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늦장마 배경엔 '전선'…9월 중하순 서울~대구 거리만큼 북상
등록 2026.10.23 07:30:00수정 2026.10.23 07:38:24
APCC·KAIST, 동아시아 전선 위치 변화 분석
장마철 146㎞보다 9월 중하순 213㎞ 더 북상
![[서울=뉴시스] 기후변화로 '전선'이 9월에도 과거보다 크게 북상하면서 늦여름 폭염과 호우 위험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늦더위가 나타난 2023년 9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부채로 햇빛을 가리고 있는 모습. 2023.09.07.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9/07/NISI20230907_0020026312_web.jpg?rnd=20230907140809)
[서울=뉴시스] 기후변화로 '전선'이 9월에도 과거보다 크게 북상하면서 늦여름 폭염과 호우 위험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늦더위가 나타난 2023년 9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부채로 햇빛을 가리고 있는 모습. 2023.09.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서울에서 대구까지 직선거리는 약 200㎞ 남짓이다. 지난 47년간 9월 중하순 한반도 일대의 비구름 길목이 북쪽으로 올라온 거리가 바로 그만큼이다. 9월에 접어들어도 꺾일 줄 모르는 더위와 느닷없는 호우 뒤에 이 '길목'의 이동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공동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전선'이 9월에도 과거보다 크게 북상하면서 늦여름 폭염과 호우 위험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23일 밝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npj 기후 및 대기과학'에 게재됐다. 주저자는 문수연 APCC 박사, 공저자는 같은 센터 김옥연 박사와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다.
'집중호우의 길목'이 움직였다
즉, 전선은 하늘에 생기는 '집중호우의 길목'이다. 같은 전선 주변의 덥고 습한 공기는 땀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 체온 조절을 어렵게 하고 열 스트레스까지 일으킨다.
통상 전선은 6~8월 한반도 부근까지 올라왔다가 찬 바람이 부는 9월이면 남쪽으로 물러난다.
연구진은 이 '정석'이 기후변화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1979년부터 2025년까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재분석자료(ERA5)로 동아시아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
전선의 평균 위치는 10년당 약 0.33도씩 북쪽으로 이동하는 장기 추세를 보였다.
장마철보다 늦여름이 더 크게 올랐다
큰 변화는 9월이다. 9월 10~30일 전선의 중심축은 약 1.92도, 약 213㎞ 올라와 장마철보다 훨씬 큰 변화 폭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기온에 습도와 햇볕까지 반영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 위험도를 보여주는 습구흑구온도(WBGT)를 함께 분석했다.
장마철에는 중부지방에서 전선성 강수 강도가 세지고 남부지방에서 열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늦여름에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선성 강수와 열 스트레스가 함께 증가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늦여름 전선 위치가 북쪽인 상위 25% 연도는 하위 25% 연도보다 강수와 WBGT가 함께 기준값을 넘는 날의 비율이 약 8~19배 높았다.
장기 추세를 제거한 뒤에도 약 3~9배 높게 나타났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따로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세트로 오기 쉬워졌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전선 북상과 연관된 환경 변화도 시기별로 짚었다. 장마철에는 동아시아 주변 해역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강화된 수증기 수송이 전선 북상과 함께 나타났다.
늦여름에는 한반도 주변에서 일본 동쪽에 이르는 해역의 높은 해수면 온도, 고기압성 순환 강화, 상층 제트 약화, 수증기 수송 증가가 전선 북상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호우 함께 대비하는 통합 방재 필요"
연구진은 전선의 위치에 따라 강수와 고온이 나타나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지역별 호우와 폭염 위험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선행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동아시아 여름철 전선에 동반되는 강수가 강해진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전선성 호우의 강도가 약 6%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선 자체의 위치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가 그 빈틈을 메웠다는 설명이다.
문 박사는 "최근 9월에도 이례적인 늦더위와 호우가 빈번해지는 원인을 전선의 위치 변화로 규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철 재해가 늦게까지 이어지는 만큼 폭염과 집중호우를 함께 대비하는 통합 방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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