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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CCTV해법④]美·캐나다도 '뜨거운 감자'...도입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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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22 22:41:05  |  수정 2021-06-28 09:02:41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한 나라 없어
美, 입법 시도 있었지만 법제화 안돼
캐나다, 일부 병원 블랙박스 설치 운영
해외사례 있어도 환자단체·의료계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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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내부의 CCTV. (사진=경기도 제공) 2020.07.18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현재 전 세계에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주, 위스콘신주 등에서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법률로 규정되진 않았다. 프랑스 등 유럽에선 입법 논의 자체가 없었다.

대한의료법학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지만 아직 법제화되진 못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지난 2003년 유방확대 수술 중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줄리 에이어 루벤저(Julie Ayer Rubenzer)'가 사망한 이후 2018년 1월 이른바 '줄리 에이어 루벤저 법'이라 불리는 '수술실 CCTV 설치에 관한 법안'(어셈블리 빌 863)이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과 개인 정보 보호 문제 등으로 상원 의결을 통과하지 못하고 부결됐다.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위스콘신주와 병원이 수술 장면을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 문제와 함께 수술실 감염 위험과 환자 비용 부담 문제 등에 발목 잡혔다.

캐나다 역시 현재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법령은 없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경우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과 유사한 '개인정보보호 및 전자문서법'을 근거로 개인정보 수집양 제한, 정보 주체의 동의 필요, 기관의 개인정보보호 관리기준 준수 등 규제 기준을 두고 있다.

캐나다도 의료사고에 경각심을 갖고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수술실에 블랙박스를 설치 운영 중이다. 블랙박스는 의료진 간 대화는 물론 환자의 혈압·체온·심박수 등 바이탈 사인(활력징후), 수술 부위 이미지 등을 기록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복강경 수술 등의 경우 신체 내 삽입되는 수술기구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수술 부위를 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다. 의료사고의 원인 파악과 의료의 질적 향상(QI)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에서는 수술실 CCTV 의무화 입법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개인 정보를 중시 여기는 프랑스는 환자의 비밀 유출을 우려해 CCTV가 아닌 대체수단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프랑스는 근로자들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근무행태 감독을 목적으로 한 CCTV 설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도 설치할 수 없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의원에서 고 권대희씨가 안면 윤곽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8년부터 경기도의료원과 산하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 운영 중이다. 하지만 법제화되지 않아 전국으로 확대되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안규백·신현영 위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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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고 권대희씨의 모친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의 면담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씨는 지난 2016년 9월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으며 당시 성형외과 원장 A씨 등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1.04.28. 20hwan@newsis.com
해외 사례를 참고할 순 있지만 이를 근거로 국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부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유령수술, 성범죄 등 의료범죄 차단이 주된 목적인 우리나라 수술실 CCTV 의무화 발의안과 달리 미국은 의료사고 입증에 무게를 두고 있고, 유럽의 경우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문화가 반영돼 있어서다.

해외 사례를 두고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위스콘신주에서 관련 법안이 본회의 상정 전 단계인 상임위원회까지 올라갔다"며 논의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 "한국의 유령수술 등 의료범죄 사례가 해외에선 많이 눈에 띄지 않아 우리나라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협은 "선진국에서도 관련 법안이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며 결과를 부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료행위의 특수성, 개인정보 유출 우려, 사회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실 입구에 지문·홍채 인식기를 설치하거나 면허관리권 이양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는 이해관계자 간 대립과 반목을 감수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매듭져야 한다. 국민의 80%가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에 기대어 법안 통과를 강행하거나, 의료계의 입김이 작용해 법안 처리가 무산되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면 사회적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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