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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 경관 가린다" 공사 중단…입주 앞둔 검단 3천가구 '날벼락'

등록 2021.09.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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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문화재청, 검단 3개 건설사 공사 중단 명령
"김포 장릉 인근서 허가 없이 아파트 지어"
'무허가 아파트 철거' 국민청원까지 등장
철거 가능성 거론되자 입주예정자 '분통'
"입주민 피해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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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장릉. 뉴시스 자료사진.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문화재청이 조선 왕릉이 있는 문화재 보존지역에서 허가 없이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들을 상대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내년 입주를 앞둔 검단신도시 내 3000여 가구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내달까지 건설사들이 내놓은 개선책을 검토해 재심의에 나설 계획이지만 최악의 경우 아파트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어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8일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건설 중인 대방건설과 대광건영, 금성백조 등 3개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 건설사는 현재 대광로제비앙(735가구), 디에트르에듀포레힐(1417가구), 예미지트리플에듀(1249가구) 등 총 34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들 건설사가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202호인 김포 장릉 인근에서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사전에 심의를 받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제16대 왕인 인조의 아버지 원종(元宗)과 부인 인헌왕후(仁獻王后)의 무덤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경 500m 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짓는 20m 이상의 건축물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건설사들이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조의 무덤인 파주 장릉에서 김포 장릉, 계양산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경관이 왕릉의 핵심인데 김포 장릉과 계양산 사이에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경관을 가린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실제 지난 2002년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준공된 '장릉삼성쉐르빌'은 당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으면서 왕릉을 가리지 않도록 최대한 한 쪽 방향으로 치우치도록 지어졌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사전 심의 없이 건축물을 지을 경우 공사 중지 또는 원상복구 명령이 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건설사들에게 아파트 철거 명령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아파트들은 현재 20층이 넘는 꼭대기 층까지 골조 공사를 마친 상태로 내년 중순께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은 지난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고, 인천 서구청의 경관심의를 거쳐 공사를 시작한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인천도시공사의 현상변경 허가 신청은 택지 개발에 대한 내용인 만큼 건축물에 대한 현상변경 허가는 별도로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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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자료사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17일 시작된 해당 청원에는 24일 기준 11만8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과 계양산을 이은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것이 특징인데 위 아파트는 김포 장릉-계양산의 가운데에 위치해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며 "김포 정릉의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훼손하는데다 심의 없이 위법하게 지어졌으니 철거돼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이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건설 중단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당장 입주를 앞둔 입주예정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A씨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건설사는 사전에 심의를 받아야 했고, 문화재청도 미리 조치를 취했어야지 입주민들은 무슨 죄냐"며 "전 재산을 들여서 입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기가 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들은 문화재보호구역 보존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관련법에 따른 원칙을 지켜야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의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거의 다 지어진 아파트의 철거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입주예정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결국 거주권을 보장할 것이냐 문화재 보존이 우선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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