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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300만권 소실·유네스코 성당 화재…우크라 "러, 문화 파괴 의도적"

등록 2026.09.29 18:06:01

우크라 문화부 "문화유산 2138곳 피해"…문화기관 569곳은 완전 파괴

점령지 유물 200만점 안팎 위험…러시아는 문화시설 표적 공격 부인

[키이우=AP/뉴시스] 15일(현지 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페체르스크 라우라(동굴 대수도원)'가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중 피격돼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의 정신'으로 불리는 종교·역사적 상징적 성지다. 2026.06.15.

[키이우=AP/뉴시스] 15일(현지 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페체르스크 라우라(동굴 대수도원)'가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중 피격돼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의 정신'으로 불리는 종교·역사적 상징적 성지다. 2026.06.15.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의 세계문화유산과 출판시설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자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겨냥한 의도적인 파괴라고 주장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테티아나 베레즈나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문화장관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문화가 우크라이나의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문화 파괴는 의도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달 사이 수도 키이우의 대표적인 문화유산도 잇따라 피해를 입었다.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우라 수도원의 성모승천대성당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크게 파손됐고, 성 소피아 대성당이 포함된 국립보호구역에서도 드론 공격의 폭발 충격으로 건물의 창문 등이 깨졌다. 두 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 6월 라우라 수도원 공격으로 성모승천대성당 외벽과 내부가 크게 훼손됐고 주변 역사 건축물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1051년 세워진 라우라 수도원은 올해 건립 975주년을 맞았다.

베레즈나 부총리는 이 수도원이 우크라이나의 종교 전통뿐 아니라 국가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밤 영화 스튜디오 창고도 불에 타 역사물을 포함한 영화 의상과 소품 약 300만점이 소실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문화유산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라우라 수도원 피해 당시 자국군이 수도원을 공격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키이우=AP/뉴시스]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성 소피아 대성당. 2023.09.16.

[키이우=AP/뉴시스]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성 소피아 대성당. 2023.09.16.

출판업계의 피해도 컸다. 베레즈나 부총리는 러시아군이 올여름 책 창고 7곳과 유통센터 4곳, 인쇄시설 1곳을 반복해 공격해 책 약 1300만권이 소실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새 학기를 앞두고 어린이들에게 배포할 교재 50만권도 포함됐다고 했다.

베레즈나 부총리는 같은 문화시설을 거듭 공격하고 한 차례 타격 뒤 다시 공격하는 이른바 '더블탭' 방식까지 사용한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지우려는 의도적인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문화·학술시설 피해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28일에는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키이우 도심의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 건물에 불이 나 최소 1명이 숨졌다. 건물은 성당과 국립오페라극장 인근에 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의 8월 말 집계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문화유산 2138곳이 피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47곳이 완전히 파괴됐다. 도서관·박물관·극장 등 문화기관은 2640곳이 피해를 입었으며 569곳이 완전히 파괴됐다.

공습뿐 아니라 러시아 점령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문화재의 반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베레즈나 부총리는 점령지역에 약 200만점의 문화재가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약 4만점이 러시아로 반출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유물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박물관에 전시되면서 러시아에서 유래한 유물로 설명까지 바뀌었다고 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비공개 장소에 있는 러시아군 통합 그룹 지휘소 가운데 한 곳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다. 2026.7.4.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비공개 장소에 있는 러시아군 통합 그룹 지휘소 가운데 한 곳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다. 2026.7.4.

우크라이나 정부는 점령 위험 지역의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전선에서 50㎞ 이내에 있는 박물관 소장품을 서부 지역으로 옮기도록 했다. 베레즈나 부총리는 평생 수집품을 관리해온 학예사들에게 소장품을 떠나보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베레즈나 부총리는 해외 박물관에 러시아 유물로 잘못 표기된 우크라이나 문화재의 출처를 바로잡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V&A)을 방문해 일부 유물을 우크라이나 유물로 다시 분류하도록 협의했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현재 '키이우의 성스러운 보물' 전시에 소개되고 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문화를 자국의 것으로 만들어온 제정 러시아와 소련 시대의 정책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의 파괴와 반출을 단순한 전쟁 피해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독자적인 역사와 정체성을 지우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다.

영국 변호사이자 아르테미스 챔버스 설립자인 알렉스 프레잔티는 "주된 목표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라면 군사 전술과 아무 관계가 없는 책을 왜 파괴하느냐"며 "비나치화가 목표라면 왜 교회와 박물관을 파괴하느냐"고 말했다.

베레즈나 부총리는 "문화 파괴가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며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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