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가 대관령 넘는 실정"…병원장의 한탄
등록 2026.10.28 09:29:58수정 2026.10.28 09:44:23
영동권 내 중증환자 수용 못하면 100㎞ 이송
이송시간 10분 단축시 심장질환 생존 16.7명↑
"국립대병원 중심 정부 지원 체계 바꿔야"
![[서울=뉴시스]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 (사진= 강릉아산병원 제공)](https://img1.newsis.com/2026/10/28/NISI20261028_0002275797_web.jpg?rnd=20261028085725)
[서울=뉴시스]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 (사진= 강릉아산병원 제공)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27일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열린 '강원 영동권 응급의료 정책세미나'에서 강원 영동 지역 응급 의료의 참담한 현실을 전했다.
유 병원장은 "강릉아산병원은 강원 영동권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 일부까지 아우르는 광역 진료권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난 30년간 중증·응급환자의 최종 치료 거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현재는 인구 감소와 필수의료 인력 부족, 관광객 등 유동인구에 따른 응급수요 증가 등으로 응급의학과뿐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할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환자 수용 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 의료기관의 투자만으로는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의료기관과 지자체, 소방, 중앙정부가 함께 참여해 환자의 중증도와 질환에 따라 적정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이송하고, 지역 안에서 최종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지역의 응급의료 시설 접근성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병원에 따르면 30분 내 응급의료시설 접근 가능 도민 비율이 강원 79.5%로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서울 99.3%와 비교하면 약 20%포인트 차이가 난다.
유 병원장은 "응급의료시설 평균 접근거리가 22.32㎞로 타 시도보다 평균 7.6분, 9.8㎞ 더 소요 된다"며 "강원도 내에서도 시 지역은 90.6%가 30분 내 접근 가능한 반면 군 지역은 46.4%에 그쳐 지역 간 격차도 큰 편"이라고 말했다.
강원 영동권의 구조적 취약성도 지적했다. 영동권 9개 시·군은 강원도 면적과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강릉을 제외한 8개 시·군이 응급의료취약지다.
유 병원장은 "넓은 면적과 산악지형, 의료기관 간 긴 이동거리로 인해 중증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에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며 "강원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송시간을 10분 단축 하면 급성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환자의 연간 생존자는 16.7명 증가하고, 이동거리 10㎞ 단축 시 연간 생존자가 4.6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영동권 응급의료를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로 지리적 단절, 필수의료 인력 부족, 수요 과부하와 권역센터 쏠림, 제도적 소외를 꼽았다.
유 병원장은 "태백산맥과 대관령으로 영서와 영동의 의료생활권이 사실상 분리돼 있어 영동권 내 의료기관에서 중증환자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춘천·원주 등으로 100㎞ 이상 장거리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급성 심뇌혈관질환과 중증외상 등 분 단위 대응이 필요한 환자는 장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송 자체가 치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응급환자가 대관령을 넘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영동권 응급의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동권 응급의료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응급실 병상 부족이 아니라 환자를 실제로 진료하고 최종 치료할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있다"며 "속초·강릉·동해·삼척 등 영동지역 일부 응급의료기관이 전문의 부족으로 야간진료를 축소하거나 부분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 병원장은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중증환자뿐 아니라 중등증, 경증환자까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강릉아산병원 역시 응급의학과뿐 아니라 일부 배후진료과의 제한된 인력으로 인해 모든 응급환자를 무제한 수용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 의료기관의 중심 역할 부재가 주변 의료기관 의료진의 이탈, 의료진 유입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휴가철·명절·연휴 등 관광 성수기 응급 수요까지 집중되고 있는데 동해안 방문객은 연간 약 1억3290만명으로, 상주인구만으로는 실제 응급 의료 수요를 설명하기 어려운 지역적 특성이 있다"며 "지난해 기준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원환자는 2만6000여 명으로 도내 주요 권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병원측에 따르면 지난해 권역응급의료센터 내원환자의 약 18%가 119를 통해 내원했고, 다른 의료기관에서 전원된 환자 역시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이 영동권에서 지역필수의료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권역책임의료기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등 주요 정부 지원체계가 국립대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라,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서는 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 병원장은 "지역에서는 의료기관의 설립 주체보다 실제로 어떤 지역과 환자를 책임지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지원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민간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필수의료 인력 유지와 중증 응급환자 최종 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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