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아파트 16개층 '와르르'…인재에 또 무너진 안전(종합)

등록 2022.01.16 18:48:40수정 2022.01.16 19:22: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콘크리트 굳힘 미흡, 자재 불량 의혹도
지지·받침대 미리 철거해 하중 못 견뎌
지하층 '날림 시공'에 관리·감독도 부실

associate_pic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2.01.12.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상자 2명과 실종자 5명을 낸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는 '안전을 무시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부실설계·시공을 방증하는 정황과 함께 현장 안전 부주의와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종자 수색은 장기화될 국면에 놓였다.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재발하면서 책임자 엄벌과 함께 건설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ssociate_pic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2.01.12. sdhdream@newsis.com


◇아파트 16개 층 '와르르' 왜?

16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39층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 201동 23~38층 벽과 바닥 구조물, 거푸집의 연쇄 붕괴에는 여러 하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콘크리트 굳힘과 철근 배근·이음 기준 불량, 레미콘 품질(강도) 문제, 하중 지지·받침대의 이른 철거, 안전 관리·감독 소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인재로 보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3개 층에 대형 거푸집(갱폼)을 설치하고 타설한 콘크리트가 굳으면 레일을 따라 거푸집을 유압으로 올리는 공법(RCS·Rail Climbing System)을 썼다.

하층 2개 층 벽체에 철심을 박아 거푸집 무게를 지탱하게 한 뒤 콘크리트를 붓고 맨 위층(3층)에 추가 타설하는 방식으로, 설비 무게가 많이 나가 콘크리트 강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하층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아 필요한 강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타설로 건물이 연쇄 붕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상층 타설 콘크리트 하중이 누적돼 철심이 뽑히면서 벽체·거푸집·바닥을 치고, 이 충격으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졌다는 뜻이다.

이밖에 하청을 받은 타설 업체가 장비 임대 업체에 타설 작업을 맡겨 전문성이 떨어졌을 것이란 추론, 타설 뒤 관리가 부실했을 가능성, 영하권 강풍으로 콘크리크가 얼었을 가능성, 공사 진동 등도 붕괴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associate_pic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6개층 구조물 붕괴 사고가 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콘크리트 타설 작업 일지. (사진=독자 제공) 2022.0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실설계·시공 정황 속속

해당 건물은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건축물의 뼈대를 기둥과 슬래브로 구성)로 하중에 취약한데도, 지지·받침대(동바리)를 미리 철거한 부실시공 정황이 드러났다.

최상층인 39층 바로 밑의 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을 비롯해 그 아래 2개 층까지 동바리가 보이지 않았다.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고 동바리와 벽체 거푸집을 철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콘크리트가 얼 수 있는 겨울철에는 타설된 콘크리트가 잘 굳도록 동바리를 28일 정도 둬야 하고, 콘크리트 굳힘 과정도 14일가량이 필요하다.

타설 작업 일지상 35층은 7일 만에, 36층은 불과 6일 만에 타설 공정을 마쳐 콘크리트 강도가 부족했을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붕괴 직후 생선 가시처럼 드러난 철근 또한 콘크리트의 강도 문제(부착력 미흡)를 방증한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사고 11분 전 촬영된 39층 바닥 타설 영상에도 거푸집이 들린 뒤 가운데가 내려앉는 등 붕괴 조짐을 추정할 수 있는 장면이 담겼다.
 
지하층의 날림 시공(콘크리트 떨어짐, 내벽 구조물 이격 현상 등),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붕괴가 멈춘 피난 안전구역(23층)에는 다른 층보다 기둥이 많아 하중을 잘 견뎠으나 다른 층은 기둥·벽면이 부족한 점,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쏘아 올리는 고압 공급 배관을 사용할 때마다 건물에 추가 하중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가설도 나온다.
associate_pic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2.01.12. sdhdream@newsis.com


◇크레인 해체 지연, 수색·구조 장기화 불가피

안전 문제로 붕괴 건물에 기대고 있는 타워 크레인을 부분 해체하는 작업이 늦어지면서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당국은 붕괴 충격으로 일부 파손돼 기울어진 타워 크레인 상층부 부분 해체 작업을 이날부터 하려 했으나 안전을 고려해 21일로 미뤘다.

