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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못잡아" 장담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어떻게 검거?

등록 2020.09.24 01:01:00수정 2020.10.05 08: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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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2일 베트남 호찌민서 운영자 검거

30대 남성…베트남 공안, 이례적 적극 협조

"피해자 극단선택 등 사안 중대성 고려해"

운영자 "동유럽 서버에 암호화…안전하다"

인터폴 국제공조수사 통해 은신처 파악

방심위, 24일 '사이트 차단 여부' 재논의

[서울=뉴시스]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사진 =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시스]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사진 =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경찰이 자신을 절대 잡을 수 없다고 자신만만했던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경찰의 추적 끝에 베트남 호찌민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인터폴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베트남 호찌민의 한 은신처에서 이 운영자를 추적 20여일 만에 검거했는데,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가 억울함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베트남 공안부가 적극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인터폴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지난 22일 오후 8시(현지시간 오후 6시)께 베트남 호찌민에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3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
 
A씨가 해외 체류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수사관서가 지난달 31일 경찰청 외사수사과에 인터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한 이후 20여일 만이다.

A씨는 올해 3월부터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개설·운영하며 법무부 '성범죄자 알림e'에 게재된 성범죄자 및 디지털 성범죄·살인·아동학대 피의자 등의 신상정보를 무단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씨는 아동 성착취물 판매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 등 성범죄자에 대한 국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범죄자들의 신상정보 직접 공개를 통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초 디지털교도소를 개설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국가 사법기관이 아닌 개인이 마음대로 다른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도 되는 것이냐',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검거하고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 등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공지를 통해 "본 웹사이트는 동유럽권에 위치한 서버에서 강력히 암호화 돼 운영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가 100% 보장되니 마음껏 댓글과 게시글을 작성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사진 =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시스]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사진 =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갈무리)


이처럼 디지털교도소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A씨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2월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한 사실을 파악하고 캄보디아 인터폴과의 국제공조수사를 개시했으며, 이후 A씨가 지난해 5월 다시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베트남 공안부에 A씨 검거를 요청하는 동시에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 받았다.

한국 경찰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 공안부는 '외국인 전담 추적팀' 등을 호찌민에 급파하고, 주호찌민 대사관의 경찰주재관도 베트남 공안부 수사팀과 정보를 공유하며 수사에 적극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베트남 공안부 수사팀은 호찌민에 위치한 A씨의 은신처를 파악,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찰은 국내 수사팀의 자료와 비교한 뒤 최종적으로 A씨가 맞다는 판단을 내렸고, 베트남 공안은 지난 22일 현지에서 귀가하던 A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를  인터폴과의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추적 20여일 만에 신속히 검거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인터폴을 비롯한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의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국외 도피사범의 추적 및 검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디지털교도소의 일방적인 개인정보 공개로 죄 없는 피해자들이 나오고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한때 '사이트 폐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최근 "전체 사이트 폐쇄는 과잉 규제"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방심위는 지난 14일 디지털교도소를 폐쇄하는 대신 불법 혹은 허위로 판정된 17건의 정보만 개별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소위 위원 5명 중 2명은 사이트 폐쇄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나머지 3명은 이를 과잉 규제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시적으로 접속이 차단됐던 디지털교도소는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디지털교도소 관련 사안을 긴급 재상정한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이날 사이트 접속 차단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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