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돈 찾으려다 아파트 경매까지"…본전심리에 갇힌 2030
등록 2026.09.27 07:00:00수정 2026.09.27 07:12:24
개인회생 신청자 절반 '2030'…투자실패에 빚도
'투자 밖에 없다' 절박함에…중독 부른 본전 심리
중독자보다 괴로운 가족들…우울에 가족 갈등도
![[서울=뉴시스] 올해 상반기 전체 개인회생 신청은 8만172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상반기를 웃도는 수치다. 사진은 서울 한 법무사 사무실의 모습. 2020.10.06.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10/06/NISI20201006_0016753533_web.jpg?rnd=20201006145051)
[서울=뉴시스] 올해 상반기 전체 개인회생 신청은 8만172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상반기를 웃도는 수치다. 사진은 서울 한 법무사 사무실의 모습. 2020.10.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염준호 수습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부터 주식과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댔다. 투자금을 잃을 때마다 '본전만 찾고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비대면 대출을 받아 다시 투자했지만, 손실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빚으로 손실을 메우는 사이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유일한 자산이었던 인천의 아파트까지 경매로 넘어갔다. A씨는 올해 초 개인회생을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고 현재 변제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A씨처럼 자산을 불리려 시작한 투자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빚투'로 번지고, 다시 더 높은 위험 상품에 손을 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빚과 투자 중독으로 이어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투자 실패가 부채를 넘어 우울과 가족 갈등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 회생 신청자 절반은 '2030'…투자실패에 빚까지
전체 신청 수도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8만1723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2192건보다 9531건 늘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년층의 회생 신청도 증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재 회생·파산 전문 법무사는 "체감상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2030이 지난해에 비해 최소 3배가 늘었다"며 "앞으로 회생 신청이 점점 늘 것이라고 확신한다. IMF 때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본전만 찾고 그만두자"…손실 만회하려 '레버리지'로
처음에는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투자였지만, 손실이 커질수록 투자금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대출을 받아 더 큰 금액을 베팅하는 식이다.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위험을 높이고 그 결과 손실이 커지면 다시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악순환이다.
본전 심리로 레버리지 투자를 했다가 1억6000만원의 빚을 떠안게 된 33세 배모씨는 "대출 1억도 물타기를 위해 빌린 것"이라며 "지난해까지 10%대 손실에 불과했는데 올해 6월 삼성전자 단일종목 ETF에 투자하고 손실이 30%로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께 가상화폐 선물 거래로 1년 만에 불린 투자금을 하루 만에 잃었다는 박모(28)씨도 손실을 만회하려는 투자를 멈추지 못했다. 박씨는 "인간관계는 다 끊겼고, 가족과는 매번 싸웠다. 그래도 매매를 멈출 수가 없었다"며 "잃어버린 15억이 눈에 아른거렸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KODEX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2026.07.31.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31/NISI20260731_0021384336_web.jpg?rnd=20260731152923)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KODEX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2026.07.31. [email protected]
중독자보다 괴로운 가족들…정신과와 도박치료센터 찾는다
20년간 도박 환자를 치료해 온 최삼욱 진심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과거 내원 환자 중 투자의 비율이 10%도 안 됐다면 지금은 30~40%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소액으로 시작했다가 손실을 보면 본전 심리로 투자 중독에 빠지고, 대출과 사채에 손을 대는 패턴이 정도만 다르지 동일하게 발견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감당할 수 없는 부채와 손실로 인한 투자 중독과 우울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 원장은 "투자 중독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잠수(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는 것)를 타면서 주변을 다 초토화시킨 뒤 사채로 넘어가는 특징을 보인다"며 "특히 가족 우울증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문대 경제학부에 다니던 한 20대 투자 중독 환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휴대폰만 봐도 중독이 재발했나 싶어 벌벌 떨었다"고 사례를 전했다.
"월급 모아선 집 못 산다"…SNS가 키운 조급함
박씨는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것(투자) 밖에는 없다"라는 생각이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대출과 투자가 가능한 환경도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수익 투자 사례를 쉽게 접하면서 상대적으로 조급함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소연 광주남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팀장은 "청년기는 자산 형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라며 "SNS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되고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조급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석 연세봄정신의학과 전문의는 한때 투자 중독에 빠졌던 과거를 회상하며 "저도 한때 힘들고 미래가 불안한 청년이었기에 포모와 욕심에 빠져 투자하다 많이 잃기도 했다"며 "SNS를 보면 모두가 강남에 자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 해외 여행 다니는 것 같이 느껴졌지만 착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최고의 우량주는 나 자신"이라며 "투자로 잃은 돈은 투자로 회복하려 하지 말고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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