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라던 '재건축' 어쩌다 '분담금 폭탄' 됐나
등록 2026.11.03 06:00:00
공사비 1년 새 6% 상승…건설공사비 지수 역대 최고
압구정·개포도 분담금 수억원…10억 넘는 사례까지
고용적률·분양가 규제에 일반분양 수익 확보도 난항
![[서울=뉴시스] 윤도영 인턴기자=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아파트' .2026.07.15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15/NISI20260715_0002187430_web.jpg?rnd=20260715140030)
[서울=뉴시스] 윤도영 인턴기자=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아파트' .2026.07.15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재건축하면 돈 번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공사비 급등에 금융비용까지 불어나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거액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하면서 분담금이 재건축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때 재건축은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면서 자산 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투자처로 꼽혔다. 기존 주택보다 넓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추가 부담이 크지 않거나, 사업에 따라서는 환급금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도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수억원에서 10억원이 넘는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추산이 나오면서 조합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재건축 수익성을 흔든 가장 큰 요인은 공사비 상승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금융비용 등이 오르면서 정비사업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어선 곳이 적지 않다. 고급 마감재와 커뮤니티 시설 등을 반영한 설계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사업비 부담은 한층 커졌다. 올해 7월에는 일부 강남권 정비사업의 3.3㎡당 공사비가 1600만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건설공사비 지수도 1년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상승폭은 둔화하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지수가 약 6% 오르면서 건설업계와 정비사업장의 비용 부담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8.74(잠정치)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130.91을 기록한 이후 12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윤활유 및 그리스 가격이 1.46%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열연강판(1.30%), 전기변환장치(1.28%), 중후판(두께 3㎜ 이상·0.95%), 산업용 고무제품(0.88%), 경유(0.87%) 등도 오르며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월별 상승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 4월 1.93%까지 치솟았던 지수 상승률은 이후 4개월 연속 둔화했다. 공사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급격한 상승 국면에서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실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조합원 분담금이 수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은 조합원에게 제시된 추정 분담금이 전용면적 84㎡ 기준 6억5000만~7억497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개포주공6단지도 전용 53㎡를 보유한 조합원이 84㎡를 신청하면 약 7억2000만원, 100㎡를 선택하면 11억원이 넘는 분담금을 부담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사업 조건과 분양 신청 면적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조합원들의 예상 부담이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공사비만 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건축 사업은 새로 짓는 아파트 가운데 조합원에게 배정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분양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일반분양 수입이 늘면 사업비를 충당하고 조합원 부담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일반분양 물량이 적거나 분양 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몫은 커진다.
과거에는 기존 용적률이 낮은 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고 가구 수를 늘려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용적률이 높은 노후 단지는 새로 지을 수 있는 가구 수가 제한적이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일반분양 가격을 높이는 데 제약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공사비 상승분을 분양 수익으로 상쇄하기도 쉽지 않다. 공사비는 오르는데 이를 메울 일반분양 수익은 충분히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조합원 분담금은 기존 주택의 가치와 새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 사업비 등을 종합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조합원 분양가에서 기존 자산에 따른 권리가액을 뺀 금액이 추가분담금 산정의 기초가 된다. 권리가액은 종전자산 평가액에 비례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공사비가 늘거나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 사업성이 악화하면 비례율과 권리가액에도 영향을 미쳐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서울 외곽과 1기 신도시 등 기존 용적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더욱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창동주공4단지는 1710가구 모두 전용면적 50㎡ 이하 소형으로 구성돼 있다. 재건축 과정에서 더 넓은 평형을 원하는 조합원이 많아지면 조합원 배정 물량이 늘고 일반분양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 사업 초기부터 권리 배분 원칙과 분담금 산정 기준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재건축이 더 이상 모든 조합원에게 같은 방식으로 이익을 안겨주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기존 용적률과 대지지분, 일반분양 물량, 공사비, 분양가 규제 등에 따라 사업장별 수익성은 크게 달라진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보유 주택의 면적과 평가액, 새 아파트 신청 평형에 따라 부담액이 달라질 수 있다.
재건축의 성패는 얼마나 화려한 새 아파트를 짓느냐보다 늘어난 사업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꾸면 돈을 번다'는 공식이 흔들리면서 조합원들에게는 재건축에 따른 기대수익보다 실제 부담해야 할 비용을 따져보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투자나 사업 참여를 판단할 때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나 개발 기대감만 볼 것이 아니라 추정 분담금의 산정 근거부터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업 초기 제시되는 분담금은 공사비와 금융비용, 분양 수입 등이 확정되기 전에 산출한 추정치인 경우가 많다. 이후 설계 변경이나 공사비 증액, 분양시장 여건 변화 등이 발생하면 실제 부담액은 더 커질 수 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공사비 상승으로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보유세 등 세금 부담까지 더해지면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추진할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며 "사업성을 높이려면 기부채납 규모와 공공기여 조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 조합의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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