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서 진폐증 얻고 37년 후 극단 선택…法 "업무상 재해"
등록 2026.09.28 07:00:00수정 2026.09.28 07:46:23
탄광에서 진폐증 진단…병원 요양하다 극단 선택
法 "진폐증으로 인한 우울증 악화…상당인과관계"
![[서울=뉴시스] 탄광에서 근무하다 진폐증을 진단받은 지 30여년 만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경우, 진폐증에 따른 우울증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 로고. (사진=뉴시스DB)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25/NISI20250725_0001903205_web.jpg?rnd=20250725163743)
[서울=뉴시스] 탄광에서 근무하다 진폐증을 진단받은 지 30여년 만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경우, 진폐증에 따른 우울증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 로고. (사진=뉴시스DB)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탄광에서 근무하다 진폐증을 진단받은 지 30여년 만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경우, 진폐증에 따른 우울증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정은영)는 최근 망인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탄광에서 광원으로 근무하다 1986년에 진폐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A씨는 병원에서 요양하다가 2023년 10월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목맴'으로 기재됐다.
A씨의 자녀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2024년 3월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했다.
자녀들이 이 처분에 불복해 낸 심사청구와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제기한 재심사청구 모두 기각됐다.
A씨의 자녀는 "A씨가 진폐증과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을 진단받은 이후 호흡곤란 증상의 악화, 진폐합병증 등으로 인해 수면장애와 불안장애 증상을 겪었다"며 "사망 직전 진폐합병증인 기흉과 관련된 증상으로 정신질환이 더욱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 자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상 질병인 진폐증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악화돼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인해 입원 생활이 장기화되면 불안, 우울, 불면 등 다양한 정신병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진폐증으로 인한 요양 대상자로 판정받은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요양 생활을 했다. 그는 불안장애와 수면장애, 우울 에피소드를 진단받은 후 지속적으로 같은 증상으로 진료를 받아왔다.
재판부는 "망인이 사망하기 약 1년 전부터 폐기능이 급속하게 악화됐을 뿐 아니라 그 무렵 망인은 호흡곤란을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는데, 호흡곤란은 불안과 공포를 증가시키는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진폐합병증으로 인해 망인의 기존 불안장애, 우울 등의 증상이 더욱 악화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이 앓고 있던 다른 질병 등이 불면증, 우울증의 주된 악화 원인으로 작용했을만한 요소도 찾을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A씨가 의사로부터 폐질환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과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고 기력도 없어 일상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등 표현을 했던 점에 비춰 이 사건 사고 무렵 깊은 절망감과 무력감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원 감정의는 "기흉, 객혈, 가래 등 다수의 중증 폐질환의 동시다발적 발생으로 인한 압도적인 외상 경험과 공포감이 자살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며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질병의 악화와 전반적인 신체 기능의 감퇴는 삶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충분한 요인이었으며, 특히 장기 투병으로 인한 고통과 고령의 나이를 고려하면 그 영향은 더욱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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