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죽었다. 누구 때문일까"…연극 '빈자리 없음'[객석에서]
등록 2026.10.28 16:09:51수정 2026.10.28 16:11:42
극작가 이경헌 신작…자살 사별자 3부작 마지막 작품
고등학생 예지 죽음 이후 학교에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서울=뉴시스] 연극 '빈자리 없음' 공연 사진.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2026.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28/NISI20261028_0002276520_web.jpg?rnd=20261028154850)
[서울=뉴시스] 연극 '빈자리 없음' 공연 사진.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2026.10.2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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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가까운 사람을 잃은 슬픔에는 때론 죄책감이 뒤따른다. 그때 다른 말을 했다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달라졌을까. 남겨진 사람들은 끝없는 질문 속에서 자신을 탓하고, 때로는 원망할 누군가를 찾는다.
28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개막하는 '빈자리 없음'은 고등학생 예지의 죽음 이후 그를 둘러싼 사람들을 통해 상실과 애도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극작가 이경헌의 신작으로, '서재 결혼 시키기', '감정 연습'에 이은 자살 사별자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야기는 고등학생 예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시작된다. 예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주은에게 주변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주은은 예지에게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자살 원인을 찾으려는 데 분노한다. 그리고 친구가 힘들어할 때 외면했던 이들을 향한 원망은 복수심으로 번진다.
사실 이러한 마음의 밑바닥에는 예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주은 곁에는 죽은 예지가 머문다. 예지는 농담을 나누다가도 복수를 부추기고, 주은이 망설일 때면 "복수할 마음 같은 거 없지"라며 비아냥댄다. 이 역시 주은의 자책과 불안이 만들어낸 환영일 것이다.
주은은 예지를 따돌렸던 다미와 예지를 구하지 못한 담임 이이림, 미술 교사 임윤준, 학생 부장 노현희에게 복수한다. 그러나 기대했던 반응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 역시 예지의 죽음 이후 죄책감과 혼란을 겪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예지의 책상과 의자는 치워졌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속 빈자리까지 없앨 수는 없었던 셈이다.
![[서울=뉴시스] 연극 '빈자리 없음' 공연 사진.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2026.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28/NISI20261028_0002276521_web.jpg?rnd=20261028154915)
[서울=뉴시스] 연극 '빈자리 없음' 공연 사진.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2026.10.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극 초반 주은과 예지는 수학의 극한을 두고 이야기한다. 예지는 "어떤 대상을 향해 한없이 가까워졌는데 본질은 완전히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잖아"라며 잔인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대화는 예지의 죽음 이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였지만 주은은 예지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했다. 그의 죽음도 예상할 수 없었다.
작품에서도 예지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끝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남겨진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극의 후반부, 주은은 담임 교사 이림에게 "저는 안예지가 죽은 이후 안예지를 이해하는 중이에요. 그런데 이게 정말 가까워지는 걸까요"라고 묻는다.
선생님도, 주은도 그 답은 알지 못한다. 결국 주은은 "그냥 안예지가 너무 보고 싶다"며 숨겨놨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주은은 맛있는 귤을 잘 골랐던 예지, 후회되는 일이 있으면 조각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다시 태어나려고 한 예지를 떠올린다. 죽음의 이유에만 몰두하느라 잊고 있던 친구의 평범한 모습이다.
어쩌면 주은에게 필요했던 것은 예지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답보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며 친구를 그리워하는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연출을 맡은 신명민은 연출 노트에서 "애도에는 정답이 없다.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슬퍼할 수 없으며, 누구나 같은 속도로 상실을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이 연극을 마주하는 모든 분이 자신의 상실을 혹은 타인의 상실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은 다음 달 15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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