 노래는 시대의 파도를 지나며 느린 템포의 애절한 서사로 침잠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발라드는 여전히 '춤'이다. 육체의 박자가 아닌, 보이지 않는 마음의 굴곡을 따라 추는 가장 내밀한 감정의 궤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종영한 SBS TV '우리들의 발라드'는 이 낡고도 고귀한 장르가 어떻게 동시대의 청년들에게 전이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평균 나이 19.6세. 인생의 굴곡을 다 알기엔 너무나 투명한 나이의 소년·소녀들은 기성세대가 박제해둔 명곡의 먼지를 털어내고, 그 안에 각자의 '정확한 슬픔'을 기입했다. 신곡 발매와 앙코르 콘서트 준비로 분주한 우승자 이예지(21), 준우승자 이지훈(19), 그리고 6위에 오른 송지우(19)를 최근 충무로에서 만났다. 이들은 발라드라는 클리셰를 뚫고 나와, 자신들만의 언어로 대중의 마음속에 '춤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클리셰라는 껍질을 깨고 '나'라는 진실로

발라드는 가장 대중적인 동시에 가장 진부해지기 쉬운 장르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닳고 닳은 단어들을 어떻게 특별하게 만들 것인가. 세 가수는 이 질문에 대해 각기 다른 '번역법'을 내놓았다.

이예지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는 명제를 보컬로 실천한다. 그녀는 "사랑을 표현할 때 '나라면 어땠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해요. 제 방식을 담아 툭툭 내뱉는 창법은 결국 내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지훈에게 발라드는 '한계가 없는 소설'이다. "발라드는 이야기나 시를 스토리텔링 하듯 전달할 수 있는 장르예요. 클리셰가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가수가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송지우는 발라드를 '편지'에 비유했다. "조곤조곤 말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발라드의 가장 큰 미덕이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편지를 쓰듯 부르는 것, 그것이 발라드의 본질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이예지. (사진 = SM C&C 제공) 2026.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지. (사진 = SM C&C 제공) 2026.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텍스트를 음색으로 번역하는 미학

훌륭한 발라드 가수는 단순히 멜로디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텍스트(가사)를 소리라는 주파수로 번역해내는 해석가다.

이지훈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7세라는 어린 나이가 주는 '경험의 부채감'을 그는 영화와 책을 통해 메운다. "경험이 부족한 만큼 주인공의 감정을 빌려와 내 것으로 대체하려 노력해요. 나중에 제가 더 성장했을 때, 그 빌려온 감정들이 진짜 제 것이 돼 관객에게 닿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지우의 방식은 조금 더 물리적으로 정성스럽다. 그녀는 노래를 받으면 반드시 가사를 '필사'한다. "직접 옮겨 적으며 문장을 곱씹는 과정이 가사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이해하고 부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뉘앙스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예지는 무대 위에서 스스로 작가이자 주인공, 감독이 된다. "노래 한 곡이 하나의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머릿속으로 스토리를 상상하며 그 안의 주인공으로 몰입해 연기하듯 부른다"는 그녀의 말에서 깊은 미학적 통찰이 느껴졌다.

사적인 서사가 보편적 위로가 되는 순간

[서울=뉴시스] 이지훈. (사진 = SM C&C 제공) 2026.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지훈. (사진 = SM C&C 제공) 2026.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도 신도리에서 아버지가 운전하는 트럭을 타고 등교하던 소녀(이예지), 카자흐스탄 출신 어머니의 헌신을 바라보며 성장한 소년(이지훈), 방 안에서 홀로 유튜브를 찍으며 세상과 소통하던 소녀(송지우). 이들의 지극히 사적인 서사는 무대 위에서 대중의 보편적 눈물로 치환됐다.

이지훈은 "이문세 선생님의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부를 때, 타지에서 저를 키우기 위해 한글 공부를 하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떠올렸다"면서 "남의 경험이 아닌 제 진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했을 때 느꼈던 그 뭉클함이 잊히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이예지 역시 임재범 '너를 위해'를 통해 아버지의 트럭 서사가 대중에게 전달됐을 때를 잊지 못한다. "길에서 만난 분들이 제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말씀해주실 때, 제 개인적인 감정이 타인에게 닿아 보편적인 위로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고백했다.

발라드 너머의 예술가를 꿈꾸다

이들은 이제 발라드라는 울타리를 넘어 각자의 예술적 영토를 확장하려 한다.

이예지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제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로만 채운 앨범을 통해 인정받고 싶어요. 록 장르에 대한 도전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투어를 목표로 내걸었다.
[서울=뉴시스] 송지우. (사진 = SM C&C 제공) 2026.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송지우. (사진 = SM C&C 제공) 2026.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지훈은 '공연 장인'을 꿈꾼다.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라이브에요. 서글픈 발라드부터 관객과 떼창할 수 있는 리드미컬한 곡까지, 완벽한 세트리스트를 갖춘 콘서트를 꾸리는 것이 나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송지우는 자신의 음색을 바탕으로 '기록하는 예술가'가 되고자 한다. "나중에 제가 쓴 가사들을 묶어 필사집을 내고 싶어요. 소극장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며 장기 공연을 이어가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오는 5월 9~10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우리들의 발라드' 톱 6 앙코르 콘서트는 이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20일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 프로듀싱의 신곡 '괜찮은 사람'을 발표하는 이지훈은 "가족의 달을 맞아 모두가 쉬어갈 수 있는 나무 벤치 같은 무대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다시 발라레. 전도유망한 세 뮤지션들이 그려내는 감정의 춤은 이제 막 전주를 끝내고 본격적인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리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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