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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美 순회전, 23년전 삼성 후원 덕분"...박대성 화백 '정관자득'

등록 2021.08.02 11:16:22수정 2021.08.02 11: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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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아트센터서 국내 마지막 개인전 8월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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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성, 구룡폭포, 2021, Ink on paper, 140 x 60 cm, 55.1 x 23.6 in.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내년 미국 순회전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기적이 아니다."

소산 박대성(76) 화백은 '수묵화 대가', '불국사 화가'로 불린다. 화단에서도 그는 독보적이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성공한 '수묵 덕후' 화가다. 현란한 현대미술이 판을 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순도 '100% 먹 맛'으로 미술시장을 평정했다. 청와대에 잇따라 그의 그림이 걸리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는 그의 이름을 내건 시립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소산이야말로 우리 현대사 동족상잔의 처참한 희생이었다. 그 시절, 그 어린 나이에 팔 하나를 잃었다."(김형국(가나문화재단 이사장)

한눈 팔지 않고 집념같은 그림 그리기는 결핍이 키워낸 불굴의 정신이다.

그는 다섯 살 때 고아가 됐고 6.25전쟁 때 한쪽 팔도 잃었다.  "갱지에 끼적끼적 병풍에 있던 그림을 따라 그리면 어르신들이 '고놈 그림 참 잘 그린다'고 칭찬을 했어요. 그게 힘이됐죠. 그래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그림만 그렸어요."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  한쪽팔의 결핍은 먹과 붓맛에 취하게했다. 묵화부터 고서에 이르기까지 독학으로 고행의 길을 걸었다. 20대이던 1970년대 국전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국전에서 상을 여덟번이나 받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수묵 담채화 '상림'(1979)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한쪽 팔 작가'가 아닌 '한국화가 박대성'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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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성, 청우 I, 2021, Ink on paper, 44.5 x 69 cm, 17.5 x 27.2 in.


90년대 '가장 잘 팔리는 작가'로 인기를 끌던 그는 현대미술을 공부하겠다고 1994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수채화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그는 깨달았다. "먹의 번짐처럼 퍼지는 수채화 그림을 보던 순간에 가슴에 불현듯 불국사가 떠올랐고" 1년만에 보따리를 쌌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곳이 경주 불국사다.무조건 주지스님을 찾아 "불국사를 그리고 싶다. 그림 그릴 암자하나 내달라"고 했다.(인생은 아이러니다.  그는 경주가 고향도 아니고 천주교 신자다.) 이듬해인 1996년 인사동이 발칵 뒤집혔다. '그림에서 광채가 난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산이 불국사 전경을 그린 가로 9m 세로 2.3m  '천년배산'과  가로 8m 세로 2m 화폭에 눈내린 불국사를 담은 '불국설경'때문이었다.

그렇게 경주에 뿌리를 내린 그는 83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하며 경주 솔거미술관 건립의 기초를 마련했다.  박대성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로 문화훈장을 받았다. 최근 세간에 공개되며 이목을 끌었던 이건희 컬렉션에도 그의 작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며, 소산 박대성이 한국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수묵화가 최초 '미국 순회전'...故 이건희 회장 덕분
박 화백은 "내년 미국 순회전을 하기까지 삼성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고 했다.

1998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젊은 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하라"는 선구안 덕분. 그 해 호암갤러리에서 그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또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 때는 대거 방한한 해외 미술계 인사들 가운데 90여 명이 그의 경주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나비효과가 일어났다.

"그때부터 상상도 못 하던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장의 추천으로 세계적인 컬렉터가 그의 그림을 사들였는가 하면, 그 대작이 미술관 특별실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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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성, 버들, 2021, Ink on paper, 69.5 x 50 cm, 27.4 x 19.7 in.


이후 20년후 이제 한국화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순회전'을 앞두고 있다. 2022년 7월 미국 LA 카운티미술관을 시작으로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등에서 전시한다.

또한 북미 순회전 기간에 맞춰 다트머스 대학교의 김성림 교수를 중심으로 미국 미술사학자들이 집필한 한국 현대미술을 다루는 서적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는 서양에서 한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을 미술사적으로 비교 분석한 최초의 서적으로, 특히 한국 전통 수묵화의 현대화에 앞장선 박대성 작가를 주목한다.

그가 '한국화가'로 세상을 놀라킬 준비는 이미 1995년, 붓자루 싸들고 미국으로 갔던 때부터 시작됐다.
 
박 화백의 당당함은 미술인들도 새삼 화들짝할 정도로 기백이 대단하다.

그는 전시를 앞두고 만난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이 "당신의 취학 경력에서 영어 익힐 기회가 없었다던데 어찌 무모한 행각이었던가?"라고 묻자 "거기도 벙어리가 살고 있데!”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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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성, Archaic Beauty, 고미, 2021, Ink on paper, 116 x 79 cm, 45.7 x 31.1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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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성, 송 III, 2021, Ink on paper, 100 x 60 cm, 39.4 x 23.6 in.


2022 미국 순회전 앞두고 미리보기...가나아트, 박대성 개인전 '靜觀自得'
2022 미국 순회전을 앞두고 가나아트는 소산 박대성의 개인전 '靜觀自得: Insight'을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 순회전에 앞서 국내에서 개최되는 마지막 개인전이다.

겸재 정선부터 이상범, 변관식의 진경산수화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는 박대성은 전통에 머물러 있던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새가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듯한 초점인 부감법과 다시점을 적절히 이용하여 한 화면에 담기 어려운 빼곡한 산맥과 그 사이의 문화재를 강조와 생략을 통해 역동적으로 배치한다. 담대하면서 섬세한 붓질과 농묵, 담묵의 기술적인 조절로 탄생한 그의 수묵화는 마치 광각렌즈를 통해 보는 듯한 파노라믹 뷰를 평면적으로 연출한다.

또한 막사발이나 청화백자 같은 한국 전통 도자기의 표면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수묵화 주제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 '靜觀自得'(정관자득)은 사물이나 현상을 고요히 관찰하면 스스로 진리를 깨닫는다는 의미다. 작가는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의 주제들을 되돌아보고 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금강산, 천제연, 소나무 등 자연의 소재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신작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수집한 전통 도자기 및 공예품을 사실적으로 그린 ‘고미’ 연작 또한 대거 전시된다. 이와 더불어 소규모 정물화도 함께 전시되어 박 화백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아우른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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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대성 화백.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1.8.02. photo@newsis.com

'한국화가' 박대성은 누구?
한국 미술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의 이름이 다시 한번 대중에게 각인된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지난 3월,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한 아이가 보험가 1억 원 상당의 작품 위에 올라가 이를 훼손하고, 그의 부모는 사진을 찍으며 이를 방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현장을 담은 영상이 보도되자 한국의 관람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많은 이들이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의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질책했다.

하지만 박대성은 아이가 미술관에서 안 좋은 기억을 가져가길 바라지 않는다며 그들을 넓은 아량으로 용서했다. 또한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한 작품의 훼손 역시도 나름의 역사이기에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두겠다며 거장다운 도량을 보였다. 이 사건을 다룬 뉴스는 유튜브에서 219만 회 이상 재생되며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었고, 소산 박대성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한생명,부산시립미술관,산업은행,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뮤지엄,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아라리오미술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청와대,호암미술관,휴스턴뮤지엄, LA 카운티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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