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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공습에 키이우 일부 단수…겨울 정전 길어지면 오수 범람 우려

등록 2026.10.20 14:23:59수정 2026.10.20 16:04:26

유일한 하수처리장도 드론·미사일 공격 표적…수주간 단수 가능성

비상발전기 103대에도 대형 펌프장 가동 한계…급수차론 위생용수 부족

[키이우=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다층 주거용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2026.10.14.

[키이우=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다층 주거용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2026.10.1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의 에너지시설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부 지역에서 수돗물 공급이 끊긴 가운데, 겨울철 정전이 길어지면 하수가 넘쳐 공중보건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상하수도 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들을 인용해 키이우의 수도·하수처리시설이 전력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하수를 처리장까지 보내는 펌프가 멈추면 오수가 넘쳐 도시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키이우의 수도사업체 키이우보도카날에 따르면 시 상수도망은 드니프로강에서 물을 끌어올려 하루 약 7억ℓ의 깨끗한 물을 가정과 사업장에 공급한다. 물을 끌어올리고 정수한 물을 각 지역으로 보내는 데 많은 전기가 필요하며, 중앙 전력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수돗물 공급이 끊기면 주민들은 집에 저장해 둔 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하수는 다르다. 가정과 사업장에서 배출한 오수를 펌프로 처리장까지 옮기고 정화하는 데도 전기가 필요하다. 정전이 장기화하면 하수 저장시설이 넘쳐 위생·환경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사업자협회의 올렉산드르 스힌 이사는 "하수를 옮기고 처리하는 일은 수도사업자들에게 큰 과제다. 설비가 노후한 데다 펌프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러시아는 키이우의 변전소를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이 공격으로 많은 가정이 전기와 수돗물 공급에 차질을 겪었다. 키이우에서는 긴급 정전뿐 아니라 봄 이후 시행되지 않았던 시간대별 계획정전도 다시 시작됐다.

정전과 함께 불안정한 전압도 문제다. 키이우보도카날의 세르히 호르쿠첸코 부책임자는 지난 12일 현지 매체 에코노미치나 프라우다와의 인터뷰에서 전압이 계속 요동치면서 노후한 수도시설의 전기설비가 손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에너지시설 공격도 거세졌다. 키이우 소재 에너지 전문 연구기관 디시그룹의 올레나 파블렌코 대표는 러시아의 에너지망 공격 강도가 2024년과 비교해 5배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이우의 전력 시스템이 이전보다 더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전력망이 약해질수록 수도 펌프장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도 어려워진다. 펌프 제조업체 그룬드포스의 우크라이나법인 영업담당자 올렉시 안드리야셴코는 올겨울 키이우 일부 지역에서 전기와 수돗물이 수주 동안 끊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수도망이 마비되고 하수 저장시설이 넘쳐 오수가 시내로 흘러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수처리시설 자체도 공격에 노출돼 있다. 우크라이나 수자원·토지개량연구소의 미하일로 야추크 소장은 러시아가 키이우의 유일한 하수처리시설인 보르트니치 처리장을 드론과 미사일로 여러 차례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그는 "보르트니치 처리장이 파괴되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라며 하수 펌프장까지 손상되면 전체 하수처리 체계에 문제가 생기고 심각한 환경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겨울에 충분히 대비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대규모 정전과 단수를 겪은 키이우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준비 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도 수도에 충분한 예비 발전설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지난 13일 키이우보도카날이 관리하는 시설에서 비상발전기 103대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제작 중인 대용량 발전설비도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그러나 클리치코 시장은 비상발전기가 기존 전력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고 계속 가동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과 자금 부족도 문제다. 호르쿠첸코 키이우보도카날 부책임자는 직원 한 사람이 네 사람 몫의 업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급수차를 동원해 주민들에게 마실 물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급수차로 식수를 공급하더라도 주민들이 씻고 청소하는 데 필요한 물까지 충당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힌 이사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는 한 사람이 하루 평균 약 100ℓ의 물을 사용한다. 급수차만으로는 이러한 위생·청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한 달가량 정전이 이어졌을 때 현지 수도사업 책임자는 트랙터를 이용해 주민들에게 마실 물만 공급할 수 있었다. 스힌 이사는 당시 주민들이 씻고 청소하는 데 필요한 물을 확보하려고 강에서 물을 길어 오거나 눈을 녹여 사용해야 했다고 전했다.
[키이우=AP/뉴시스]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변전소를 방문해 헤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과 함께 손상된 변압기를 살펴보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핵사고는 원전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전력 공급 중단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2025.02.05.

[키이우=AP/뉴시스]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변전소를 방문해 헤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과 함께 손상된 변압기를 살펴보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핵사고는 원전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전력 공급 중단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2025.02.05.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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