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내 분노가 보이나"…佛서 55만명 거리로, 곳곳서 약탈·방화
등록 2026.10.20 11:43:57수정 2026.10.20 13:10:25
생활비·일자리·주거난에 각계각층 거리로…시민, 박수·환호
시위대 "약탈로 요구 가려져선 안 돼…미래를 위한 싸움”
![[파리=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트럭을 타고 행진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생, 학부모, 교사, 노동조합 등도 가세한 이들의 시위는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26.10.14.](https://img1.newsis.com/2026/10/13/NISI20261013_0001661103_web.jpg?rnd=20261014091413)
[파리=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트럭을 타고 행진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생, 학부모, 교사, 노동조합 등도 가세한 이들의 시위는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26.10.14.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지난 17일(현지 시간) 수도 파리를 필두로 프랑스 전역의 거리가 분노와 화염에 휩싸였다. 정부 추산 55만명(주최 추산 8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고교생들은 교육 정책에 반발했고, 노동조합과 '노란조끼(생활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 운동가들은 생활비와 유류비 인상에 맞서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시위대 주변 복면을 쓴 일부 폭력 가담자들은 상점을 약탈하거나 시청 등 공공시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거리의 폭력과 혼란에 놀랐고 또 다른 이는 다음 날 깨진 유리창과 망가진 가게를 마주해야 했다.
19일 프랑스앵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파리 11만명 등 프랑스 전역 55만명이 높은 생활비와 유류비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대부분 집회 참가자들은 질서를 유지했지만 시위대 주변의 일부 폭력 가담자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공공건물 등에 불을 지르면서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2400명 가량이 체포됐고 경찰관 등 치안병력도 1000명 가까이 다쳤다. 재산 피해는 최소 수천억원대로 추정된다. 프랑스 정부는 극좌 세력과 범죄·약탈 집단이 폭력 사태에 가담했다고 지목하고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노란조끼 측이 오는 24일 추가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당국은 추가 폭동과 약탈 방지를 이유로 파리 등 일부 도시 특정 지역에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파리에 모인 시위대는 17일 오후 2시부터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클리시 광장까지 3㎞를 행진하며 생활비와 연료비, 공교육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대책을 요구했다.
'각양각색' 시위대, 佛 사회 난맥 비판…시민, 시위대에 박수·환호로 연대
![[파리=신화/뉴시스]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농민과 기후 활동가, 노동조합 등이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 시위에 연대해 연료 가격과 생활비 부담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2026.10.18.](https://img1.newsis.com/2026/10/18/NISI20261018_0021492911_web.jpg?rnd=20261018101619)
[파리=신화/뉴시스]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농민과 기후 활동가, 노동조합 등이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 시위에 연대해 연료 가격과 생활비 부담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2026.10.18.
참가한 직업군은 다양했다. 판매직 노동자이자 두 아이를 부양하는 이혼녀인 로리(42)는 17일 파리 시위에 참여했다. 콘크리트 볼라드 위에 올라 발끝으로 균형을 잡은 채 '마크롱, 내 분노가 이제 더 잘 보여?'라고 적힌 손팻말을 최대한 높이 든 로리는 프랑스앵포에 "이게 지금 내 심정"이라고 말했다.
로리는 "존중 받지 못해 슬프다"며 "부양해야 할 아이가 둘인데 최저임금보다 아주 조금 더 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시위 일정을 두 달 전부터 일정표에 표시해뒀다면서 "막내 생일까지 일부러 옮겼다"고 했다.
18세 구직자인 에니스는 "어떤 분야든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아무도 답을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소피안(23)도 "내 집을 갖고 싶지만 그건 정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사 부문 종사자인 클레망스는 "사람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단이 더 이상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직접 봤다. 국가는 언제 눈을 뜰 것인가"고 말했다.
인도에서 시위대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고등학생들이 거리를 행진하자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울려 퍼졌다.
