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국 맞아?"…핫플·대학가서 사라진 한글 간판
등록 2026.10.09 07:00:00
성수동엔 영어·회기엔 중국어 간판 즐비
서울 대학가 간판 29.3% 외국어로만 표기
"뭘 파는 곳인지 몰라"…시민들 불편 호소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건물 외벽에 영어로만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2026.10.0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8/NISI20261008_0002259069_web.jpg?rnd=20261008165454)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건물 외벽에 영어로만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았지만 서울의 '핫플레이스'(핫플)와 대학가에서 한글 간판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어가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는 인식에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 증가에 따른 상권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영어와 중국어 간판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간판만으로는 어떤 가게인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성수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번화가로 들어서자 영어로만 적힌 간판들이 줄지어 눈에 들어왔다. 역에서 약 3분을 걷는 동안 확인한 영어 간판만 9개였고, 한글이 함께 적힌 곳은 없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한글 간판을 찾기는 더욱 어려웠다. 한 골목에서는 간판 6개 중 4개가 영어로만 표기돼 있었고, 인근 다른 골목에서도 간판 25개 중 16개에 영어가 사용됐다. 이 가운데 14개는 한글을 함께 적지 않고 영어로만 표기했다.
영어 간판이 즐비하다 보니 간판만 봐서는 카페인지 옷 가게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일부 매장은 가게 밖에 걸린 메뉴판마저 영어로만 적혀 있어 주문용 태블릿에서야 한글로 메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건물 외벽에 영어로만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2026.10.0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8/NISI20261008_0002259071_web.jpg?rnd=20261008165616)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건물 외벽에 영어로만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외국어로만 표기된 간판에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성수동에서 만난 고등학생 김모(19)군은 영어로만 적힌 간판을 가리키며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을 파는 곳인지도 모르겠다"며 "한글로 적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수동의 한 소품점 직원 역시 인근 음식점을 가리키며 "간판만 봐서는 솥밥을 파는 집인지 알 수 없다"며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기 어려운 가게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글 간판 실종 사태는 대학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수동에서 영어 간판이 두드러졌다면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은 대학가에는 중국어 간판이 눈에 띄었다.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1번 출구에서 경희대학교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중국어로 상호를 적은 음식점과 상점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앞둔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건물에 중국어로 된 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6.10.0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8/NISI20261008_0002259062_web.jpg?rnd=20261008165224)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앞둔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건물에 중국어로 된 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일부 가게는 상호를 중국어로만 표기했고, 한글을 함께 적었더라도 중국어보다 글씨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상점 외벽에는 한글 없이 중국어로만 적힌 현수막과 포스터가 걸려 있기도 했다.
회기동에서 2008년부터 꽃집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보다 중국어 간판이 늘어난 것 같다"며 "주변에 유학생들이 많다 보니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대학가 간판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외국어 간판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2025년 옥외광고물 한글 표기 실태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시내 12개 대학권의 간판 7129개를 조사한 결과, 외국문자로만 적힌 간판은 2086개로 전체의 29.3%를 차지했다.
한글로만 적힌 간판은 3576개(50.2%)였으며, 한글과 외국문자를 함께 사용한 간판은 1457개(20.4%)였다. 외국문자를 사용한 간판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셈이다.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앞둔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건물에 중국어로 된 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6.10.0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8/NISI20261008_0002259056_web.jpg?rnd=20261008165023)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앞둔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건물에 중국어로 된 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외국어 간판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외국어가 세련되고 이국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인식과 외국인과의 교류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세계화로 외국인과의 교류가 늘고 외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외국어 간판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업주들이 많아졌다"며 "외국어로 간판을 만들어야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손님이 더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어로만 적힌 간판, 법적 문제는 없을까. 현행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따르면 간판은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문자를 사용할 경우 한글을 함께 적어야 한다. 다만 특허청에 등록된 영문 상표를 그대로 표시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인정된다.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거쳐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지만, 모든 간판에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건물 3층 이하에 설치된 면적 5㎡ 미만의 벽면 간판은 다른 허가·신고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별도의 절차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 메뉴와 가격 등이 영어로만 적힌 메뉴판이 걸려 있다. 2026.10.0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8/NISI20261008_0002259063_web.jpg?rnd=20261008165247)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 메뉴와 가격 등이 영어로만 적힌 메뉴판이 걸려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이처럼 허가·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소형 간판은 외국어로만 표기돼 있더라도 지자체가 한글 병기를 강제하기 어려워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회기동 일대는 가게가 협소해 5㎡ 미만의 작은 간판이 많은데, 이런 간판은 신고 의무가 없어 행정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구두로 안내하거나 유인물을 배부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도 "간판 관련 민원이 접수되거나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외국어 사용 자체를 제한하기보다 한글을 중심으로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간판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범 대표는 "외국인이라고 모두 영문 알파벳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외국어로만 간판을 내걸면 내국인들에게는 그 공간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글이 외국 문자보다 작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상인들과 협의하고 한글 위주의 간판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건물 외벽에 영어로만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2026.10.08.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8/NISI20261008_0002259070_web.jpg?rnd=20261008165542)
[서울=뉴시스] 박준성 인턴기자 =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건물 외벽에 영어로만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