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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해도 '산 넘어 산'…판단·조사 방식도 제각각[공직내 괴롭힘②]

등록 2026.08.30 09:00:00수정 2026.08.30 09:12:24

폭언·부당지시 입증 어려워…동료 진술 확보도 부담

업무상 필요성 인정 여부에 따라 괴롭힘 판단 갈리기도

소속 기관이 사실조사 방식 결정…공정성 우려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76년 만에 폐지된다. 앞으로 공무원은 위법한 상사 명령을 거부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불이익 처분·대우도 금지된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25일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5.11.2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76년 만에 폐지된다. 앞으로 공무원은 위법한 상사 명령을 거부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불이익 처분·대우도 금지된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25일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5.11.26. [email protected]

[세종·서울=뉴시스]성소의 강지은 기자 = 공직 내 괴롭힘을 신고하더라도 가해자의 책임을 묻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폭언이나 부당한 지시가 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고, 업무상 지시와 괴롭힘의 경계를 가리는 일도 쉽지 않다. 사실조사 방식도 기관마다 달라 기관장이 사건 규명에 소극적이면 형식적인 조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말로 한 폭언·지시…입증도 판단도 쉽지 않아

30일 인사혁신처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으면 소속 기관에 고충상담을 신청하거나 고충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고충심사가 청구되면 관할 고충심사위원회는 청구인과 관계인의 진술,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괴롭힘 여부를 심사한다.

문제는 폭언이나 부당한 지시가 대부분 구두로 이뤄지는 탓에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시 대화를 녹음하거나 지시 내용을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면 주변 직원의 진술이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하지만 주변 직원의 진술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와 같은 조직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는 동료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진술을 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준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확실한 증거와 당사자의 진술이 필요하다"며 "처음에는 도움을 요청했다가 일이 생각보다 커지면 '나는 이렇게까지 원하지 않았다'며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더라도 해당 행위를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업무 몰아주기나 근무시간 외 반복적인 연락은 상급자의 업무 지시로도 볼 수 있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괴롭힘으로 판단되지 않을 수 있다.

일례로 중앙고충심사위원회는 2023년 과중한 업무 지시와 근무시간 외 연락 등을 문제 삼은 공무원의 고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급자가 공휴일 등 업무시간 외에 47차례 연락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부분 출장 준비나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내용이어서 부당한 지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022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장이 휴관일에 외부 인사가 특별전을 관람할 수 있도록 담당 직원에게 전시실을 개방하라고 지시한 행위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특별관람이 내부 방침상 허용되지 않고 전시실 개방도 해당 직원의 소관이 아닌데도 직원에게 거듭 지시한 점을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업무지시로 봤다.

두 사건 모두 상급자의 업무 지시가 문제가 됐지만 업무상 필요했는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 셈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로비에 걸린 공무원 헌장 아래로 공무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5.02.03.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로비에 걸린 공무원 헌장 아래로 공무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5.02.03. [email protected]


소속 기관이 조사 방식 결정…전체 현황 파악 한계

괴롭힘 여부를 심의하기에 앞서 이뤄지는 사실조사 방식도 기관마다 다르다. 현행 규정은 전문가에게 자문이나 감정을 의뢰하거나 소속 공무원에게 사실조사를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따라 사실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할지,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킬지 등은 소속 기관이 결정한다.

공주석 공노총 위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기관장이 정한 방식대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며 "노조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외부 전문가를 조사에 참여시킨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속한 기관이 직접 사실조사를 맡을 수 있는 만큼 조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괴롭힘이 인정돼 소속 공무원이 징계를 받으면 청렴도 평가나 기관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소극적으로 조사하거나 사건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 위원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속한 기관이 조사까지 맡는데, 사건을 인정하면 기관에도 부담이 된다"며 "조직 내부에서 사건을 숨기거나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으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 내 괴롭힘 신고가 얼마나 접수되고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보여주는 전체 통계도 없다. 6급 이하 국가공무원의 고충은 원칙적으로 각 기관의 보통고충심사위원회가 맡고, 5급 이상 공무원 등의 고충과 보통고충심사위원회 결정에 대한 재심은 인사처 중앙고충심사위원회가 심사한다.

하지만 정부는 각 기관 고충심사위원회에 접수된 사건과 처리 결과를 별도로 취합하지는 않는다. 중앙고충심사위원회가 관리하는 자료도 고충심사를 청구한 사건에 한정돼있다. 이 때문에 각 기관에 괴롭힘 신고가 얼마나 접수됐고 어떤 조사와 조치를 거쳐 마무리됐는지 전체 현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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