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왜 '청와대 하명수사'라고 의심하나[법정, 그 순간②]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 개입 혐의 재판
검찰 "부정선거 종합판…민의 왜곡 심각"
"'공업탑 기획위'에서 수사 청탁 계획"
"'김기현 첩보서' 제작해 靑·경찰에 전달"
김기현 "압색으로 평판 악화…지지율↓"
송철호 측 "수사청탁 안했다…혐의 부인"
황운하 측 "지극히 정상 토착비리 수사"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5. [email protected]
검찰은 "송 시장이 국가의 일방적 지원을 받아 울산시장에 당선됐지만 이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을 때가 됐다"며 "부정선거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될만큼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한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이에 송 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측 등은 한 목소리로 "수사 청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황 전 청장 측도 "정상적인 토착비리 수사였다"고 반박했다. 청탁·수사 하명 모두를 부인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준비기일만 6차례, 약 1년 5개월을 진행했다. 하명수사 재판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7년 8월 '공업탑 기획위원회' 출범
검찰은 여기에서 송 시장이 30년 지기인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을 활용해 청와대 주무비서관실 또는 선임행정관 등에게 선거운동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당·청과 정기 협의 채널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의심한다.
구체적으로 송 시장 캠프가 선거 전략의 두 축인 네거티브(부정적인) 전략과 포지티브(긍정적인) 전략을 실행했고, 네거티브 전략의 일환으로 황 전 청장과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관련 수사를 청탁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의 업무일지, 일명 '송병기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근거로 'VIP(문 대통령으로 추정)가 직접 송 시장에게 출마 요청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임 전 비서실장이 대신 요청했다', '송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겨룰 경우 불리하다' 등의 내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1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5. [email protected]
또 송 전 부시장 측은 "청와대에 자료를 제공한 것 역시 친밀한 관계였던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과 안부통화하는 과정에서 몇몇 내용을 정리해 전달했을 뿐"이라며 "문 전 행정관이 청와대를 통해 수사를 청탁할 것이라고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2017년 10월 김기현 첩보보고서 작성 의혹
검찰에 따르면 해당 첩보서의 내용은 ▲(김 전 시장의) 지역 토착업체 유착 의혹 ▲시장 비서실장 등 측근 비리 의혹 ▲울산지방경찰청의 김 전 시장 형제 고소사건 진행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쳐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됐고, 이후 경찰청을 통해 울산청으로 하달됐다고 조사했다. 또 이례적으로 지방선거 전후로 울산청의 수사정보가 청와대 반부패비서실에 수차례 보고됐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송 전 부시장 측은 "지역사회에서 많이 돌고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 것일뿐 선거 관련 목적은 결코 아니였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황 전 청장 측은 "검찰 논리에 따르면 경찰이 김 전 시장 및 측근 비리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경찰에게 직무유기를 강요한 것"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 수사 의혹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1.15. [email protected]
김기현 증인 출석…"경찰발 보도 많아"
김 전 시장은 "울산경찰청이 압수수색한 것이 전국 방송에 나갔고, 울산경찰발로 소환조사가 매일 '김기현 측근 비리' 식으로 보도돼 시민 의식이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부정부패의 중심인 것처럼 제 평판이 나빠졌다. 떨어지는 지지율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며 실제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또 검찰의 핵심 증거가 된 '송병기 수첩'과 관련한 질문에 김 전 시장은 "(측근 비리 의혹은)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수첩 속 내용엔) 송 전 부시장과 관련없는 것도 포함해서 (허위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선거 공정성과 관련된 해당 사건은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도 함께 연루되며 60여일 남짓 남은 대선 정국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끝내 재판이 길어지며 대선 전 1심 결과가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김 전 시장의 증인 신문 기일을 한 차례 더 잡아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송 시장 등의 15차 공판 기일은 오는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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