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묶인 7080 상인, 중국어 도배…두 전통시장의 '다른 풍경'
등록 2026.09.24 08:00:00수정 2026.09.24 08:45:16
영등포시장, 인건비 부담…상인들 "차라리 혼자 버텨"
구로시장은 상인도 손님도 중국동포…"어려움 없다"
![[서울=뉴시스] 이은서 인턴기자 = 추석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구로시장이 중국인 동포들의 방문으로 붐비고 있다. 2026.09.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837_web.jpg?rnd=20260922163305)
[서울=뉴시스] 이은서 인턴기자 = 추석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구로시장이 중국인 동포들의 방문으로 붐비고 있다. 2026.09.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이은서 인턴기자 = 같은 서울 서남권에 있는 두 전통시장이 추석 대목에 정반대의 풍경을 보이고 있다. 한쪽은 재개발 소송에 발이 묶인 채 70~80대 상인들이 인건비 부담에 사람을 쓰지 못하고 홀로 가게를 지켰다. 다른 한쪽은 중국어 간판이 곳곳에 들어오고 중국동포와 상인, 손님 등의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21일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은 출입구부터 찾기 쉽지 않았다.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외벽에 '영등포시장 가는 길'이라고 적힌 화살표만 겨우 붙어 있었다.
의류·수선 구역은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열었지만 한산했다. 통행로에 옷과 신발을 진열해놓은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청과물 구역도 입구 쪽 규모 있는 몇몇 가게에만 손님이 3~4명 있을 뿐, 안쪽 작은 점포들은 대부분 한산했다.
50년 넘게 시장에서 마늘을 팔아온 고경숙(76)씨는 추석 대목을 맞아 평소보다 더 일찍 나오거나 늦게 퇴근하며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고씨는 "찾아오는 손님이 크게 늘진 않았는데 업체 납품 때문에 바빠졌다"며 "평소보다 2~3시간씩 더 일찍 나오거나 늦게 퇴근하며 버틴다"고 했다.
일손을 더 구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고씨는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인건비가 너무 비싸 사람을 쓰면 추석 대목 수입을 전부 못 가져간다고 봐야 한다"며 "상인들 대부분 차라리 안 자고 일하고 말지, 추석이라고 사람을 더 쓰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 곳곳에서는 고령화도 두드러졌다. 고씨는 "젊어야 50대고 대부분 70대, 80대 이상도 많다"며 "재개발 소송이 계속되다 보니 젊은 상인이 굳이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순대집을 운영하는 김영희(71·가명)씨도 "순대 골목만 해도 60대 이하 사장님은 없다"며 "가게를 물려받거나 가족이 동업하는 경우가 아니면 새로 일손을 구하지 않는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 가게에는 베트남 출신 직원이 1명 있지만, 이 역시 친한 사장님의 친척을 소개받아 고용한 경우였다.
생선·정육 구역은 더 한산했다. 손님보다 납품용 간이카트를 끄는 인력이 더 많이 오갔고, 상인들은 옆 가게 사람들과 앉아 식사하거나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붐비는 곳은 순대국집이 몰린 골목과 백반집 두 곳뿐이었다.
문구류를 파는 조성식(68)씨는 "시장 주 상권은 앞으로도 크게 늘지 않을 것 같다"며 "유통·도매 업체 아니면 장사가 잘 안 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이은서 인턴기자 = 21일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의 한 채소가게에 고추가 진열돼 있다. 가격표가 한글 없이 중국어로만 적혀 있다. 2026.09.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845_web.jpg?rnd=20260922163624)
[서울=뉴시스] 이은서 인턴기자 = 21일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의 한 채소가게에 고추가 진열돼 있다. 가격표가 한글 없이 중국어로만 적혀 있다. 2026.09.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같은 날 찾은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의 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뉴시스 취재진이 찾은 이곳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고, 대부분이 중국동포와 중국인이었다.
시장 안쪽에는 중국어로 적힌 간판이 잇따라 보였고, 일부 가게에서는 중국어가 주된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됐다. 추석을 앞두고 손님이 더 몰린 것이냐는 질문에 상인들은 "원래 늘 이렇다"고 답했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준택(41)씨는 "직원 7~8명 중 4명이 조선족이고 나머지도 중국에서 온 이주민"이라며 "시장 안에서는 사장도 손님도 중국인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진옥현(62)씨도 "간판을 보면 알듯이 중국어로 써 붙였고 파는 채소도 중국 절임류 재료가 많다"며 "어차피 중국어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중국인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중국인 샹(Xiang·59)씨는 "아는 사람이 직업소개소를 운영해 사람 구하기 쉽다"고 말했다.
중국 간식가게에서 일하는 차오이둥(Cao yidong·54)씨는 "중국인이 한국에 처음 오면 이 시장이 자리 잡기 좋은 곳"이라며 "조선족 친구 소개로 이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만둣집에서 일하는 위썅메이(30대)씨는 "이번 추석에는 오랜만에 본토에 다녀올 예정"이라며 "사장님이 집에 갔다 올 수 있게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시장 안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몇 안 되는 가게 중 하나인 신흥떡집의 신명분(74)씨는 "여기는 채용하면 다 중국사람인데 (내가) 중국어를 못 한다"며 "시장 안에 한국인 매장이 많지 않아 떡 사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가게로 온다"고 말했다.
두 시장 모두 고령화와 인건비 부담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그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 전혀 다른 것이다. 추석 대목을 맞은 전통시장의 모습이지만, 인구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이주민 유입 등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영등포시장은 고령 상인들이 스스로 노동 시간을 늘리며 버티는 쪽을 택했다. 반면 구로시장은 중국동포와 중국인 근로자가 일손을 채우고 중국어를 사용하는 소비층까지 형성되는 등 상권의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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