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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최우수 아시안 팝' 신설…'아리랑' 방탄소년단, 초대 수상 기대감 고조

등록 2026.06.17 07:55:28수정 2026.06.17 10: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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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제69회 2월 시상식 대대적 체질 개선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등 5개 부문 새로 도입

언어 제한 규정에 '교두보·장벽' 해석 분분

K팝, 주류 진입인가·게토화인가 '갑론을박'도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서울=AP/뉴시스] 방탄소년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미국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동시에 가장 보수적인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가 글로벌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다가오는 2027년 제69회 시상식부터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를 포함한 총 5개의 카테고리를 새롭게 도입하고, 급변하는 아티스트 육성 환경과 디지털 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주요 부문의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러한 그래미의 행보는 K-팝을 필두로 한 아시아 음악의 글로벌 주류화와 다변화된 대중음악 산업의 생태계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주류 음악계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사실 미국 내 주요 음악 시상식들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그래미의 이번 카테고리 신설은 가장 늦은 '막차'에 가깝다.

글로벌 팝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이 공고해짐에 따라 타 메이저 시상식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전용 카테고리를 개설하며 외연을 확장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s)가 '베스트 K-팝' 부문을 신설하면서부터였다. 이어 2021년에는 MTV 유럽 뮤직 어워즈(EMAs)가 동일한 부문을 도입했다. 2022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가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 부문을 선보였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 역시 2023년에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를 포함한 4개 부문을 신설했으며, 2024년에는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즈가 '올해의 K-팝 아티스트' 부문 등을 추가하며 그 흐름을 이어갔다.

결국 주류 팝계에서 가장 완고하다고 평가받던 그래미 어워즈마저 2027년 시상식을 기점으로 아시아 음악을 위한 공식 부문을 신설하며 이 거대한 흐름에 뒤늦게 동참하게 된 셈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은 K-팝, J-팝, C-팝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에서 유래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인정받는 팝 음악 중,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한 작품의 예술적 우수성을 심사해 가창 및 연주 아티스트에게 수여한다.

이번 부문 신설로 인해 K-팝계 시선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쏠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팝 아이콘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그래미에서 유독 엄격한 장벽에 부딪히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부산=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2026.06.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뮤직(하이브) 제공) 2026.06.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21년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처음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버터(Butter)', 2023년에는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 같은 부문에 3년 연속 노미네이트됐으나 모두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후 2025년 시즌에는 멤버들의 눈부신 솔로 활약에도, 후보 지명에 전원 고배를 마시는 잔혹사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정규 5집 '아리랑' 발매를 기념하는 컴백 투어를 기점으로 완전체 재결합 성과를 이뤄낸 만큼, 아시아 언어 기반의 음악성을 정조준하는 이번 신설 부문에서 방탄소년단이 초대 수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해당 부문의 자격 요건인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은 향후 전개에 있어 복합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과거 그래미 후보에 올랐던 방탄소년단의 전면 영어 곡 '다이너마이트'나, 최근 제68회 시상식에서 K-팝 리드 아티스트 최초로 본상 4대 부문을 포함해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블랙핑크' 로제(Rosé)의 '아파트(APT.)' 같은 영어가 중심이 된 크로스오버 히트곡들은 정작 이 부문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시점에서 유일한 K-팝 그래미 수상작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OST인 가상 그룹 '헌트릭스(HUNTR/X)'의 '골든(Golden)'(최우수 비주얼 미디어 사운드트랙 곡 상)처럼 확실한 언어적 및 콘텐츠적 명분이 요구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평론가들과 글로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나섰다.

아시안 팝 카테고리가 아시아 문화 고유의 음악성을 온전히 보존하고 조명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K-팝과 아시안 팝을 주류 서구 음악 리스트로부터 격리해 '올해의 노래'나 '올해의 레코드' 등 본상 경쟁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이른바 '게토화(Segregation)'의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미는 이와 함께 아시안 팝 외에도 음악 산업의 변화된 생태계를 반영해 전반적인 룰을 개정했으며, 이로 인해 총 시상 부문은 100개로 확대된다.
[LA=AP/뉴시스] 배드 버니

[LA=AP/뉴시스] 배드 버니

우선 가장 상징적인 부문 중 하나인 '최우수 신인상'(Best New Artist)의 자격이 완화됐다. 아티스트가 후보로 제출될 수 있는 최대 횟수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아티스트가 데뷔 후 대중 및 투표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과거보다 장기화된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이로 인해 과거 3회 제출 제한에 걸려 자격 박탈 위기에 처했던 미국 컨트리 음악의 새로운 이정표 엘라 랭글리(Ella Langley) 등이 구제받으며 유력 후보로 합류하게 됐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CEO는 아티스트 육성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현실에 맞춰 시상식 프로세스에 유연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앨범 자격 요건 역시 아티스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하향 조정됐다. 기존에는 새 앨범으로 인정받기 위해 신곡 녹음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했다. 이는 다양한 버전의 리믹스, 라이브, 데모 음원 등을 보너스 트랙으로 풍성하게 제공하는 최신 발매 트렌드에서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기준을 66%로 낮추면서 음악 시장의 수용 폭을 넓혔다. 아울러 작사·작곡가(Songwriters & Composers)의 권익을 확대하는 조치도 더해졌다. 기존에 프로듀서와 엔지니어에게만 수여되던 그래미 트로피와 공로 인증서가 이제 대부분의 장르 앨범 부문에서 새로운 곡을 쓴 작사·작곡가에게도 동등하게 수여된다.

모든 음악은 송라이터로부터 시작되기에 이들이 동일하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아카데미 측의 입장이다. 이 밖에도 디지털 전용 발매작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음원 다운로드 시 앨범 노트와 추가 자료가 포함돼 있다면 인터넷 전용 발매작도 최우수 앨범 노트 및 최우수 역사적 앨범 부문에 출품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해 투표인단에 아시아 및 라틴계 아티스트를 대거 영입하며 전 세계 장르 음악의 포용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시상식에서는 켄드릭 라마, 빌리 아일리시 등과 더불어 전곡 스페인어 앨범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라틴팝 슈퍼스타 배드 버니 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번에 신설된 5개 부문인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최우수 라틴 송, 최우수 R&B 컬래버레이션 또는 듀오/그룹 퍼포먼스, 최우수 트레디셔널 팝 보컬 퍼포먼스, 최우수 트레디셔널 포크 앨범을 포함한 새로운 규정은 제69회 그래미 어워즈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이번 시상식의 심사 대상은 지난해 8월31일부터 오는 8월28일 사이에 발매된 음반 및 음원이다. 최종 노미네이트 명단은 오는 11월16일에 발표된다. 본 시상식은 2027년 2월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ABC, 디즈니 플러스, 훌루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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