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마자 남편 회사 부도…재산분할로 받은 강남 아파트 뺏길까
등록 2026.11.07 01:00:00
20년 결혼생활 끝내고 받은 강남 아파트…전남편 부도에 소송전
"美 재산분할 판결 취소되면 국내 아파트 소유권도 다툴 수 있어"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미국에서 이혼한 뒤 재산분할로 받은 서울 강남 아파트를 전남편의 채권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을까. 전문가는 정당한 재산분할이라면 채권자가 취소하기 어렵지만, 미국 법원에서 재산분할 판결이 취소됐다면 아파트 소유권을 다시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호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6일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미국에서 이혼한 뒤 재산분할로 받은 아파트를 두고 전남편의 채권자와 소송을 벌이게 된 여성의 사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사연에 따르면 여성은 미국 유학 시절 만난 재미교포 남편과 결혼해 20년간 함께 살았다. 남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국 화장품을 수입·유통하는 회사를 운영했다.
사업은 과자와 건강식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성장했다. 여성 역시 남편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왔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남편은 가정에 소홀해졌고, 돈 문제로 다투는 일도 잦아졌다.
결국 두 사람은 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부부 공동재산인 서울 강남 아파트를 여성의 소유로 정했다.
여성은 한국 법원에서도 집행판결을 받아 아파트 명의를 자신의 앞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이혼 직후 남편의 회사가 부도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환율 상승과 거래처 부도까지 겹치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것이다.
남편에게 수십억원을 빌려준 은행은 두 사람이 채무를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한 뒤 아파트를 여성 명의로 빼돌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전남편이 미국 법원에서 재산분할 판결에 불복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 법원은 이혼 자체는 유지했지만 재산분할 부분만 취소했다.
이에 전남편 측은 아파트 명의를 다시 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 시어머니까지 전남편 명의로 된 회사 주식이 실제로는 자신의 소유라며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사연자는 "실제로 부부 사이가 나빠져 이혼한 것"이라며 "미국에서 이혼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새 출발을 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엉망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 법원에서 재산분할 판결이 취소됐다면 한국에서 이미 아파트 명의를 이전했더라도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거의 같은 구조 사건에서 대법원은 '외국 판결에 대한 확정된 집행판결의 기판력은 외국판결을 국내에서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관해서만 발생한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판결 중 재산분할 부분이 취소됐다는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청구가 기존 집행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는 않는다"며 "미국 법원에서 진행될 재산분할 재심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은행이 주장하는 위장 이혼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판례는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합의 아래 이혼신고가 이뤄졌다면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이혼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연자는 법원의 판결로 이혼했고 이후 실제로 별개의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런 사정을 입증하면 가장이혼 주장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산분할이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도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며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 부분만 취소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 특별한 사정에 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채권자에게 있다"며 "재산분할에는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후 부양적 요소와 위자료 성질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어머니가 주장하는 회사 주식의 소유권 역시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추정되지만 기여도에 따라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이 실질적인 소유자라고 주장하려면 실제로 대가를 부담해 취득했다는 점 등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 대금을 누가 냈는지, 회사를 누가 경영했는지, 배당금을 누가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자료로 판단해야 한다"며 "시어머니가 충분한 입증을 하지 않는 한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 법원의 재산분할 판결이 다시 확정될 경우 국내에서 인정받기 위한 요건도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외국 법원의 확정판결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 따른 국제재판관할권, 적법한 송달 또는 응소, 공서양속, 상호보증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국내에서도 승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승인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기판력에 저촉되는 동일한 소송을 우리나라 법원에 다시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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