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묘지 늘고 학교선 군가…전쟁이 일상 된 러 북오세티야
등록 2026.09.29 11:55:00
전쟁 사망 수준 러 평균보다 약 3분의 1 높아…남성 부족에 여성 채용 늘어
![[베슬란=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러시아 북오세티야 공화국 베슬란 제1공립학교를 찾은 후 테러 희생자 묘비에 헌화하고 있다. 2024.08.21.](https://img1.newsis.com/2024/08/21/NISI20240821_0001411672_web.jpg?rnd=20240821070301)
[베슬란=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러시아 북오세티야 공화국 베슬란 제1공립학교를 찾은 후 테러 희생자 묘비에 헌화하고 있다. 2024.08.21.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북오세티야를 일주일간 취재한 내용을 전하며 전쟁이 이 지역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조명했다.
지역 수도 블라디캅카스의 공동묘지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군인들을 위한 별도 묘역이 마련돼 있다. 새 묘비에는 전사자들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 묘역도 계속 커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곳에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들의 모임을 만든 옥사나 아바예바(47)의 아들 알베르트 아바예프도 묻혀 있다. 알베르트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참여했고 그해 5월17일 스무 살의 나이로 숨졌다.
알베르트를 키운 의붓아버지 케타그 자세예프도 침공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군에 들어갔다. 알베르트가 숨진 뒤 휴가를 얻은 자세예프는 우크라이나를 가로질러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군 영안실까지 찾아가 알베르트의 시신을 수습해 블라디캅카스로 돌아왔다.
아바예바는 “지난 4년 동안 우리 삶은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갈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기를 바랐지만 당장 전투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우크라이나의 나치’라고 부른 세력이 사라진 뒤에야 러시아가 전투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베슬란 참사' 15주기를 맞아 시민들이 들고 있는 당시 희생자 사진 앞에 한 여성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04년 9월 1일 러시아 자치공화국 북오세티야의 베슬란 초등학교에서 개학식이 열려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인 가운데 무장한 이슬람 과격원리주의 집단 32명이 학교에 침입해 이들을 체육관에 몰아넣고 폭탄을 설치해 인질극을 벌였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3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촉발된 테러범들의 인질에 대한 총격과 이를 진압하기 위한 러시아 진압부대의 교전으로 1,100여 명 인질 중 184명의 어린이 포함 33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9.09.04.
인구 약 68만명의 북오세티야는 정교회 신자가 다수를 이루는 산악 지역으로 오랫동안 군인을 많이 배출해 왔다. 러시아에서 활동이 금지된 인권단체 메모리알이 신문과 소셜미디어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오세티야의 전쟁 사망 수준은 러시아 전국 평균보다 약 3분의 1 높았다. NYT는 북오세티야 같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역 출신이 러시아군에 많이 들어가면서 대도시 주민들은 전쟁의 인적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떠안았다고 전했다.
세 차례 전쟁에 참전한 아나톨리 베트루조프(65)의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NYT에 따르면 베트루조프는 우크라이나의 ‘나치’를 거론하는 크렘린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도 현재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죽고 있다”며 “정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참전을 만류했던 33세 조카는 결국 군에 들어갔다가 숨졌다.
전쟁의 영향은 주민들의 태도를 넘어 일터에서도 나타났다. 생활용품 유통업체에서 인사업무를 맡는 아자 비라고바에 따르면 2019년 문을 연 한 매장에는 한때 남성 직원이 약 80명 있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동원령 이후 징집 통지서를 받은 직원들이 생기고 자원입대한 남성도 늘었다. 남성 구인난으로 임금까지 오르자 회사는 직원 규모를 60명 수준으로 줄였고, 비라고바는 결국 지역에서 여성 채용이 늘었다고 말했다.
북오세티야에서 군인과 국가 방위를 강조하는 분위기에는 2004년 베슬란 학교 테러의 기억도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인접 체첸의 반군 활동과 연계된 무장세력이 베슬란 제1학교에서 인질극을 벌였고, 사흘 만에 러시아 특수부대가 학교에 진입했다. 사건으로 어린이 186명을 포함해 인질 334명이 숨졌다. NYT는 이 테러의 기억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러시아를 지켜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학교에는 참전용사들도 찾아와 학생들에게 강연한다. 전사자·부상자 가족을 돕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에리크 바가예프는 아이들에게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만화의 영웅이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라면, 우리는 아이들이 군인을 그런 존재로 바라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NYT 취재진이 다시 블라디캅카스 공동묘지를 찾았을 때는 전사자 가족들 사이에서도 이 전쟁을 무엇이라고 부를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한 여성은 “우리나라에는 전쟁이 없다”며 전쟁 대신 크렘린이 쓰는 ‘특별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들이 공수부대원이었던 또 다른 여성은 NYT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전쟁이 아닐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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