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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유 딜'에 허 찔린 유럽, 우크라 지지 결집

등록 2026.10.13 17:42:23

유럽, 트럼프 예측 불가 외교·유럽 배제 행보에 경계심

유럽, 기존 노선 유지…美와 결별은 '득보다 실' 판단

[AP/뉴시스] 자료 사진에서 유럽연합(EU) 국기와 영국 국기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AP/뉴시스] 자료 사진에서 유럽연합(EU) 국기와 영국 국기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유 딜'이 서방 동맹에 충격을 안긴 가운데, 유럽 지도자들이 대오를 정비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결집하고 있다고 유로뉴스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를 경계해 온 유럽은 또다시 허를 찔리자 실추된 체면을 회복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은 이번 소식에 크게 동요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자신들과 사전 협의 없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개시한 이후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유럽을 뒤흔들고 전후 국제질서의 오랜 인식을 뒤엎는 일련의 예상치 못한 전개의 시작이었다. 전격적인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 러시아에 유리한 28개항 종전안 유출, 러시아산 원유 제재 유예에 이어 이번 경유 합의까지가 모두 대서양 양안 간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9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된 미·러 경유 딜은 이런 갈등에 또 다른 장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익숙한 수법을 사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한 것. 우크라이나 헌법은 전시 선거를 금지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협상을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DB)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DB)


유럽은 미국의 행보와 관계없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기존에 합의한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우리 모두 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입장을 바꿀 만한 사실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는 압박을 받아야만 진지하게 협상할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대러 제재를 고수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룩셈부르크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EU 외무장관들은 회의를 열고 "대러 압박을 중단 없이 계속하겠다"고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일부 장관들은 경유 딜을 "유감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EU 외무장관들은 또 사상 최대 규모인 1600명에 대한 대러 제재를 승인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리는 오늘 제재 대상 추가를 통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다"며 "물론 미국과 함께 했다면 훨씬 더 강력했을 것이다. 미국에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는 러시아에는 압박만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유럽은 '경유 딜'로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주요 인프라가 파괴되고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리고 EU는 수십억 유로 지원만으로는 내년 중 언젠가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란 것을 직감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지원국에서 빠지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유럽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브뤼셀=AP/뉴시스] 왼쪽부터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상임의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사진=뉴시스DB)

[브뤼셀=AP/뉴시스] 왼쪽부터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상임의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사진=뉴시스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미국과의 결별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헬렌 매킨티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고 그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지원 없이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유 딜' 소식이 전해진 바로 그 순간 우크라이나와 영국, 프랑스, 독일, EU 집행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 관계자들은 스티브 윗코프와 재러드 쿠슈너 미국 특사가 주최한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었다. 이런 회담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 열린 것이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우리는 이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파트너 국가들, 특히 미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다. 지난 9일 마이애미 회담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며 "(회담을)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비공개 통화를 하는 동안 협상 테이블에서 자리를 확보하는 데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 국가들은 '의지의 연합'을 결성한 후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 과정에 참여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회담에 참여하는 것이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외교적 모욕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뒤에서는 어떤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대서양 동맹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휴전과 긴장 완화, 안보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트루스소셜에서만 언급할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고 우리의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은 함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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