인도에 서서 감격한 듯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던 78세 마리테레즈는 "저 나이 때 1968년 5월을 겪었다"며 "이 아이들은 당시 우리보다도 더 깨어 있는 것 같다. 무엇이 걸려 있는지 완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은 "(이번 시위는)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탈·방화도 속출…시위 참가자 "약탈 때문에 우리 요구 가려져선 안 돼"
![[파리(프랑스)=AP/뉴시스] 프랑스 파리에서 17일(현지시간) 학생 공교육 개선 시위에 연대해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시위대 인근에 불타고 있는 자동차. 2026.10.18](https://img1.newsis.com/2026/10/17/NISI20261017_0001671454_web.jpg?rnd=20261018000137)
[파리(프랑스)=AP/뉴시스] 프랑스 파리에서 17일(현지시간) 학생 공교육 개선 시위에 연대해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시위대 인근에 불타고 있는 자동차. 2026.10.18
그러나 차분한 시위 한편으로는 경찰과 폭력 가담자들의 충돌이 속출했다 행진 출발점인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밀려든 시위대를 통제하려는 경찰과 일부 폭력 가담자들이 행진 시작 전부터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했고 폭력 가담자들은 투석과 차량 방화로 맞섰다.
하루 종일 시위 행렬 주변에서는 복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수백명이 경찰과 쫓고 쫓기는 상황을 벌이거나 직접 충돌했다. 파리 곳곳에서는 상점 유리창이 깨졌고 상점들이 약탈당하거나 심지어 불에 타기도 했다.
프랑스 제2도시인 마르세유에서도 시위는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상점 약탈과 시청사 파손, 경찰서 훼손 등이 벌어졌고 경찰은 최루탄 등으로 대응했다. 시위가 끝난 뒤 도심 거리에는 수백발의 최루탄 잔해와 쓰러진 바리케이드, 불탄 쓰레기통, 깨진 상점 유리창 등이 널려 있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폭력과 기물 파손에도 시위가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대학생인 조아킴과 마티아스는 복면을 쓴 폭력 가담자들을 옆에서 겪었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는데 우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손팻말이 없었다"며 "약탈 때문에 우리의 요구가 가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가 돌봄 종사자인 레아는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에 섰다. 그는 "어차피 마크롱과 그의 세계는 노란 조끼 때 그랬던 것처럼 이 운동을 악마화하려 할 것"이라며 "내가 본 것은 정말로 조직된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연대와 별개로 佛 사회에 상처…피해 상인 "충격 사라지지 않아"
![[파리=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시위 중 약탈당한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대학생, 노동조합, 교사 등이 참여하며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지면서 약 2천400명이 체포되고 약 1천 명이 부상했다. 2026.10.19.](https://img1.newsis.com/2026/10/19/NISI20261019_0001674323_web.jpg?rnd=20261019083932)
[파리=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남성이 시위 중 약탈당한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대학생, 노동조합, 교사 등이 참여하며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지면서 약 2천400명이 체포되고 약 1천 명이 부상했다. 2026.10.19.
시위 다음날인 18일 현장을 청소하던 프랑크는 "완전히 엉망"이라며 "(시위대가) 광장의 포석을 뜯어냈다. 저쪽에 우리가 치우고 청소해야 할 포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도심 전체가 황폐해졌다"고 말했다.
포석이 뜯겨나간 광장은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기념비 바로 아래에 있다. 안마리는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 아버지는 전쟁에서 숨졌다. 사람들이 이렇게 모든 것을 부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광장 인근에 위치한 신발가게의 유리창은 합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피해 상황을 확인하던 파니 폴은 "가게에 와보니 유리창이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며 "친구들이 와서 청소를 돕겠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가게가 복구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받은 충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폭력 가담자들은 어린이 박물관도 침입해 컴퓨터 등을 파괴했다. 박물관은 이번주 입원 중인 어린이들을 맞을 예정이었지만 언제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채 휴관해야 한다. 박물관장인 잔 가로뫼니에는 "컴퓨터가 부서졌지만 도난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화가 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과 약탈 행위에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기물 파손 비용을 가해자가 직접 부담하도록 하는 이른바 '파괴자 부담법(casseur payeur)' 입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안은 이달말 상원에서 첫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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