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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피해 지하로 확대된 우크라 전쟁

등록 2026.10.23 08:04:28수정 2026.10.23 08:16:24

옛소련 때 건설된 수천 km 가스 파이프 라인

러군 침투 활용 늘면서 우크라군도 본격 대응

파이프 주변에 참호·대형 생활 거점까지 구축

[서울=뉴시스]가스파이프라인 안에서 구부린 채 이동하는 우크라인군 병사. (출처=우크라이나 하르티야 여단, WSJ에서 재인용) 2026.10.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가스파이프라인 안에서 구부린 채 이동하는 우크라인군 병사. (출처=우크라이나 하르티야 여단, WSJ에서 재인용) 2026.10.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 중심으로 바뀌면서 지상전이 크게 위험해지자 러시아군이 옛 소련 시절에 건설한 가스관을 따라 침투함에 따라 ‘지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올해 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방어선 후방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러시아군 진지에서 수km 떨어져 있었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러시아군은 지뢰밭을 통과하거나 무인기가 감시하는 숲을 가로질러 이동한 것이 아니었다. 옛 소련 시절에 건설된 수백km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침투했다.

전쟁에서 터널을 이용하는 지하 전투의 역사는 매우 길다. 몸을 숨기거나 적 진지를 공격하고 방어 시설을 무너트리는데 터널을 이용하는 것이 크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은 미군의 공중 공격을 피하고 미군을 기습하기 위해 수 km 길이의 터널망을 이용했다. 미군은 터널망을 파괴하는데 대체로 실패했다.

최근에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지하에 480km가 넘는 터널을 건설했고, 이스라엘은 이를 무력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란도 핵 및 미사일 개발 시설을 지하에 배치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무인기 때문에 지상 이동이 너무 위험해진 것이 지하전투가 활발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옛소련 시절 건설한 방대한 지하 파이프라인이 지하 전투의 현장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를 중부유럽과 서유럽으로 공급하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의 통과 지점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공급업체인 우크르나프타는 자사가 약 3200km의 송유관과 약 3060km의 가스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제13 하르티야 여단이 가스관을 통해 침투하는 러시아군을 저지하는 작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 부대의 ‘벨레스 작전’은 슬라브 신화에서 지하 세계 신인 벨레스(Veles)에서 딴 것이다.

이 부대 병사들은 지름이 약 1.2m인 터널 속으로 몸을 구부리고 진입한 뒤 강철관의 측면을 뚫어 만든 벙커에서 잠을 잔다.

전투는 주로 중기관총을 사용하고 방독면을 착용한 채 거의 일렬로 늘어서서 벌어진다. 가스와 시신에서 나는 악취가 너무 심해 군복을 식초로 여러 차례 세탁해야 냄새를 없앨 수 있다.

하르티야 여단은 지난해부터 러시아군이 쿠피안스크 인근 터널을 이용해 침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러시아군이 지상으로 이동하려면 강을 건너야 했고, 무인기와 포병의 거의 끊임없는 감시와 포격에 노출된 넓은 지대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터널에 구멍을 뚫고 지상으로 올라와 무인기를 띄운 다음 다시 지하로 사라지는 방식으로 전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터널 밖으로 나올 때 공격하고, 포격이나 공중 공격으로 파악하고 있던 출구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빠르게 다른 출구를 만들어 공격을 이어갔다.

또 지상에서 관을 파괴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께 1.3cm의 강철로 만들어진 가스관 위에 90cm 깊이의 흙이 덮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봄부터 출구를 파괴하는 방식을 직접 가스관 안에서 전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르티야 병사들은 무인 지상 차량을 터널 안에 투입해 러시아군이 터널 곳곳에 기관총을 배치하고 모래주머니 바리케이드를 쌓아 놓은 것을 확인했다.

러시아군은 또 바리케이드 주변에 굴을 파 몇 개월씩 머물 수 있는 대형 생활 거점도 만들어 두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폭약을 실은 무인 지상 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폭파하고 원격 조종 중기관총으로 사격했다. 그러나 무인 지상 차량이 시신과 모래주머니 등 장애물 때문에 전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현재는 병사들을 직접 가스관에 투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하에 교육 시설과 야전병원, 지휘소도 만들었다.

하르티야 여단은 지난봄 이후 쿠피안스크 인근의 주요 가스관과 그 지선에서 벌인 벨레스 작전으로 러시아군 30명 이상을 생포하고 100명 넘게 사살했다.

한편 옛 소련 시절의 배관망은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폴란드 등 역내 다른 국가들 깊숙이까지 뻗어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의 군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경계하며 지켜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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