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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제보다 위험한 것, 각자의 맹신…'믿음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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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05-25 07:01:00  |  수정 2016-12-28 12: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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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정신과 의사로서 10년이 넘게 명성을 쌓아가던 마이클 맥과이어 교수는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직업적인 벽에 부딪힌다. 그것은 자신이 심리 상담을 하는 내담자 중에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의 부모를 친부모가 아니라고 믿는 한 여성으로 인해 생긴 일이다. 그녀의 부모가 친부모라는 수많은 증거와 정신의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다져온 자신의 경험으로도 그녀의 강력한 믿음을 없앨 수는 없었다.

 정상적인 사람이 현실적인 증거에 반하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는 지극히 간단해 보이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결국 그는 교수와 의사로서 명성을 누리며 활동하던 모든 것을 중단하고 인간의 믿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한 18년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이 연구를 위해 목숨이 위험한 아프리카 오지부터 카리브해의 조그만 섬을 헤매며 인류의 진화 역사를 탐구했고, 믿음과 관련한 종교와 역사, 철학과 심리학이 쌓아올린 모든 지혜와 지식을 파헤쳤다.

 끈질기고 헌신적인 연구로 탄생한 '믿음의 배신'은 보수에서 진보까지 그리고 기독교부터 이슬람까지 우리가 지닌 강한 믿음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한계가 없는 믿음의 맹목성이다. 이를테면 인간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무고한 시민을 학살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상당수는 그 정치인에 대한 믿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언론 통제보다 더 위험한 것이 각자의 믿음이 주도하는 통제가 아닐까. 기존의 믿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명명백백한 사실 앞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받아든 막막함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것들을 믿으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고통받으며 믿음의 감옥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학과 SNS의 발달로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늘어나고 있는데 어찌해서 사회의 분열은 더욱 심화하는 것일까.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분열과 불통으로 고통받을 때 흔히 강한 믿음인 신념으로 이겨내고자 한다. 그러나 바로 그 믿음과 신념이 사실은 고통의 원인일 수 있다.

 믿음은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고, 삶을 조직하며,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경험에 스며든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발전하는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작용하는가. 뇌과학과 인류의 진화 역사를 통해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지금 이런 질문을 제대로 던지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이 어떠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당리당략에 치중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그 정치인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고 지지하게 될 것이다. 또 기업가들은 조악하고 비싸며 심지어 건강을 해치기까지 하는 제품을 쉽게 팔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어이없는 기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저마다 가진 믿음 때문이다. 믿음은 인류가 진화하면서 발전시킨 효율적이고 편리한 뇌 시스템이다. 믿음은 뇌를 지배하고,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실제적인 통치자다.

 믿음의 맹목적인 편향성과 독재성이 가져다준 효율성이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숨은 공로자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인류는 믿음의 이러한 특징이 만들어 낸 거대한 모순과 분열로 고통받고 있다.

 마이클 맥과이어는 믿음과 신념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의심하라고 말한다. 증거와 사실을 보고 듣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하게 호소하고 있다. 믿음이 만든 감독에서 벗어나고, 믿음이 만들고 있는 삶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고 싶다면 이 책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은아 옮김, 332쪽, 1만5000원, 페퍼민트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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