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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선 때보다 못한 '이재명의' 민주당, 새 희망 보여줘야

등록 2022.12.07 16: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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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선 때보다 못한 '이재명의' 민주당, 새 희망 보여줘야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대장동 관련 검찰 수사 미진시 특검해서라도 규명해야" (2021.11.10.)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즉시 수용하라" (2022.10.21.)

두 발언은 같지만 다르다. 둘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다. 하지만 전자는 대선 후보 시절, 후자는 당대표 시절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 두 발언은 지난 대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은 거듭 윤석열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지난 대선 때 꺼내든 의혹들을 재활용하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사법 의혹에도 '특검' 카드로 맞서며 이 대표 엄호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오히려 지난 대선 때보다 퇴보한 모습이라고 평가하는 게 보다 적절할 듯 하다. 당시엔 희미하게나마 보였던 새로운 대한민국과 민주당에 대한 희망마저 전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민주당은 양당 간 발목잡기가 아닌 '잘하기 경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을 역제안하는 동시에 김 여사에 대한 특검까지 얹어 '쌍특검'을 꺼내들며 강력히 맞서면서도 나름의 가치와 비전을 보여줬다. 거대 의제를 설정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을지언정 국민 생활에 밀접한 '소확행' 공약을 필두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한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 등을 제시했다. 대본도 없이 1시간 가까운 연설을 소화하는 모습에서는 가치와 비전에 대한 진정성도 엿보였다.

하지만 '이 대표의' 민주당은 정작 '잘하기 경쟁'은 뒷전인 모양새다. '검찰독재·정치탄압'에 맞서겠다는 것 외에 무엇을 하려는 당인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대표의 유일한 기자간담회는 '대장동 특검' 제안이었고 당은 '대장동 설명회'를 통해 대장동 수익구조를 설명하며 이 대표의 무고를 호소했다. 반면 민주당이 민생을 챙긴다며 추진한다던 양곡관리법, 합법파업보장법(노란봉투법), 안전운임제 등의 법안을 다루는 기자간담회는 없었다. 수많은 위원회 중 눈에 띄는 것은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뿐이다.

분명 대장동 사건은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아 국민의 의구심이 많은 주제이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이슈는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져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통해 치솟는 물가와 이자율 등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신음을 줄여줄 수 있나.

당장 민생경제뿐 아니라 내년에는 채권시장발 경제 위기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0.7명대로 떨어진 출생율, 고령화로 인한 연금 고갈, 미비한 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수출시 불이익 등의 국가적 과제도 엄존하고 있다.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통해 이같은 위기와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나.

기본적으로 국정을 이끄는 것은 정부·여당이다. 하지만 여권의 실정을 꾸짖으며 국정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다. 이 대표 지키기에 혈안이 된 '이 대표의' 민주당은 '이 후보의' 민주당과 달리 대안세력으로서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으려는 의지가 있는 지조차 의심스럽다.

일련의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 아니라 박스권에 갇힌 민주당의 지지율에 주목해야 한다.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율을 전혀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이 민주당을 대안정당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지난 대선에서 벗어나 대한민국과 민주당에 대한 새 희망을 보여줘야만 비로소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대안정당으로 인정을 받을 때 박스권을 뚫고 외연확장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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