많은 양의 잔해를 철거하는 과정의 추가 붕괴 위험성, 낙하물의 잇단 추락 등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이 있어 수색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특수 굴착기 붐대에 바구니를 달고, 바구니에 작업자가 들어가 기존 크레인을 보강하는 쪽으로 작업 방식을 변경했다. 건물 고층부 수색은 크레인 부분 해체 작업이 시작되는 21일 이후에 가능하다.

현재 건축물 골조, 시공 상태 등을 고려해 진입이 가능한 지하층, 지상 1~22층에서는 구조대원과 인명구조견 등이 수색하고 있다. 드론과 열 화상 카메라, 내시경도 활용 중이다.
 
실종자 수색을 마친 이후에도 현장 감식과 정밀 조사 일정이 남아 있어 사고 수습에는 수개 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14일 소방당국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견과 함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022.0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토부·경찰 등 붕괴 원인 규명 착수 

경찰은 사고 원인과 공사 전반의 비리·비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을 입건하고 현장 하청 노동자들을 불러 신축 과정의 위법 사항과 업무상과실 등을 두루 조사하고 있다.

또 공사장 내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와 하청업체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공정 관련 자료와 작업 일지를 분석하고 있다.

부실시공 여부, 콘크리트 강도와 타설 구조 안전 진단 적정성, 공사 계약 구조, 관리·감독 부실 여부, 건축관련 법령위반 여부, 안전관리계획서 이행 여부 등 다각도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도 전문가 10명이 참여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안전 진단과 함께 2개월 동안 붕괴 원인을 밝히는 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도 유관기관과 함께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려 수습 상황을 공유해 부처 간 협업 사항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associate_pic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건축물 붕괴 사고 나흘째인 14일 오후 경찰이 공사 현장 내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감리사무소, 관련 업체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2.01.14. sdhdream@newsis.com


◇공사 중지→사업 배제, 행정 당국 초강수

광주시는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이후 전면 재시공 검토와 시 발주사업에서 아예 배제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입찰 제한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현대산업개발은 한시적으로 광주 지역 공공 사업에 참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한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건물 붕괴를 일으켜 17명을 사상케 한 지 7개월 만에 또 산업재해를 일으킨 만큼, 법적·행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는 취지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취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수차례의 민원(작업시간 미준수 등)과 과태료 처분(14건)에도 지적사항을 제대로 개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ssociate_pic

1월 11일 오후 광주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외벽붕괴 사고 직전 201동 건물 39층 바닥에 설치한 거푸집 빈 공간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타설(打設)' 공정 장면.  영상: 독자제공


◇하청사와 계약 맺은 팀 단위 노동자가 타설

현대산업개발은 전문건설업체 A사와 철근 콘크리트 시공 하청 계약을 맺었다.

A사는 외부 노동자들에게 타설 시공을 맡겼다. 이 노동자들이 최상층인 39층 바닥을 타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설 공정에는 손발이 맞는 무리 단위로 공사 현장에 참여한다. 일부에선 A사가 전문성을 갖고 직접 타설하지 않은 탓에 시공 전문성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콘크리트 펌프차 대여·공급은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맺은 B사가 맡았다.

associate_pic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건축물 붕괴 사고 나흘째인 14일 오후 경찰이 공사 현장 내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감리사무소, 관련 업체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신축공사 관련 구조물이 크레인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2022.01.14. sdhdream@newsis.com


◇현대산업개발 책임론 봇물

실종자 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잔해 제거를 위한 중장비 반입 지연 등으로 구조 체계를 전혀 갖추지 않고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색 장기화로 대피령에 생업을 포기한 인근 주민과 상인 피해는 커지고 있다. 대피 주민 136명 중 중 56명은 숙박업소, 42명은 친인척 집에 머무르고 있다. 숙박비를 추후 청구할 수 있어 통제된 건물에 수시로 드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근 숙박업소·음식점 운영자들도 영업 제한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붕괴 건물 전면 철거 뒤 재건축과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도 잇따른다.

학동 붕괴 참사 재발 방지법으로 불리는 건축물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 같은 업체의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안전 총책임자인 원청의 책임을 묻고, 탈법·편법 행위를 제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associate_pic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건축물 붕괴 사고 나흘째인 14일 오후 구조당국이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2.01.14. sdhdream@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sdhdream@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