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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잊지 말자는 약속"…노란 리본, 시대의 상징이 되다

등록 2018.04.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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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흘렀지만 여전히 가방, 옷, 휴대폰 등에 부착

자원봉사자들 직접 제작…지난 한달 3만개 배송

"추모의 뜻만 담겼다면 지금까지 안 이어졌을 것"

"노란색은 '희망'의 의미를 담으며 시민의식 환기"

"사회적 변화 이뤘다는 성취감, 교훈 떠올리게해"

일각에선 '정치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공격하기도

 【서울=뉴시스】 임얼 수습기자 =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된 가운데 시민들이 여전히 "잊지 말자"는 뜻에서 노란리본을 가방이나 옷 등 소지품에 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시민들의 가방에 노란리본이 걸려있는 모습.

【서울=뉴시스】 임얼 수습기자 =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된 가운데 시민들이 여전히 "잊지 말자"는 뜻에서 노란리본을 가방이나 옷 등 소지품에 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시민들의 가방에 노란리본이 걸려있는 모습.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임얼 수습기자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만난 대학생 서가영(20)씨는 남색 책가방에 작은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그는 또래 학생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노란 리본을 달았다고 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서씨는 노란 리본을 직접 만들고 나눠주는 학생회 활동을 하며 세월호 유가족을 돕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서씨는 "계속해서 기억하자는 의미로 지금도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며 "아직도 유가족들에 대한 제대로 된 위로가 없는 측면이 있고 진상 조사도 이제야 이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노란 리본'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 "잊지 말자"는 다짐과 약속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참여연대 건물에선 매주 수요일마다 '서촌노란리본공작소(공작소)'가 모인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2016년부터 운영되는 공작소다.

 이곳에선 매주 엄마·아빠 손을 잡고 찾아온 초등학생부터 40~5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자원봉사자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리본을 오리고 구슬 줄을 달며 노란 리본을 제작한다. 지난 11일에도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3000여개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본은 전국 곳곳에 보내진다. 각급 학교와 도서관을 비롯한 단체들 배송 요청이 다수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신청하는 개인들도 많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참여연대 '서촌노란리본공작소'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노란리본을 제작하기 위해 찾는다. 사진은 만들어진 노란리본 모습. (사진 제공 참여연대)

【서울=뉴시스】 참여연대 '서촌노란리본공작소'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노란리본을 제작하기 위해 찾는다. 사진은 만들어진 노란리본 모습. (사진 제공 참여연대)

여전히 수요가 많다 보니 최근 한달 동안 배송된 노란 리본만 3만여개에 달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노란 리본이 쌓여 전국에 보내진다"라며 "4월16일이 다가오면 신청하는 이들도,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이들도 함께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리에서는 노란 리본을 가방이나 옷에 달거나 휴대폰 케이스로 만들어 소지하는 시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몸에 문신으로 노란 리본이나 세월호 모양을 새기는 이들도 있다.

 서울 시내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A(35)씨는 "매달 한 두명씩은 노란 리본 모양의 타투(문신)를 새기기 위해 찾아온다"며 "주로 20~30대 연령층에서 남녀 불문하고 문신으로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 말자'는 다짐으로 노란 리본을 지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준비생 박모(25)씨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며 "벌써 4주기가 다가오지만 여전히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더 잊힐 텐데 나라도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기리자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이모(20)씨도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달고 다닌다"라며 "더 이상의 희생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함께 잊지 말자'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화여대 학생 윤모(27)씨는 "추모의 의미도 담고 있지만 불행한 사건은 그 자체로 망각돼선 안 된다"라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리본을 달아 주변 사람들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동기 부여를 해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도=뉴시스】전신 기자 =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열흘째인 25일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유리문에 한 시민이 노란 리본에 희망메세지를 적어 붙이고 있다. 2014.04.25.  since1999@newsis.com

【진도=뉴시스】전신 기자 = 지난 2014년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열흘째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 유리문에 한 시민이 노란 리본에 희망메세지를 적어 붙이고 있다. 2014.04.25. [email protected]

애초 노란 리본은 미국 등에서 전쟁터에 나간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며 나무에 매단 것에서 유래했다. 유명 팝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를 통해 국내에도 꽤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시민들도 처음에는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에서 노란 리본을 달기 시작했으나 점차 '기억' '다짐' 등으로 의미가 더해졌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를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세월호 참사는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라며 "정부를 제대로 뽑지 않으면 세월호 같은 참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란 리본에 추모의 의미만 담겼다면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노란색은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노란 리본은 시민의식을 환기하고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개인의 다짐이자 약속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애도 반응은 줄게 되는데, 반복적으로 상징물을 통해 기억이 환기되면서 사회적 변화를 이뤘다는 성취감과 교훈을 떠올리게 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며 "다만 워낙 큰 사건이었던 만큼 트라우마가 생긴 이들은 아픔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빙상경기훈련관을 방문해 쇼트트랙 선수들을 격려 후 김아랑 선수로부터 선물 받은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헬멧을 쓰고 감사의 포옹을 하고 있다. 2018.01.17.  photo1006@newsis.com

【진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빙상경기훈련관을 방문해 쇼트트랙 선수들을 격려 후 김아랑 선수로부터 선물 받은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헬멧을 쓰고 감사의 포옹을 하고 있다. 2018.01.17. [email protected]

일각에선 노란 리본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정치적인 표현'이라는 이유다.

 앞서 평창올림픽 초반 쇼트트랙 선수 김아랑(23)은 헬멧에 부착된 노란색 리본 스티커로 인해 일부 누리꾼의 비난을 받았다. 결국 김아랑은 불필요한 시비를 피해 노란 리본을 검은 테이프로 가린 채 경기를 뛰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들은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형식주의적인 차원의 정치로 바라본 것"이라며 "노란 리본은 시민정치(참여)에 대한 의지이자 다짐이다. 스스로 대한민국 시민이란 자존감을 보여주는 더 큰 수준의 정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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